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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은 포퓰리즘 악용한 국제 알박기 펀드"


입력 2015.06.25 14:24 수정 2015.06.25 16:37        이홍석 기자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 토론회

신장섭 교수 "투기자본 공격 방어 위해 과도한 재벌 규제 개선해야"

2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 엘리엇-삼성 분쟁이 주는 교훈'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데일리안 이홍석기자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미국계 벌처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포퓰리즘을 악용한 '국제 알박기 펀드'라는 맹비난을 쏟아냈다. 또 엘리엇 사태를 국익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투기자본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과도한 재벌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 엘리엇-삼성 분쟁이 주는 교훈'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엘리엇과 같은 투기자본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엘리엇은 '벌처펀드'의 선구자이자 국제 '알박기' 펀드로 행동주의 펀드의 극단에 서있다"며 "개발사업 전체를 볼모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집단과 같으며 포퓰리즘을 악용해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 "시장가격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할때는 누가 시장가격을 조작하는 것인가를 따져봐야 한다"며 "시장에 의해 형성된 가격을 저평가 됐다며 이를 해소하겠다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행태는 주자를 조작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엘리엇이 행동주의 펀드답게 포퓰리즘을 통해 대중의 이익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엘리엇과 같은 투기 자본에 쉽게 공격을 당하는 것은 한국의 기업 관련 정책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데 그 원인이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도한 규제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정거래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경영권 승계에서도 가장 비우호적인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면서 "강력한 반재벌 정서에 전문경영을 선호하는 이상향적 기업관, 이상주의적 경제민주화 논리가 결합되면서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의 허상에서 벗어나 세계경제 상황과 한국경제의 실제를 반영한 보다 현실적 기업관에 기반을 두고 재벌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포이즌 필'과 같이 투기자본의 공격에 방어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에 1주 1의결권 원칙을 지나치게 강제하면서 단기적으로 유입되는 투기자본의 공격에 허술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등의결권은 기존 대주주에게 의결권을 더 많이 줘 적은 지분으로도 경영권 유지를 가능하게 해 적대적 M&A 공세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게 해준다.

신 교수는 "유럽의 경우 35%의 기업에 차등의결권을 인정해 주고 있으며 미국도 임의 규정으로 회사가 차등 의결권을 발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구글도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차등의결권을 보유해 21.5%의 지분으로 73.3%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를 국익 관점에서 바라봐 줄 것을 과도하게 이상향화 돼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도 주문했다.

신 교수는 "엘리엇 사태는 주주들간 사익을 둘러싼 분쟁이 아니라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인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인 기업 관점에서 불필요한 규제 등 여러 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패널들은 전형적인 투기자본인 엘리엇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한편 이에 대비한 제도 개선을 당부했다. 한국이 외국 투기 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엘리엇과 같은 투기자본이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며 겉으로는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는 고율배당과 블록세일로 6조8184억원을 챙겼지만 다시 한국정부를 상대로 5조1000억원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반기업 반재벌 정서도 한국을 외국 투기자본의 봉으로 만들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적 결함,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지배구조개선이 아닌 투기자본의 힘을 빌리다가는 국부유출과 기업투자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다수의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들을 공격해 왔지만 아직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엘리엇은 주주제안을 통해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변경까지 요구한 것은 단순히 '먹튀'만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며 "주식이동이 자유로운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에 한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약점을 이용해 한 건 올리려는 단기적 재무적 투자자에 대해 다양한 대안이 기업에 허용됨으로써 합병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주주가치 제고가 조화돼야 한다"면서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사전에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운 만큼 선관주의 의무를 총죽하기 위해 소수주주를 어느 정도 보상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은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보호에도 전향적인 제도와 법의 제정이 필요함을,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은 편법적 경영권 상속과 기업사냥꾼의 기업 약탈을 모두 막을 수 있는 재벌그룹 상속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함을 각각 지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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