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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난 에이스’ 손흥민, 결정적일 때 터졌다


입력 2015.01.23 10:51 수정 2015.01.23 10:5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우즈벡전 연장에만 2골..7개월 만에 골 폭죽

한국 공격의 핵 부활..4강부터 본격 골 사냥

손흥민이 마침내 긴 골 침묵에서 벗어나며 포효했다. ⓒ 연합뉴스

손흥민(23·레버쿠젠)이 드디어 터졌다.

답답했던 공격에 가슴을 졸이던 한국축구가 손흥민의 부활과 함께 4강으로 훨훨 날아올랐다.

한국은 22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렉탱큘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 연장에만 2골을 몰아넣은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2-0 승리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이로써 우즈벡전 역대 전적 9승 2무 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가게 됐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전까지 슈틸리케호에서 무득점이었다. 지난해 6월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알제리전에서 만회골을 넣은 이후 무려 7개월 가까이 A매치에서 골 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대회 개막 이후 감기몸살 증상으로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 결장하는 등 컨디션도 썩 좋지 않았다. 이번 대회 한국 공격의 핵심으로 평가받았던 손흥민의 침묵은 가뜩이나 정통 공격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표팀에 큰 부담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을 우즈벡전에 선발로 기용했다. 이번에도 골 운은 쉽게 따르지 않았다. 그래도 이근호, 이정협, 남태희 등 동료 선수들과 끊임없이 위치를 바꿔가며 활발하게 득점을 노렸다. 연장전에서는 사실상 최전방 공격수나 다름없는 역할을 수행했다.

손흥민의 집중력은 결국 연장 전반 14분 결실을 맺었다. 문전에서 손흥민이 상대 수비에 둘러싸여 볼을 빼앗기고 넘어졌으나 김진수(호펜하임)가 다시 수비수로부터 볼을 가로채 손흥민에게 연결했다. 손흥민이 몸을 던져 날린 헤딩슛이 머리에 맞으며 끈질기게 버티던 우즈벡의 골문을 갈랐다.

손흥민의 기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우즈벡이 만회골을 넣기 위해 공세로 나오던 연장 후반 14분, 차두리(FC서울)가 역습 상황에서 오버래핑에 나서며 오른쪽 측면을 빠르게 드리블로 단독 돌파했다. 문전으로 쇄도하던 손흥민은 차두리가 수비수 두 명을 잇달아 제치고 찔러준 크로스를 이어받아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우즈벡을 무너뜨렸다. 치열했던 이날 승부에 사실상 쐐기를 박는 순간이었다.

사실 선제골을 넣기 전까지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교체도 생각하고 있었다. 득점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컸고 오랜만에 선발로 나서다보니 체력적인 부담도 컸다. 그러나 골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을 뺄 수 없었고 결국 손흥민은 멀티골을 떠트리며 감독과 팬들의 신뢰에 보답했다.

우즈벡전 득점으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지만 아직 그의 잠재력을 모두 보여준 것은 아니다. 55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으로서는 남은 4강전과 결승전은 누가 올라오든 우승후보들과의 진검승부다.

뛰어난 스피드와 돌파 능력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여전히 경기운영에 따른 완급조절이나 침착성은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세트피스 상황이나 페널티박스 안에서 더 예리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손흥민의 골 사냥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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