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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다 배째라" 시도교육감, 군살은 안빼고 몽니만


입력 2014.10.10 10:48 수정 2014.10.10 10:52        목용재 기자

기재부 "학생수 주는데 교원 줄이고 재정지출 효율화해야"

근본 문제는 무분별한 복지정책 "차등적 복지로 개선해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부터)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지난 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획재정부의 정부시책사업비 전가에 반발해 2015년도 누리과정 예산편성에서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전액을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의 결정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시·도교육감협의회가 2015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어린이집 보육료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모 그룹이지난 3월 개원한 광화문빌딩 어린이집의 모습.ⓒ연합뉴스

지난 7일 시·도교육감협의회가 2015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볼모로 추가적인 예산을 따내려는 '억지'라는 비판이 나왔다.

기획재정부 측은 올해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세수 또한 좋지 않아 2015년 예산에 따른 사업만 잘 견디면 그 다음해부터는 예산이 자연스럽게 증액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도 교육감들은 자구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예산을 더 달라"며 생떼를 쓰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2년 전 경제가 악화되면서 다른 정부 부처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예산 감축에 들어갔지만 교육부 관련 예산은 2년 동안 감축 유예를 받은 바 있다. 때문에 2015년 예산에서 이를 정산하면서 일시적으로 예산이 감축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출산율과 학생 숫자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교원 등 인력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기재부에서 예산은 깎고 인건비는 올라가기 때문에 보육료 책정은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87명으로 지난 2000년의 1.467명과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더욱이 전국 초등학생 수는 2000년에 400만여명이었지만 지난해 학생 수는 278만여명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교원의 숫자는 2000년 14만명에서 2013년 18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선진적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좋지만 재정적으로 용인되는 선에 학생-교원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다. 이미 늘어나버린 교원을 시·도교육감 측이 구조조정할 의지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8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학생 수가 줄어들면 교원, 학급 등은 늘어나야 할 요인들이 아니라 줄여야하는 요인”이라면서 “과거부터 교원들을 늘려왔으니까 이를 충당하고 인건비 증가율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교원 수를 줄이든 인건비를 조정하든 인력구조조정을 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교원을 늘리지 않아도) OECD 선진국 교육수준을 금방 따라가게 돼 있다”면서 “인력 구조조정은 못하고, 그동안 해왔던 누리과정의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책정을 안 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 문제를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과정과 엮어 버리면 상당히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관련 예산은 다른 부처에 비해 2조7000억 가량을 더 당겨 사용한 상황이다. 이를 2015년 예산 책정 때 정산해 반영했기 때문에 줄어든 것”이라면서 “다른 부처보다 유예기간을 더 주고 돈을 더 사용하게 했으면 2015년에 이를 감당해야 한다. 이를 감당하고 나면 다음 예산부터는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시·도 교육감이 2015년의 재정적 부담에 예년에 비해 가중되는 것을 일부 해소시키기 위해 교부금에서 원리금을 상환하는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최대한 지방 교육청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국가 전체의 재정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시·도교육청에서도 불필요한 지출 수요 조정등 재정 운영의 효율화 노력을 요구했다.

지방교육청 "교육청 재정구조 65% 인건비" 항변... 근본문제는 "차등복지"로

하지만 지방교육청들은 인건비는 증가하고 예산당국에서는 예산을 깎아버려 보육료 편성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지방교육청 예산담당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내년 정부예산안을 보면 교부금이 3.8%가량 줄어들었다. 그런데 교육청의 인건비는 올랐다”면서 “세입은 줄고 인건비는 늘어났다고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청 교육재정 구조를 보면 65%이상이 인건비”라면서 “인건비를 먼저 책정하다보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17개 시·도가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예산 투입을 다른 방향으로 돌린 것도 아니다”라면서 “교육부가 지원해주겠다는 내용은 시도의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방교육청과 예산당국의 마찰은 무분별한 복지정책의 확장으로 예상된 결과였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누리과정’의 경우 소득에 관계없이 유아들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무상교육 공약의 핵심이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복지’ 이슈가 뜨거운 감자였고, 대선 후보들은 너도나도 ‘무상복지’ 공약을 앞 다투어 내놓은 바 있다.

결국 소득에 관계없는 무차별적 무상복지가 정부 당국 간 마찰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 실장은 “근본적 원인은 차등적인 복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재정이 바닥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같은 경우도 소득 하위 70% 중에서도 하위 계층에는 전액 지원, 그 위의 50%에는 반액, 나머지 계층에는 30% 지원하는 식으로 정책 자체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문제는 이 제도를 개선하려고 나서는 정치인, 교육감들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다음 선거 때 '표'를 원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복지 문제에 대해 함부로 거론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일반인들은 이미 ‘복지’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받은 혜택을 내놓을 생각이 없다. 이를 누군가 나서서 설득해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럴만한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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