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첫 면접 선발, 외고 모델 도입했지만...
일주일 내 추첨·면접 한꺼번에 진행 "시간적 한계"
조희연, TF 구성할듯 '면접권 폐지' 대립 격화 조짐
올해부터 서울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선발 과정에 성적제한이 폐지돼 상당수 자사고에서 사상 처음으로 면접 전형을 실시했다. 이에 자사고 관계자들은 첫 면접 도입으로 인한 어려움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기존 내신성적 상위 50% 이상 학생들에게 지원 자격을 줬던 규정이 올해부터 폐지되면서 지난달 29일 면접 기준에 충족한 서울시내 몇몇 자사고에서는 1차 추첨 선발된 인원에 한해 2차 면접을 실시했다.
성적 제한 폐지 방침은 전임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 때 제시된 것으로, 앞서 서 전 장관은 ‘일반고 역량 강화 방안’으로 성적 제한을 폐지하고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자사고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자사고 학부모들의 반발에 결국 교육부는 성적 제한을 폐지한 대신 면접 선발권을 부여해 사실상 자사고가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지닐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 지원자가 많이 몰린 몇몇 자사고에서는 정원의 150%를 추첨으로 1차 선발을 거친 뒤 추첨 선발 인원에 한해 자기소개서, 학생생활기록부 등을 바탕으로 면접 방식의 2차 선발을 마쳤다.
실제 현장에서 면접 과정에 참여한 자사고 관계자들은 각각의 학교에 입학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개별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면접항목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은 면접 전형 첫 도입에 따라 준비 과정에 일정 부분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학교별 면접 위원들은 공통질문 외 개별 면접 질문을 마련하고, 보안 유지를 위해 2박의 합숙에 들어가는 등 심혈을 기울여 면접 선발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자사고 면접위원들, 2박하며 면접문항 준비…"특목고 모델 차용"
합숙을 통한 면접 문항 출제 방식은 기존 외국어고 등 특목고 모델을 차용했다. 특정 과목의 교과 성적을 반영하는 외국어고와 달리 자사고는 인성 부분에 초첨을 맞췄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큰 틀에서는 외고의 면접 시스템을 차용, 자사고에 맞게 변형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1차 선발(추첨)부터 2차 선발(면접) 완료까지 불과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아 신입생 입학 지원 처리의 시간적인 한계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서부권에 위치한 한 자사고의 교감은 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면접 자체를 처음 해보는 것이라 그런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2박 합숙도 처음 시행했는데 외고에서 하는 방식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영역, 인성영역 두 가지 영역을 놓고 질문 한다”며 “자기주도 학습영역은 학생 스스로가 어떻게 공부해왔는지 공부에 대한 경험이나 우리 학교에 왜 진학하려고 하는지 지원 동기나 진로계획 등을 묻고 인성영역은 보통 중학교 때 본인의 활동과 느낀점 등을 묻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 면접 전형을 준비하고 진행하다보니 일정상 빠듯했던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면접 요건을 충족한 서울시내 일부 자사고는 지난달 24일 1차 추첨으로 정원의 150%를 선발한 뒤 25~26일 이틀간 추첨 선발된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나 학생부에 명시된 성적 관련 부분을 가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각 학교 면접위원들은 27일부터 29일 새벽까지 2박 3일간 외부 합숙을 통해 지원자별 면접 질문을 출제하는 등 준비를 거쳐 곧바로 29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면접을 실시했다. 추첨부터 면접종료까지 단 일주일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면접을 통한 자사고 학생 선발, 건학이념과 교육목표 달성하는데 효율적"
강남권 자사고의 한 교감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지필평가에 치중한 부분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면접을 하다보니 노하우가 없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추첨과 면접의 모든 과정이 한꺼번에 이뤄지다보니 조금 빠듯한 부분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합숙 면접 준비 과정에 대해 “교육청의 권장사항이었다”며 “면접 문항을 개발하는 것도 있지만 외부인의 접촉을 피하고 보안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또 다른 강남권 자사고 교감은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 자사고 전체를 대상으로 면접 진행과정 연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면접 전형 경험이 있는 특목고 교사에게서 출제방법 등을 참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타 자사고 교감들의 지적과 같이 “단 하루정도만 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면접 선발 과정에서의 일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이들은 사상 첫 면접 전형 도입에 따른 어려움과 시간 부족이라는 한계점을 지적하면서도 면접 선발 자체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학생들을 학교가 직접 선발한다는 취지에서 면접 선발이 자사고의 건학이념이나 교육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자사고 면접 전형과 관련,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획일적 교육과정을 탈피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늘리자는 것이 자사고의 본래 설립 취지”라며 “그런 의미에서 학생선발권(면접권)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실장은 “이번 자사고 지정취소 논란에 거론됐던 자사고가 8곳에서 6곳으로 줄어든 것도 2곳 자사고가 학생선발권, 즉 면접권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며 “교육청이 면접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학교의 자율권을 인정하는 자사고의 취지와는 역으로 가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9일 자사고 추가 입학 지원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자사고 입학전형 결과 분석 및 입학전형방법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자사고 면접권 폐지를 위한 수순을 밟아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자사고 학생 선발권을 두고 조 교육감과 자사고의 대립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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