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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북 인권법 발의한 김문수 "이건 수치야..."

  • [데일리안] 입력 2015.02.23 09:07
  • 수정 2015.02.23 09:25
  •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인터뷰>"유엔도 인권결의안 채택 당사자인 우리가 못해"

"정치인중 내가 가장 고문 많이 받아 인권 소중함 알아"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위한 북한인권법이 지난 2005년 처음 국회에 발의된 지 벌써 10년째다. 그간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계류되거나 폐기된 법안만 10건이다. 최근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을 위한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당사자일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은 반짝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도 마찬가지다. ‘데일리안’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우리 국회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지 않는데 대해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책임에 대한 방기, 인륜 도덕에 대한 외면, 그리고 국제사회에 최대의 수치거리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 위원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평상시에도 중저음으로 다소 묵직한 그의 목소리에는 10년 가까이 북한인권법의 처리를 차일피일 미뤄온 국회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짙게 깔려 있었다.

‘데일리안’과의 인터뷰를 위해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법안에 대한 그간의 관심을 증명하듯 상당한 두께의 서류와 함께 했다. 인터뷰를 앞두고 특유의 순박한 미소로 인사도 건넸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이내 가슴 속에 쌓인 감정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 당시 처음으로 북한인권법을 발의하면서 국내에서 북한 동포들의 인권에 관심의 불을 지폈다. 단순히 법안을 발의한데서 끝나지 않고, 의원 활동시 중국을 방문해서도 북한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할 만큼 열의를 보였다.

8년여간의 도백 생활을 끝내고 보수혁신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여의도 정치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북한인권법이 계류 중인 상황을 마주한 그는 최근에는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북한인권법의 처리를 촉구하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북한인권법에 열의를 갖고 다방면으로 뛰어다니는 것은 그가 살아온 인생의 궤적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그는 대학생 때 구로공단에 위장 취업해 미싱사로 일했다. 대학에서 제적된 뒤에는 여러 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하면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지난 1978년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됐고, 이때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을 받고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됐다. 1986년에는 직선제 개헌투쟁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2년6개월간 복역하다가 1988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내가 현실 정치인 중 고문을 제일 많이 당한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2년6개월간 투옥생활도 했고 각종 고문도 당했다. 인권이 중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나는 인권의 소중함을 체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사자로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북한인권법 통과시키지 못하는 게 수치스럽다”

김 위원장이 최근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지난해 유엔에서 인권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인권법의 처리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유엔은 지난해 11월 1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갖고 유렵연합과 일본 등 60개 나라가 제출한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에 붙여 통과시켰다. 해당 결의안에는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내용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의 인권이 매우 침해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의 고모부조차 건성박수를 사유로 처형됐다. 나머지는 볼 것도 없다. 이것은 반드시 국제사회의 관심으로 해결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작년에 통과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이다. 이것이 북한 내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매우 바람직한 역사의 전진이라고 본다. 북한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이에 발 맞춰 우리 국회도 북한인권법의 처리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지만 그간 국회의 북한인권법에 대한 반응을 볼 때 제19대 국회 내에서 처리될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지난 2005년 김 위원장의 발의로 시작된 북한인권법은 제19대 국회까지 총 10건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야간 이견으로 자동폐기되기를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북한인권법이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고, 18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단독처리로 외통위는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라는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제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윤상현, 황진하, 이인제, 조명철, 심윤조 의원이 순서대로 북한인권법을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에 발이 묶였다.

이에 지난해 11월 21일 김영우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 34명은 이미 발의돼 있던 북한인권법 제정안 4건을 통합한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연내 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까지 처리 여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이 부끄럽게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대한민국은 가장 당사국이다. 다 듣고, 보고, 느끼면서 우리 국회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데 대해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책임에 대한 방기, 인륜 도덕에 대한 외면, 그리고 국제사회에 최대의 수치거리다. 더구나 일부 의원들은 ‘북한인권법이 한반도 안정을 해친다’는 등 온갖 궤변을 내세우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여야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된 부분의 포함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며 대립하는 것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일을 대한민국이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안에 통일부 산하의 북한인권재단을 별도의 법인으로 설치해 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재단은 북한 관련 정보수집과 대북인도지원사업을 연구, 지원하는 역할도 맡도록 돼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실상 정부가 민간단체들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와 기획 탈북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인도지원사업에 대한 지원은 북한인권재단이 아닌 ‘인도적지원협의회’를 별도로 만들어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사실상 대북지원법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남북협력 기본법이나 대북 지원에 대한 것은 이미 별도로 있고, 관련된 기금도 상당히 많이 있다. 반대하는 명분은 자유권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생존권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인데 법 체계가 다르다. 그것을 북한인권법에 걸어서 궤변을 만들고 있다. 인권결의안에 그런 것을 집어넣은 게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비빔밥을 만드는 입법사례는 없고, 결의안도 없다. 국제적 망신을 점점 자초하고 있다.”

“8년만의 여의도 복귀, 여전히 통과되지 못한 현실에 나름대로 책임감을 느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경기도자시 임기를 마치면서 8년 가까운 도정생활을 마무리하고 당 보수혁신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여의도 정치에 복귀했다. 당의 혁신과 쇄신 작업을 이끌면서도 그는 자신이 시작한 북한인권법 처리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가 이끌고 있는 보수혁신위는 지난달 19일 북한인권법이 보수의 가치에 부합한다고 판단, 해당 법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촉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한 ‘화요집회’에도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북한인권법을 국회에 계류시킨 채 북한인권법 통과에 등한시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마련된 화요집회의 참석은 김 위원장에게 자기반성의 의미도 갖고 있다.

“원래는 내가 해야 되는 것이다. 과거 도지사 출마할 때 북한인권운동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섭섭해 하면서 만류했다. 내가 도지사를 가면 북한인권법이 통과가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8년간 도지사를 지내고 돌아왔는데 여전히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않았다.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나름대로 해당 법안의 발의자로써 통과가 되지 않은데 대한 죄송스러움이 있다.”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다각도의 노력을 진행 중이다. 김 위원장은 16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전랴국제문제연구서(CSIS)에서 열리는 ‘북한인권: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한다.

해당 토론회에는 CSIS와 북한인권위원회(HRNK),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기념재단, 한국 연세대가 개최하는 것으로 북한 인권실태에 대한 유엔 차원의 조사를 주도한 마이클 커비 전 COI 위원장과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이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이 세계적 인권국가로서 리더십을 확립해나가야 되는데, 북한인권법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는 게 국가 위상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많이 보이고 있다. 토론회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서 실정을 듣고 현지 사정도 좀 볼 생각이다.”

김 위원장이 북한인권법을 통해 바라보는 미래는 결국 하나된 대한민국과 발전된 대한민국, 즉 선진통일국가다. 동포의 자유와 인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게 통일을 위한 첫 걸음이고, 이는 결국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나는 자유와 인권이 가장 잘 보장되는 인권선진국으로서의 대한민국, 그리고 북한 동포의 자유와 인권에 대해 깊은 관심과 동족으로서의 응분의 노력을 하는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다. 동포를 외면한 채 우리만 잘 먹고 잘 살면 통일이 되겠는가. 세계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겠는가. ‘나만 배 부르고 등 따뜻하면 끝’이라는 식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북한인권법은 대한민국이 선진통일국가로 가는데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우리의 사명이다. 이 법안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 어느 국회의원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예의주시해서 다음 총선에서 심판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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