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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검찰 수사 좌지우지? 또 찔끔 공개


입력 2015.04.14 22:24 수정 2015.04.14 22:37        조소영 기자

50분 인터뷰 세번에 걸쳐 인물 별로 공개 검찰에 안넘겨

전문가들 "전부 공개 안하면 '숨은 의도' 의심받을 수도"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50여분간 전화인터뷰를 한 경향신문이 해당 내용을 '자투리 형식'으로 공개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이 언론사로서 정당하게 특종을 획득한 만큼 인터뷰에 관한 활용을 두고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매일 조금씩 내용을 '흘리는 듯한' 보도는 망자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한편 검찰의 사건 수사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 사망일인 지난 9일 성 전 회장과 인터뷰를 나눴고 이 내용을 10~11일, 13~14일 현재까지 나흘에 걸쳐 '일부' 공개했다.

'인물 중심'으로 인터뷰 공개…리스트 나머지 인물들도 향후 공개 가능성 높아

현재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과의 인터뷰를 '인물 중심'으로 공개하고 있다. 10일에는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11일에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홍준표 경남지사를 집중 조명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인터뷰 전체 공개를 요청하자 경향신문은 다음날인 13일 "검찰로부터 전날 녹음파일 제출을 요청받았으며,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은 성 전 회장 인터뷰보다 세월호에 관한 기사들이 주를 이뤘다. 경향신문은 이렇게 하루를 쉰 뒤, 14일에는 성 전 회장 인터뷰 중 이완구 국무총리에 관한 내용을 실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패턴을 두고 향후 경향신문이 리스트에 언급된 나머지 인물들에 관한 내용도 차례로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인사들은 '유정복, 부산시장, 이병기' 정도다. 경향신문이 10일(김기춘, 허태열) 공개한 녹음 분량은 3분 51초, 11일(홍문종, 홍준표)은 2분 56초, 14일(이완구)은 2분 29초이기 때문에 나머지 녹음에는 남은 사람들에 관한 내용 외에도 성 전 회장의 '더 많은 폭로'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현재 국정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이 총리는 14일 "(성 전 회장에게)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격한 발언을 쏟아내며 정쟁의 늪에 완전히 빠졌다. 최근 논의됐던 공무원연금개혁, 세월호 인양 등의 이슈는 사실상 '성완종 사태'에 휩쓸려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루 불길을 잡으면 다음날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또 다른 불이 붙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14일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인터뷰 음성파일 일부를 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파일에는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원의 선거자금을 건넸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 화면 캡처.

"공개 강요할 순 없지만 대승적 차원의 협조 필요"

"경향신문이 녹취록을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로부터 시작됐다.

김 대표는 지난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을 장기간 끌고 갈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 "경향신문이 고인과 50분간 대화한 녹취록을 갖고 있는데 빨리 다 공개해주길 바란다. 사실을 밝힐 수 있는 모든 자료는 이른 시간 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검찰도 경향신문에 녹취파일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경향신문이 인터뷰 내용을 조금씩 흘릴수록 경향신문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경향신문이 망자와의 인터뷰를 하나 하나 흘릴수록 의도성이 있다는 오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사실 성 전 회장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은 단순히 친박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 당시 사람들, 지금의 야당과의 커넥션도 의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성완종 게이트'라고 하면서 당장 특검을 고집하지 않는 이유도 결국 뭔가 켕기는 게 있어 그런 것 아닌가"라며 "정치권 전체에 큰 타격이 갈 수 있는 사건일수록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녹취록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평론가는 그러면서 "경향신문이 전문 공개를 하지 않을수록 무엇인가를 가리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경향신문에게 (녹취록 공개를) 강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전략"이라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전문 공개를 해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게 (검찰 등에) 협조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대표 또한 "핵폭탄과 같은 기삿거리를 갖고 있는 경향신문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워낙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는 내용인 만큼 '국민의 알 권리' 입장에서 본다면 이른 시일 내 전부 공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 "성완종 보도, 계속 이어나갈 것"

경향신문은 아직 검찰에게 녹음파일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유족들과 14일 만나 녹음파일 제출과 관련해 상의할 예정이다. 유족들은 전날 성 전 회장의 발인을 마쳤다.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오늘 (유족과) 만나는 약속을 잡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 편집국장은 "만약 유족들이 검찰에 녹음파일 제출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하지 않는 것이냐"는 물음에 "만약은 얘기할 게 없을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녹음파일 제출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보도는 계속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질문이 온당하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편집국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향후에도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보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인터뷰 내용을 한 번에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관련 "이 문제를 한 번에 보도한다면 1면부터 30면까지 다 터서 보도해야 한다는 얘기 아니냐. 신문이 갖는 용량이라는 게 있다"고 일축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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