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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9 한일전, 왜 패스축구 고집했나


입력 2014.10.14 15:42 수정 2014.10.14 15:49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아시아청소년축구대회 한일전서 1-2 패 ‘예선탈락 충격’

피지컬·제공권 강점에도 상대적 열세인 패스축구 집착

U-19 한국 대표팀이 일본에 1-2로 패해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 KFA 제공

축구는 오묘한 스포츠다.

전술이 정교하다고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짧은 패스는 각개격파와 같다. 상대 수비수 한 명씩 벗겨내기 위한 전술이다. 골을 넣기 위해선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반면 롱 패스는 수류탄과 같다. 적진 깊숙이 던져 수비진을 단박에 와해시킨다. 롱 패스가 성공하기 위해선 정확한 투하와 제공권 장악이 중요하다.

피지컬이 약한 일본은 짧은 패스만 20년 넘게 해왔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옛말이 있다. 일본은 스페인 티키타카를 모방한 이른바 '스시타카'로 아시아를 호령하고 있다.

피지컬이 좋은 한국은 롱 패스만 30년 넘게 해왔다. 횡패스와 백패스로 배후를 노리기보단, 직접적인 수류탄 투하로 태극전사의 본능인 호전성을 자극한다. 헤딩 경합 중 적군의 팔꿈치에 맞아 선혈이 낭자해도 거듭 전방으로 집요하게 볼을 던진다. 눈두덩이 찢어진 아군은 무모할 정도로 헤딩을 시도한다.

1980년대 한국은 롱패스+태권 축구로 아시아 전역에 ‘공한증’을 심었다. 특히, 일본에 40승 22무 14패로 절대적인 강세를 보였다. 한국과 일본은 극과 극이다. 한국이 장점(피지컬)을 살린다면 조막만한 일본은 맥을 못 춘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부터 한국도 기교파 공격수가 늘어나면서 ‘패스축구’를 도입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에 비하면 역사가 짧다. 당연히 패스축구의 맞대결에선 일본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U-19 한국대표팀이 일본에 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13일 미얀마에서 열린 ‘2014 아시아청소년축구대회’ C조 최종전서 일본에 1-2로 무릎 꿇었다. 이로써 한국은 조3위로 예선 탈락했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각각 조 1·2위로 8강에 올랐다.

작전의 실패였다. 키가 작은 일본을 상대론 고공 축구가 적격이지만, 한국은 짧은 패스로 일관했다. 일본은 공수 간격을 좁힌 채 오밀조밀한 대형을 구축했다. 한국은 협소한 공간에서 무리하게 패스하다가 볼을 자주 빼앗겼다.

일본은 예선전에서 중국에겐 1-2로 패했다. 중국이 일본을 이긴 비결은 전술의 간략화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길게 차기 바빴다. 허리를 거쳤다면 일본의 촘촘한 미드필더에 볼을 빼앗길 확률이 높았다.

중국은 일본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축구는 상대팀의 취약점을 공략하는 스포츠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이 잘하는 것을 살려주고 우리의 장점은 스스로 죽인다. 롱볼 축구(러프축구)는 부끄러운 전술이 아니다. 축구의 전략 중 하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도 롱패스로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무력화했다.

중책을 맡은 달레이 블린트(24·맨유)가 정확한 대각선 롱패스로 2도움 올리며 스페인을 5-1 대파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네덜란드의 승리는 4년 전 결승전 패배 학습효과다. 네덜란드는 스페인 중원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고 수비진 배후를 노리는 고공패스를 자주 시도했다.

한국은 ‘키가 작은’ 일본을 상대할 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롱볼 카드를 꺼내면 필승에 가깝다. 2012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도 보여줬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후방→전방으로 길게 찼고 ‘헤딩 머신’ 박주영이 제공권을 장악했다.

코트디부아르도 브라질월드컵에서 일본 공략법을 알고 있었다. 전반에 패스축구가 막히자 후반에 디디에 드록바를 투입해 분위기를 가져왔다.

당시 “프로야구 외야수처럼 행동했다”는 배성재 캐스터 표현처럼 드록바는 모든 공중 볼을 편안하게 캐치했다. 일본 수비진 누구도 드록바를 이겨내질 못했다. 급기야 나가토모 유토는 고목나무 매미처럼 드록바 품에 안겼다. 드록바는 그런 나가토모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드록바의 바위 같은 피지컬을 경험한 일본 축구계는 “피지컬과 제공권을 강화하지 않으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 “‘극동의 유럽’ 한국 축구라도 배우자” “당장 한국과 정기 평가전을 추진하자”고 자조 섞인 반성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그런데 한국 축구는 오히려 장점(피지컬)을 죽이는 패스축구에 골몰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일본에 대해 “축구의 3대 기본요소인 정신력·피지컬·개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패스만으로 싸운다”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도 “일본축구는 초식동물 가젤과 비슷하다. 기동력은 뛰어나지만, 내구성이 떨어지고 연약하다”고 분석했다.

러프축구는 부끄러운 게 아니다. 오히려 야성미 물씬 풍기는 축구의 원형이다. 축구의 변형 미식축구와 럭비도 후방에서 전방으로 공을 길게 찬 뒤 서로 뒹군다.

한국축구가 일본을 상대할 땐 고유의 ‘롱볼 축구’를 살려야 하는 이유다. 일본은 힘과 높이, 살벌한 태클에 지레 겁먹는다. 몸싸움이 두려운 일본은 거칠게 다룰 필요가 있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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