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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곳에 물이 고여있는 삼막사 여근석의 비밀은


입력 2015.03.14 08:04 수정 2015.03.14 08:24        최진연 문화유적전문기자

<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남근석>자식 농사 풍년 기원 안양 삼성산

시흥과 안양사이에 삼성산(481m)이 있다. 관악산 서쪽 줄기에 있으면서도 관악산의 유명세에 가려 알려지지 않았지만, 암벽이 많아 평일에도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삼성산 8부 능선에는 삼막사란 절이 있는데, 신라시대 고승인 원효대사가 의상대사, 윤필과 함께 암자를 짓고 수도했던 곳이다. 이들 세분의 이름을 따 붙여진 삼성산은 무수한 전설이 서려있는 산이다.

이 절은 신라말기 승려인 도선국사가 중건할 때 확장했으며, 고려말기 고승인 나옹 때는 크게 중흥했다. 조선초에는 무학대사가 한양의 남쪽지기를 누르는 비보사찰로 활용됐다. 사찰경내에는 범종각·명부전·망해루·등이 있으며, 석조물로는 고려시대에 조성한 삼층석탑과 석비, 귀부형석조 등이 있다.

삼층석탑은 평지가 아닌 암반위에 세웠다. 고려승장 김윤후가 몽고장수 살리타이를 화살로 쓰러뜨린 기념으로 건립했다.

물이 고인 여근석에 부녀자가 치성을 드리고 있다ⓒ최진연 기자

산중에는 삼막사를 비롯해 염불암·망원암·안양사 등의 절이 있으며, 임진왜란 때 병조판서와 훗날 우의정을 지낸 백사 이항복(1556∼1618)이 생전에 이 산에 올라 읊은 ‘차유삼성산운’ 이란 장시와 일제강점기에 지은 고백록의 시조가 있다.

고려 왕건도 금주(시흥)와 과주(과천)등의 고을 정벌을 위해 이곳을 지나다가 능정이란 스님을 만나 안양사를 창건했다. 오늘의 안양시명이 여기서 탄생됐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삼막사의 내력보다 더 흥미진진한 얘기가 따로 있다. 대웅전을 지나 칠성각 방향으로 약 100m정도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여성음부와 남성의 성기를 빼닮은 성석이 칠성각 옆에 있다.

이 남녀성석은 3m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 사람의 손질이 간 것이 아닌 자연그대로 형성된 바위다. 남근석은 높이 약 2m, 여근석은 1m 정도다.

여근앞에는 남근이 달려들듯이 노려보고 있다ⓒ최진연 기자

이 바위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자식번성과 무병장수의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임신한 부녀자가 여근석을 만지면 순산한다고 한다. 소원성취를 매년 4월 초파일과 7월 칠석날에는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제물을 차려놓고 정성을 드린다.

이러한 성기숭배 풍속은 사냥으로 살아가던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무속·풍수·동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성석에는 재미난 전설이 있다. 어느 마을에 금실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자식이 없었다. “씨받이라도 들이자”며 시어머니는 난리였다. 날로 수척해지는 며느리에게 어느 날 꿈에 할머니가 나타났다. “삼막사에가 성석을 문지르면서 소원을 빌어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다음날부터 부부는 바위를 찾아가 움막을 짓고 치성을 드렸다. 그 후 신통하게도 부인은 아들을 낳았고 자손도 번창했다. 그로부터 삼막사 성석은 자식 낳기를 바라는 기원처로 알려졌다.

성석에 대한 민속신앙을 살피고 싶다면 안양 삼막사에 가보자. 남근석도 그렇지만 여근은 영락없는 여성성기 모양이다. 음부중앙에는 구멍이 오목하게 파여 있으며 그곳에는 늘 물이 고여 있다.

칠성각 석불의 콧등이 훼손돼 있다ⓒ최진연 기자

또한 토석신앙의 대상물인 산신각과 칠성각 그리고 남녀근석이 한곳에 있는 것도 삼막사가 유일하다. 칠성각 안에 있는 석불의 얼굴에도 콧등이 없다. 콧등을 갉아낸 돌가루를 물에 끓여먹으면 아들을 얻는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왕 삼막사까지 왔으나 칠성각 뒤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10분정도 가면 정상이 나온다. 이곳에는 축조시기를 알 수 없는 산성이 붕괴된 채 방치돼 있다.

조선 중종 때 편찬된‘신증동국여지승람 ‘금천현 고적조에는 금천동쪽 10리 삼성산에 돌로 쌓은 산성이 있는데 큰 우물이 하나 있다고 했다. 조선후기에 간행된 ’여지도‘ 금천현 성지조에도 관악산 줄기인 삼성산에 오래된 석성이 있으며 언제 축성됐는지 알 수 없다고 기록돼 있다.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가슴이 탁 트인다. 안양시내와 멀리 인천의 서해바다까지 한눈에 조망된다. 삼막사 가는 길은 관악 전철역 맞은편에 길이 나 있다. 포장된 임도를 따라 약 2km, 한 시간 정도 걸어가면 삼막사다. 승용차가 절까지 갈 수 있지만 주말에는 통제를 한다.

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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