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도살 가죽 벗기고...어느 교회 수련회 '충격'
구약시대 ‘번제’의식 재현 연극… 목사 “아주 뜻깊은 행사”
감리교 계통의 한 교회가 청소년 수련회에서 구약시대 제사의식인 ‘번제’를 재현한다며 살아있는 염소를 도살한 후 가죽을 벗기는 행위를 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충남 지역의 감리교 계통 A 교회 청소년 수련회에서 진행된 ‘번제’ 재현 연극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동물자유연대가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으며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동영상은 교회 관계자가 촬영한 것으로 약 26분 분량이다. 동영상에 담긴 ‘번제’ 재현 연극은 간통죄를 저지른 한 여인이 번제를 통해 죄를 씻어내는 내용이다.
연극 속에서 교인들은 살아 있는 염소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목을 딴다. 발버둥치는 염소를 도살한 교인들은 곧바로 가죽을 벗겨내고 불에 태운다. 이 때 한 여성 교인이 갓 벗긴 염소 가죽을 들고 “더럽고 추악한 가식을 이제 벗겼나이다. 때묻은 모습을 벗겼나이다”라고 외치며 울부짖는다.
동영상에서 도살 과정을 지켜보는 청소년들은 손으로 눈을 가리고 몸을 돌리거나 도망가려 하지만 제지당하는 모습도 보인다.
연극이 끝나자 A 교회의 목사 B 씨는 “아주 뜻깊은 행사였으며 앞으로도 (번제가) 대외적으로 많이 홍보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 동영상 제보를 받고 지난 22일 A교회를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채희경 동물자유연대 간사는 “아무리 종교적인 의식이라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의 생명을 잔인하게 빼앗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충남 서산경찰서는 조만간 B 씨를 불러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혐의가 인정되면 피의자로 전환해 입건할 예정이다.
현재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서 동물을 죽이는 행위나 잔인한 방법을 사용하면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동물학대의 혐의가 인정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번제’는 구약시대 유대교 제사의식 중 하나로, 전국 다수의 교회에서 진행되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자유연대는 A 교회 외에도 ‘번제’를 진행한 교회 3곳에 대한 제보를 받았고 모두 고발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번제’는 불로 재물을 태워 그 연기를 신에게 올리는 제사를 뜻하는 말로 주로 가축을 제물로 삼아 가죽을 벗기고 불에 태우는 행위를 통해 사람의 죄값을 대신 치르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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