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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정치' 김정은도 허리 고개 90도로 숙이는 곳은?


입력 2015.07.09 08:17 수정 2015.07.09 08:26        목용재 기자

북한 주민 목숨과 맞바꾼 '금수산태양궁전'

"그거 만들 돈 있으면 식량문제 해결했을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동지께서 김일성 동지의 서거 21돐에 즈음하여 7월 8일 0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라고 보도했다.노동신문 캡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탄생일·사망일 등 북한의 주요 명절 때 마다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가 김일성·김정일 입상을 향해 90도로 머리를 숙인다. 북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북한 최고의 성지라 일컬어지는 태양궁전은 북한의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최고위층 인사들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대아사시기에 북한 주민들의 고혈을 짜내어 지은 시설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을 받고 있다.

8일 통일부와 북한 매체에 따르면 금수산태양궁전은 지난 1973년 3월 ‘금수산의사당’이라는 이름으로 착공돼 김일성 탄생 65주년인 1977년에 준공됐다. 김일성의 관저로 사용됐기 때문에 ‘주석궁’이라고도 불렸다.

의사당은 김일성 사망 1주기인 1995년, 김일성의 시신을 영구보존 처리한 ‘미라’를 안치하기 위해 확대 및 개보수되면서 ‘금수산기념궁전’으로 개칭됐다. 문제는 금수산기념궁전으로 확대·개보수 했던 시기가 북한 주민들의 대아사시기와 맞물려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였던 황장엽 전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의 저서인 ‘북한의 진실과 허위’(시대정신)에 따르면 김일성 생존 시절의 의사당을 금수산기념궁전으로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당시 8억9000만 달러가 소요됐다. 여기에 러시아 전문가들을 초청해 김일성의 시신을 영구보존 처리하는데도 100만 달러가량 투입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재탄생한 금수산기념궁전의 총부지 면적은 350만㎡, 지상 건축면적은 3만4910㎡, 광장 앞마당 넓이는 한번에 20만 명이 운집할 수 있는 10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장은 화강석 70만개를 20여 가지 모양의 규격으로 다듬어 깔았다고 전해진다.

당초 의사당은 유럽식 궁전을 모방한 건물이었으나, 김일성의 시신을 안치한 금수산기념궁전이 되면서 중앙홀에 김일성 초상화와 김일성 입상을 세웠고, 궁전 앞 광장은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을 의미하는 규격인 너비 415(4월15일 김일성 생일)미터, 길이 216(2월 16일 김정일 생일)미터로 돼있다.

1990년대 중후반, 굶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의 목숨과 김일성 우상화 시설을 맞바꾼 셈이다.

이와 관련 황장엽 전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인 ‘북한의 진실과 허위’를 통해 “북한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까지 식량 원조를 주고 있는 조건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하여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탕진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면서 “8억 9000만달러면 강냉이를 적어도 600만톤 이상 살 수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황 전 위원장은 “북한에 식량이 매년 200만 톤씩 모자라는 것으로 보아도 600만 톤이면 3년동안은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북한 ‘영도자’가 가지고 있는 그돈을 누가 벌어다 주었는가. 그것은 다 인민의 피와 땀”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2012년 2월에는 ‘금수산태양궁전’으로 개칭됐고 또다시 관련 시설에 대한 보수작업이 진행된다. 김정일의 사망 1주기인 2012년 12월 17일에는 ‘금수산태양궁전’이라는 이름으로 개관식이 진행되면서 궁전 내부에 김정일의 시신 안치와 입상 설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궁전 앞 광장의 공원화 작업과 김정일 시신 영구보존 작업 등 김정은 체제도 여전히 북한 주민들의 생활 보다도 북한 로열패밀리 우상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본보에 “김정은이 집권하자마자 (궁전을) 보수했고 보수가 완료된 12월 17일 개관식을 했다”면서 “궁전 앞 광장도 새롭게 꾸미고 공원조성까지 진행하면서 광장을 공원화했다. 궁전 시설과 시신에 대한 유지비, 건축비, 개보수비 등은 추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과 2003년, 두 차례 금수산기념궁전을 방문한 바 있는 탈북자는 본보에 “해설원이 억만금이 들더라도 만년대계로 해야 한다며 세계 최상의 것으로 꾸렸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김정일의 충성심과 효성을 칭찬했던 것인데, 그 돈이면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아들의 충성심 때문에 진열대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김일성도 참 불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회고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동지께서 김일성 동지의 서거 21돐에 즈음하여 7월 8일 0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라면서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이시며 민족의 어버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에 대한 다함없는 그리움이 차넘치는 주체의 최고성지 금수산태양궁전은 경건하고 숭엄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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