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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장 직권 애기봉 철탑 철거? 절차상 문제있다"


입력 2014.11.03 18:19 수정 2014.11.03 18:26        하윤아 기자

한기총 "등탑건립추진위원회 구성, 등탑 재건립 추진할 것"

경기 김포시 애기봉 철탑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모습. ⓒ연합뉴스

대북선전물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애기봉 철탑’이 관할 군부대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43년 만에 철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종교·시민단체에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에 보고하지 않고 철거한 것은 상당한 절차상의 문제”이라며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최용상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국장은 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방부, 통일부, 국민의 합의라는 큰 전략적인 차원에서 결정이 내려졌어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 없이 국방부 임의로 결정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애기봉 철탑은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서 북한에 ‘사상의 자유’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공작 무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철거는 보다 신중하게 고려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사무국장은 애기봉 철탑의 대북심리전 효과 여부와 관련, “분명 영향력이 있다”며 이는 북한의 반발 정도에 따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이 ‘애기봉 철탑을 조준 사격하겠다’고 공포한 것은 실질적으로 애기봉 철탑의 점등행사가 북한 군부대의 군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는 “물론 지역 주민의 안전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철거 반대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북 관계에서 우리가 북한에 끌려가는 상황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철거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재길 시대정신 사무처장 역시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철탑 철거 과정에는 명백히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과 통일부에 충분한 사전 보고가 있어야 했지만 이 같은 절차 없이 관할 부대의 섣부른 판단으로 철거를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유 사무처장은 국방부가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보완’에 해당하는 D등급이 나왔음에도 ‘철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정권 핵심부에서 남북관계를 생각한 정치적인 결정을 내려 철거를 지시한 게 아닌지 예측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조심스럽게 입장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탈북자들의 증언에서도 나왔듯이 애기봉 철탑은 북한, 특히 군인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매년 말 애기봉 철탑 점등 행사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것 역시 심리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그는 재차 “애기봉 철탑은 대북 전략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라며 “(애기봉 철탑 철거 논란이) 자칫하면 한국의 정당한 대북심리 활동에 대한 북한의 반발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이하 한기총)는 지난 3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애기봉 십자가 등탑을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관련 게시글에서 “지난 10월 16일 국방부가 독단적으로 애기봉 십자가 등탑을 철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동시에 우려를 표한다”며 “기독교계와 사전에 어떤 합의도 없이, 안전상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국방부가 등탑을 철거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한기총 측은 “애기봉 십자가 등탑은 통일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자 소원”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논의한 끝에 철거된 등탑을 다시 세우기 위한 ‘등탑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할 뜻을 표명했다.

홍재철 한기총 등탑건립추진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1971년도에 등탑을 세울 당시 성도들의 성금이 들어갔고, 설령 성금이 없었다 할지라도 기독교의 상징물을 최소한의 논의도 없이 철거한 것은 도의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위원장은 “더군다나 이 같은 상황을 대통령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하니 이것은 상당한 절차상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북한과의 관계에서 매우 상징적인 애기봉 등탑을 사단장이 직권으로 철거했다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국방부와 관할 지역인 김포시의 관계자들과 만나 등탑 재건립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향후 청와대에 공문을 보내는 등 각계의 의견을 수립해 타협의 과정을 거쳐 높이 60m의 철탑과 전망대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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