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표 뱀파이어 '밤을 걷는 선비' 출발은 좋은데
인기 원작 바탕으로 한 조선판 판타지 멜로 사극
이유비·김소은·이수혁·심창민 등 젊은 배우 출연
뽀얀 피부와 붉은 입술, 조각 같은 이목구비. 여자보다 더 예쁜 '뱀파이어 선비'가 안방극장에 등장했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뱀파이어는 사극에 강한 배우 이준기가 맡았다. MBC '밤을 걷는 선비'를 통해서다.
7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밤을 걷는 선비' 제작발표회는 취재진과 많은 팬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한류스타 이준기·심창민 덕분일까. 제작발표회장 주변에는 팬들이 준비한 선물들이 즐비했다.
'밤을 걷는 선비'는 만화 원작이 워낙 인기가 높았던 터라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드라마는 판타지 멜로 사극을 표방, 격랑 속에서 연인과 벗을 잃고 뱀파이어가 된 선비 김성열(이준기)과 부패한 권력의 배후인 악한 뱀파이어 귀(이수혁)의 대립을 그린다.
'해를 품은 달', '기황후'의 이성준 PD가 연출을 맡고 '커피프린스 1호점'을 집필한 장현주 작가가 대본을 집필한다.
이 PD는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기존 사극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만화엔 없는 인물 혜령과 멜로 라인을 추가했다. 다소 식상한 소재인 뱀파이어 소재를 재밌게 다뤘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엔 이준기 이유비 김소은 이수혁 심창민 등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 PD는 "사극의 무거운 이미지를 바꾸려고 청춘 스타들을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은 조선판 판타지 멜로 사극답게 화려한 CG(컴퓨터 그래픽)가 돋보였다. 이 PD는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얻었다"고 자신했다.
'화정', '징비록' 등 최근 방영 중인 사극과 다른 점을 묻자 그는 "두 작품의 이야기는 크고, 무거운데 '밤을 걷는 선비'는 가볍고 '달달한' 이야기다. 청춘 멜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영화 '왕의 남자'와 SBS '일지매', MBC '아랑사또전', KBS2 '조선총잡이' 등 다수의 사극에 출연한 바 있는 이준기가 주인공 김성열 역을 맡았다.
김성열은 출중한 외모에 문무를 겸비한 조선의 재원으로, 벗인 세자와 함께 백성이 행복한 나라를 꿈꾸지만 격랑 속에서 연인과 벗을 잃고 뱀파이어가 되는 선비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슬픔을 숨긴 채 절대 악에 맞서 오랜 세월을 '밤선비'로 살아간다.
사극 전문 배우인 그도 '뱀파이어' 캐릭터는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인기 있는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부담이 됐어요. 예전보다 나이를 먹어서 '예쁜 뱀파이어'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고요. '왕의 남자' 때는 탱탱했던 외모를 자랑했는데 이젠 시간이 흘러 예전 같지 않아요(웃음)."
이준기는 "외모보다 연기 열정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도록 노력했다"며 "시청자들이 '이준기가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라고 느낀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밝게 웃었다.
통통 튀는 발랄함이 무기인 이유비가 이준기의 상대 역 조양선으로 분한다. 남장을 한 책쾌(서적 중개상)로 심성이 곱고 정이 많은 양선은 '달빛거사'라는 필명으로 언문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지망생이다.
이유비는 "첫 주연인데 좋은 캐릭터를 맡게 돼 제작진께 감사드린다"며 "많이 부족한데 언니 오빠들이 도와줘서 잘 촬영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김소은은 김성열(이준기)의 정혼자인 이명희와 양반집 규수 최혜령 1인 2역을 연기한다. 속을 알 수 없는 도도한 규수로 청초하고 단아한 외모를 지녔다.
김소은은 "원작에 없는 캐릭터라 어려웠다"며 "외적으로 달라 보이도록 노력했고, 연기톤, 표정 등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제게 명희처럼 여성스럽고 차분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어쩔 땐 혜령처럼 도도하기도 하고요."
모델 출신 이수혁은 인간 세상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악한 뱀파이어 '귀'를 맡았다. "귀라는 인물은 존재할 수 없는 캐릭터인 것 같아 부담스러웠어요. 캐릭터를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었는데 제작진이 절 믿어줬죠. 겉모습은 원작과 다를 수 있지만 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도록 노력 중입니다."
동방신기 심창민은 극 중 왕위를 이어받을 세손 이윤 역을 맡았다. 하루라도 여인을 품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바람둥이로 명석함과 치밀함을 갖췄다.
심창민은 "좋은 제작진,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 첫 사극이라 어려웠는데 주변에서 도와줬다"고 했다. 그는 연기 활동 중인 유노윤호를 언급하며 "우리 둘 다 시작하는 단계"라며 "서로 격려하면서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희진은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의 심복이자 기생 수향으로 분한다. 이들 외에 이순재 김명곤 손종학 정규수 등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중견 배우들이 출연해 힘을 보탠다.
한편 9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첫 방송한 '밤을 걷는 선비'는 시청률 7.7%(전국 기준)를 기록, 수목극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10.8%를 기록한 SBS '가면'이 차지했고, KBS2 '복면검사'는 5.9%를 나타내 3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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