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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시장은 지금 청사에 안계십니다"

  • [데일리안] 입력 2015.08.10 08:45
  • 수정 2015.08.11 15:17
  • 이종근 기자 (myjockey@nate.com)

<지자체장 릴레이 인터뷰⓷-대구>탁상 물리고 현장소통

"협업으로 갈 때만이 행정이 시민에게 봉사할 수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권영진 대구시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권영진 대구시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대구시청을 찾아 가는 길. 네비게이션을 의심했다. 분명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경로 안내를 마칩니다"는 임무완수를 알리는 소리와 함께 네비게이션은 소임을 다했는데 차에서 내려보니 시청으로 보이는 건물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근대식 건물이 있긴 했지만 그곳은 대구시의회 현판이 붙어 있었고 그 옆에는 이동통신 회사 혹은 철도회사로 느껴지는 오래된 현대식 건물이 서있을뿐이었다.

대구시청은 바로 그 초라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시청사로 못알아봐서 미안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구청 건물이나 수도권 지자체 청사 건물들만 머릿속에 입력시켜 놓은게 미안했다. 내부로 안내받아 기다리는 대기실은 'ㄷ'자로 의자들이 놓여있고 벽엔 역대 대구시장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솔직히 그 방의 느낌도 '응답하라 1960'이었다.

인터뷰 장에 들어선 권영진 시장은 국회의원 시절보다 훨씬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악수를 하자마자 시정 얘기며 시민들의 반응 얘기며 묻기전에 반박자 빠른 이슈주도형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그를 만나서야 또 인터뷰 후 만난 대구시민들의 정서를 알고서야 시청사의 초라함이 허세를 뺀 질박함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때는 대한민국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섬유산업의 심장부였지만 지금은 재정 위기 지자체로 행정안전부로부터 재정 위기 등급을 '주의'로 지정받기도 하고 동생(?)이었던 인천시가 인구 면적이 앞선다며 서열(?)을 바꿔야한다고 치받는 상황이다. 더구나 고향이 대구인 대통령이 연이어 집권하고 있는데도 막상 경제가 나아지는게 없다며 역차별이라고 소외감을 나타내는 분위기가 만연해있다.

권 시장은 이런 상황에서 친박이 아니었는데도 경선에서 당당히 이겨 마침내 대구시장이 됐다. 그리고 그는 대구시민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졌다. 여기서의 내던짐이란 그야말로 개인적 삶의 포기다. 그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한다. 그에게 휴일은 시장으로 당선되고 지금껏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문제의 핵심을 찾아 스스로 부딪쳐나갔다. 메르스 사태때도 마찬가지였다. 뒤늦게 공무원이 2차 감염환자로 밝혀지자 그 환자와 7시간에 걸친 전화를 통해 그의 행적을 추적하고 공개와 동시에 후속조치를 신속히 단행했다. 그 환자가 들렀다는 한 재래시장은 나중에 공무원들과 끊임없이 찾아가 물건을 팔아주고 음식을 사먹었다.

시장에 당선됐다고 의자 바꾸고 책상 바꾸고 청사 세우고 이런 것을 하라고 시장에 뽑아준게 아님을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반복된 현장 민원 청취는 시정에 대한 믿음으로 돌아왔다. 그는 그래서 퇴임후에라도 자신이 대구시민 편이었다고 시민들이 기억해주는 그런 시장이 되려고 한다.

- 오랜만에 얼굴 뵙는데 최근들어 많이 힘드신 것 같다. 여의도에서 뵐 때보다 수척해지셨다.

“빠졌다 붙었다 한다.”(웃음)

-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소회부터 여쭤보려고 했는데 대구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뒤늦게 언론에 관심을 많이 받았다. 상당히 선도적으로 대응했다고 들었다.

“전염병에 대한 정부와 국가차원의 관리시스템이 문제가 있다. 그로 인해 대응하는데 있어 정부가 상당히 불신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지방정부 차원에서 더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에 상당한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메르스 위험병원을 방문했던 사람들에 대한 리스트가 지방으로 제때제때 내려왔으면 아마 서울차원에서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안 되다보니까 지방으로 다시 내려온 환자들이 대한 대응이 늦었다고 본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에 다녀갔던 우리 대구 확진환자 같은 경우 이미 5월 27일, 28일에 삼성병원 응급실을 다녀왔다. 같이 갔던 누나가 6월 2일 충남대병원에 의심환자로 들어가고 10일 확진한자로 판명됐다. 제일 먼저 접촉자로 의심환자로 통보가 왔어야하는데 통보가 오지 않았고, 입원환자는 잠복기간 14일 넘기고 16일 만에 발병을 하게 됐다. 그렇다보니 시민들의 불안해하고 격리되기까지 17일 동안 목욕탕이니 뭐니 온 동네를 다 헤집은 판이 됐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불안이 굉장히 컸고 또 한편으로 확진환자가 공무원이었다는 것 때문에 시장으로 참 곤혹스러웠다.”

- 그래도 대구의 경우 지역 사회와 의료 단체장들과의 협업이 잘 진행되었다는 평이다.

“그렇다. 우리지역에는 ‘메디시티 대구협의회’라고 주요 의료기관들과 의료단체장들 그리고 시청이 굉장히 협력을 잘 해왔다. 그런 협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지방 차원에서 신속하고 훨씬 더 철저한 대비책을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중앙에서는 당초에 병원공개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저희는 이미 6월 5일 확진환자가 발생하기 전부터 대책회의를 통해 대구에서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대구의료원을 격리 치료하는 병원으로 지정하는 등 대책을 세워뒀다. 이 때문에 확진환자 발생직후 대구의료원에 격리시켰고,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뒤 12일간 대구에서 들렀던 식당·노래방·경로당 등을 실명으로 다 공개했다.

물론 실명 공개로 시장이나 식당 등은 상당부분 영업손실을 봤지만 실명공개 이후에 정말 많이 떠돌던 악성유언비어라든지 시민불안과 동요가 상당부분 잠재워지며 조금은 질서 있게 메르스 사후대책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앞으로 중앙정부차원에서도 주기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외래에서 들어오는 전염병에 대한 체계도 갖춰야 되겠지만 지방정부차원에서도 정말 철저히 대비해야겠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힘들었지만 이번에 겪었던 고통이 큰 약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 말씀하셨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상당한 과정을 겪으셨다. 결국은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교훈으로 남겨야 하는데, 이번에 중앙정부가 가장 문제가 됐던 일은 무엇으라고 생각하는가.

“여전히 근본적인 것은 시스템의 문제다. 첫 번째는 사스나 신종플루, 메르스를 보면 일반적으로 6년에 한번씩 외부의 신종병이 대한민국에 오는데 이러한 것들에 대한 기본적인 사전연구와 대비체제를 갖추는 시스템이 안되어 있으면 앞으로 혼란이 계속 될 것이라고 본다.

두 번째는 확산방지와 관련해 환자관리와 접촉자 관리에 대해 굉장한 문제가 있다. 저희가 해보니까 환자와 접촉했던 사람들의 리스트를 뽑거나 동선을 파악할 때 밤새워서 동선을 확인했다. 7가지 조사를 했는데 환자 자체진술을 제가 직접 가서 받았다. 환자가 격리되자마자 환자와 한 시간 동안 ‘이제부터 당신의 얘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당신이 기억나는 대로 당신이 거쳐 갔던 동선, 만났던 사람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다 털어 달라’고 해서 진술을 받으며 동선과 접촉자에 대한 1차적인 것을 조사했다. 그 다음에 의료진들이 총 4번에 걸쳐 환자에 대한 진술 받았다. 그 진술을 토대로 등장하는 장소와 접촉한 사람들을 역으로 확인해 작업했다. (권 시장이 환자의 진술을 받은 것은 기본 장비를 다 갖춘 후 병실 외부에서 화상 전화를 통해 이뤄졌다.)

그 다음에 환자가족들과 동사무소 직원들에 대해 추가적인 진술을 받으면서 환자의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하는 작업을했고 그것도 부족할거 같아 (환자의) 카드전표를 입수해서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갔다 온 이후부터 카드전표 기록 확인과 휴대폰 위치추적조사, CCTV 분석까지 했다. 이를 통해 거의 24시간 만에 환자의 동선과 접촉대상자들을 확인하고 거기에 따른 조치, 아울러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공개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 초창기에 정부가 병원을 감춘 것이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더 키운 셈이다.

세 번째는 메르스가 공기를 통해 전염이 되는 게 아니라 그 진원지가 병원이라는 분석이 나오지 않는가. 병문안 문화나 응급실 관리체계 등 병원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상당부분 과감한 예산이 수반될 것이다. 더구나 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이 부족하다보니 국민 모두 과잉우려에 의한 혼란이 굉장히 컸다고 본다. 그게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심각했다.”

- 지난해 세월호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경제가 심각하다.

“정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를 막으려면 병에 대한 실체와 전염되는 경로, 그리고 환자발생 상황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고 정직하게 공개하는 것만큼 좋은 정책은 없다. 그게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배우게 된 것이다. 대구 역시 그런 대책을 세웠기 때문에 그나마 빠른 대책이 세워진 것이다.

특히 대구는 지방단위의 메디시티협의회를 평소에 잘 구성하고 대비한 게 주요했다고 본다. 사실 시장이나 행정공무원들이 책임은 있지만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다. 순간순간 상황을 계속 결정하고 판단하는 데 굉장히 도움을 받았던 게 대구에 있는 전염병 자문단들 12명이다. 감염내과전문의 중심으로 그분들이 같이 회의하며 순간순간 판단하는데 엄청난 도움 받았는데 이런 체제들을 지역단위로 갖춰 놔야한다.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하고 이런 많은 교훈을 얻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에 또 흐지부지 지나가면 이런 사태 또 반복된다.”

-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간에 또한 중앙정부이든 지자체든 그 장이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과 국민이 알게끔 해서 안심시켜야 하는데 그 부분이 제대로 안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초기에 중앙정부가 실패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정부와의 회의 내용을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은 사실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지방정부를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박 시장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저희도 똑같이 겪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었느냐면 확진환자에 대한 1차 검사를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15일 4시에 했다. 중앙정부에서는 발표하지 말라는 것이다. 확진환자에 대한 발표는 질병관리본부에서 검사를 다시하고 발표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16일 새벽 6시가 되어서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15일 오후 4시부터 시작해서 우리는 언론이나 시민들에게 사실을 얘기하지 못하는데 그 사이에 숨긴다고 해서 감춰지느냐, 오히려 그 사이 엄청난 유언비어와 정부뿐 아니라 대구시에 대해서도 불신이 증폭됐다.

대구시는 시민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으며 정부지침을 따랐는데, 역으로 놓고 보면 병원공개부터 시작해 확진환자 발표까지를 중앙정부가 다 통제하면서 현장사정을 너무 모르고 대응한다.

물론 중앙 방침이 잘못됐다고 지방정부마다 자기 판단에서 계속 공개하면 전국적 통제망이 필요할 때 굉장히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구는 시민들로부터 비판을 감수하며 중앙정부의 전체적 일관된 지침을 손해보며 따랐지만 앞으로는 중앙정부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오히려 그런 부분은 지방에게 권한을 줘야 된다. 지방에 권한을 줘서 신속정확하게 정보가 현장에서 시행되고 알려질 수 있도록 해야 신뢰형성이 되고 일사분란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권영진 대구시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권영진 대구시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중앙정부 통제만으로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 못지켜, 지방에 권한을 이양해야”

- 미국의 CDC(질병통제센터)를 봤더니 해당 주정부의 보건소가 할 일이 있어 오히려 CDC가 개입을 잘 못한다고 하더라. 현장에서는 보건소가 가장 정확히 아니까 그렇다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 보면 시장님 말씀처럼 지방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권한을 대폭 줘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보면서 느끼는 게 우리가 국가 경영시스템을 다시 짜야 된다. 분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는 중앙정부의 통제만으로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도 없을 뿐더러 국가발전에 도움 안 된다. 중앙정부 권한을 과감히 지방에 이양해줘서 지방의 힘이 나라의 힘으로 되는 시대로 가지 않으면 국가 전체적인 성장전략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도 중앙정부에 집중된 행정력과 국가 경영방식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게 입증됐다.

이걸 메르스 사태 하나로 보지 말고 복지영역, 교통영역 등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도 과감하게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시켜야 한다. ‘지방분권 대한민국’이 결국 장기적 국가발전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그러한 국가경영시스템이란 데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메르스 사태뿐만 아니라 복지 등 모든 문제에서 반복 될 거다. 이 부분이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얻어야 될 교훈이다.”

- 지자체장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경제도 그렇고 수도권에 대한 상대적 상실감이 있다. 그 어느 곳보다 대구 역시 많이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이명박 정부 이어 박근혜 정부 등 대구에서 대통령도 연이어 나왔는데 상대적으로 대구시의 발전은 더디다. 1년 동안 이에 대한 고민은 없었는가.

“그런 상실감을 극복하는 게 제일 우선이었다. 사실 우리 대구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정치경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만든 중심이다. 그럼에도 우리 스스로의 희생이 없었으면 이뤄지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굉장히 대단하다. 그에 반해 현실 대구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낙후되고 뒤쳐졌다는 자괴감, 높은 자부심과 현실이 주는 자괴감 사이의 갭이 굉장히 크다. 그것이 한편으로 상실감과 좌절감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오히려 이런 것을 토대로 다시 한번 해볼 수 있다는 ‘가능하다’는 분위기로 전환시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큰 혁신의 정신적 의미다.”

- 어떤 방법으로 이러한 갭을 줄이고 혁신으로 나갈 것인가.

“우리 대구의 역사성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 돌아보고 우리가 그동안 이루었던 긍정의 힘으로 계속 이루어 나가는 것, 그리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혁신하는 ‘혁신’과 ‘창조’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지방공동화 현상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대구 역시 스스로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 철저하고 더 치열하게 경쟁대열에 서야 한다. 그 최고책임을 바로 우리 공직사회가 져야한다. 공직사회 혁신을 바탕으로 시정혁신을 하고 이를 통해 시 전체 문화를 바뀌고 분위기를 바꾸면 대구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시장인 저부터 솔선수범해 주말도 없이 모든 민생현장과 시민들 삶의 현장에 쫓아다니고 때로는 시민들을 위로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때로는 시민들을 설득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 바탕위에서 공무원들에게도 끊임없이 사명감에 대한 교육과 일하는 방식, 문화를 바꾸는 일들을 하나하나 실천하고 마지막으로 이걸 제도화하고 시스템화하는 일들을 1년 동안 해왔던 시간이었다. 지난 1년은 대구 혁신과 창조 대구를 위한 시동을 건 시간이었다. 이제 남은 3년 동안은 가속도를 내서 이 변화가 시민 속에 체험 할 수 있는 성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제다.”

-권 시장의 현장소통은 충분히 자랑할 만하다고 본다. 현장에서 시민들의 반응, 그리고 그 변화가 느껴지는가.

“그렇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현장소통 시장실’에 대해 90% 이상 시민들이 찬성하고 좋아한다. 현장에 나가보면 결국은 공직 혁신, 시정 혁신이 중요함을 더 깨닫는다. 특히 세가지 큰 틀에서 ‘현장소통’을 진행하는데 우선 현장 시정이다. 책상에 앉아 규정절차만 따지는 행정이 아닌 현장에 가서 시민들의 불편과 억울함을 듣고 그걸 현장에 맞게 해결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소통과 혁신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더 발전해 ‘협치’로 가야된다. 협치는 같이 결정하고 같이 책임지는 것으로 관치도 문제지만 관에 의존적인 문화를 가지고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없다. 시민들이 이 공동체에 스스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된다.

마지막으로 협업이다. 협업은 우리 시청 내에 각 실별로 칸막이를 걷어내고 공동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고 좀 더 넓게 가면 여기 와있는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기관들이 협업하는 것이다. 더 넓게 가면 공기업들과의 협업도 있다. 그런 단위들을 계속해서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시청에서는 시장단 회의나 관련부서들이 같이 모여서 결정하는, 일을 하는 방식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는 계획단계부터 협력하는 부서들이 어떤 부서이고 또 인사에 있어서도 자기만 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가 일 잘하도록 누가 잘 도왔는지도 인사의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다.

규제개혁 문제 역시 대구는 규제개혁 합동회의를 한다. 대구시청과 관련된 국가기관들 경찰, 노동청, 중소기업청 이런 기관들이 다 같이 모여 지역단위에서 우리가 규제완화를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 그리고 기업지원과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올 초에 우리가 기업지원 박람회를 했는데 62개나 되는 지원기업이 다 한자리에 모여 시민들에게 우리가 지원하고 있는 일들을 공개하고 협업 시스템을 짜는 쪽으로 하는 등, 이런 모든 것을 현장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권 시장은 지난해 7월 15일 칠성시장에서 처음 현장소통 시장실을 연 이후에 모두 57차례에 걸쳐 ‘현장소통 시장실’을 열었다. 또한 현안 관련 건의 262건을 받는 등의 성과를 이끌었다. 지난 3월에는 청사 앞에서 버스노선 개편에 반대하는 대구 시내버스노조의 집회 현장을 전격 방문, 준공영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 노조 측으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 현장을 이렇게 일일이 챙기는가.

“그렇다. 이런 협업체제로 갈 때 결국 행정이 시민에게 봉사하는 협업으로 갈 수 있다.”

- 초창기에 시민들은 시장의 모습을 하나의 이벤트 아니냐 하는 시선으로 봤을 것 같다. 사실 갈등이란 것은 누가 옳고 그른 문제라기보다 너무나 세분화 되어 있어서 누구 편을 쉽게 들어 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만 들어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해결책이 나와야 불만이 안쌓이는데 과연 현장소통에서 얼마나 해결해 줄 수 있는가, 그 갈등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답을 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시민들이 상당수 만족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결방안이 나왔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해결방안도 많이 나왔지만 때로는 시민들을 설득한다. 정치와 행정이란 걸 하다보면 가슴 아픈 일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전체를 위해 때로는 개인들이 억울함을 겪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노후된 주택지역을 재건축할 때 모든 사람들이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도 70% 동의를 받으면 진행할 수 있는데 또 그중에는 자기가 동의할 수 없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나올 수도 있다.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대구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데, 현장소통 시장실 운영하며 감동적이었던 게 국가산업단지 조성문제다. 대구가 그동안 인구에 비해 산업기반이 굉장히 취약했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산업단지가 하나도 없었는데 2008년도에 국가산업단지가 지정 돼서 조성 중에 있다. 그런데 처음엔 정부나 대구시가 1억 60만평을 일괄적으로 보상하고 일괄 개발하겠다고 해서 준비했다. 그런데 LH공사가 이 사업을 맡아보니 너무 자금력이 부족해 1단계, 2단계로 나눴다. 1단계로는 이미 분양이 3분의 2까지 육박하는 쪽으로 진도가 나갔다.

그런데 6년 동안 2단계에 재수 없이 걸린 사람들은 아직도 보상은커녕 굉장히 낙후된 주거환경에서 살아야 되니 이분들은 저한테 해지해달라고 계속해서 요구한다. 그들의 요구는 당연하지만 만약에 해제해버리면 그나마 대구가 생산기반이 취약해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터전들이 없어지기 때문에 설득해야 한다. ‘여러분의 희생과 인내를 바탕으로 대구의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는데 그동안 6년간 정말 잘 참아주셨다. 6개월만 더 참으면 제가 약속하겠다. 금년도 하반기부터는 2단계 보상작업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득했는데, 대구시민들이 끝까지 자기 이익만 찾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현장소통 시장실은 내가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있지만 오히려 내가 시민들께 많은 위로를 받고 시장운영에 대한 자신감 얻는 자리다.”

권영진 대구시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권영진 대구시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열정이 많이 느껴진다. 시장님이 그렇게 하루도 쉬지 않고 현장에서 열정을 보이면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힘들텐데.

“공무원들한테 얘기하는 게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착각하기 쉬운 게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이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시장직도 4년 동안 시민의 권리 위임을 받았고 공무원들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정년이 보장되는 한정기간 동안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다. 그 모든 권한은 내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으로 공직생활을 하면서 무엇을 보람으로 느낄 것인지, 무엇을 남길 것인지 보자고 한다. 좀 고생하고 힘들더라도 권영진 시장과 함께 우리가 보람을 얻는 그리고 자랑스러운 공무원이 되자고 설득한다. 공무원 식구들이 함께 잘해준다.”

- 말씀을 듣다보니 국회에서 소장파 시절에 보았던 것보다 더 기운이 많이 느껴진다. 소장파 시절을 지금 돌아보면 어떤가.

“그때는 그때의 소명을 다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가 했던 소장파, 쇄신파, 개혁파. 제가 미래연대부터 시작해서 민본까지 19대 국회까지 그래도 당내에서 손가락질 받고 때로는 왕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불이익도 받으며 그걸 극복해왔다.”

- 그 불이익은 시장 경선에서 충분히 극복했다고 보인다.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당내 평을 뒤집었다. 지금 새누리당이 굉장히 갈등이 많은데 보면서 느끼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나도 정치하는 사람이지만, 우리 정치가 기본적으로 남 탓을 할 수 없다. 결국은 자기 성찰적으로 돌아봐야하는데 물론 제가 국회의원 하던 시절도 좋은 정치를 못 만들어갔다. 내가 지금 국회의원이 아니라고 해서 지금 국회의원을 하는 사람, 개인을 욕하거나 그런 건 이율배반이라고 본다. 국민이 보는 정치란 게 결국은 국민들이 있기 때문에 정치가 존재하는 건데 지금 우리 정치는 구조적으로 국민이 없는 정치를 하고 있다. 결국은 개인과 정파만 갖고 정치를 하려고 하는데 대구 내려올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10년 동안 서울에서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고 소장파, 쇄신파, 개혁파를 했지만 실제론 정치를 한 발짝도 못 바꿨다. 그럼 결국 정당을 바꿔야한다. 개인은 아무리 물갈이를 많이 하더라도 정당이라는 기본 틀이 바뀌지 않고는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기 어렵다 생각한다. 결국 우리 정치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이라는 거대 양당이 장악하고 있다. 저는 새누리당에 몸을 담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혁신은 저한테 주어진 소명이었고 그런 면에서 개인이 정치를 바꾸겠다는 건 너무나 한계가 있다.

결국 정당을 바꾸려면 새누리당은 영남 중심의 정당으로 영남의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거다. 대구시장을 도전하겠다는 결심을 할 때 모든 사람들이 ‘택도 없다’ 했는데 영남사람들이라고해서 이런 정치를 좋아할까하는 생각을 했다. 시민들 역시 변화와 혁신에 대해 부글부글 끓는 그런 생각이 있지 않을까, 또 한편으로는 시장이 안되더라도 변화와 혁신 의지로 부글부글 끓는 민심에 그걸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해서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구정치에서 경쟁의 새바람을 일으킨다면 내가 시장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의미 있다는 생각을 갖고 내려왔다.

시민들께서 놀랍게도 나를 시장으로 선택까지 해주셨다. 그러한 대구시민들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열망을 얼마큼 시정으로 담아낼 수 있느냐는 게 저한테 주어진 또 다른 소명이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대구시장은 그냥 행정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한다’ ‘정치적 행보를 해야된다’ 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많지만 대구시장은 그렇게 정치적으로 폼을 잡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3년 적어도 이때는 정치적 폼을 잡지 않고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대구만 생각하며 그렇게 일을 하겠다. 그래야 저를 통해서 대구의 변화 그리고 대구정치에 많은 변화를 시민들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대구정치 또는 영남정치가 바뀌거나 변화가 보이는가.

“내 당선부터 시작해서 이게 변화의 시작이라 본다.”

- 대구에서도 상대 당 의원이 한 사람 나와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영남에서 새정치 의원 한명 된다고 정치가 바뀔까. 중요한 것은 지금의 정당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큰 틀에서 보면 진영논리 속에는 이념과 지역, 계파 이런 걸로 정치가 다 구성 돼 있으니까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인데 개인, 혼자만으로는 안된다고 본다. 생각해보면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바뀌지 않는데 호남에서 새누리당 의원 한명이 됐다고, 영남에서 새정치 의원 한명이 된다고 정치가 바뀌겠나. 그래서 정당혁신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치를 바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당부터 바꾸라고 얘기하고 싶다.”

- 그게 가능하겠나, 10년을 소장파로서 사실 그렇게 부딪혔는데도 힘들지 않았나.

“그렇게 하려면 안에서 제도개혁 투쟁을 해야 된다. 우선 큰 틀에서 공천제도와 선거제도도 바꿔야 한다.”

- 오픈 프라이머리 같은 것인가.

“그게 오픈 프라이머리이든 클로즈 프라이머리든 괜찮다. 지역사정에 맞게 하면 된다. 대신 공천심사위원회를 통한 밀실공천을 완전히 차단하는 개방형 열린 공천제도가 완전히 뿌리내려야한다. 이것을 정치권이 합의해야 된다. 그리고 그것에 합의하지 않는 정당은 우리 정치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된다.

두 번째는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아직도 지역주의 고리를 끊는 게 너무 힘들다. 제가 19대 국회의원하면서 시종일관 주장했던 것이 도농 복합 중대선거구제(농촌은 지역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도시는 중대선거구를 하자는 것)다. 인구 100만 이상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농촌지역은 지역단위 특성이 있기 때문에 너무 바운더리가 커지기 때문에 소선거구제로 가야 된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비례대표제를 늘려야 한다. 그렇게 일관되게 주장했던 사람인데 19대 국회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나는 이 두 가지 공천제도와 선거제도의 혁신이 결국 정당을 바꿀 것이라고 본다. 그럼 정치를 바꾸게 되고 결국 그게 정치를 바꾼 것이 된다. 개인 한명 잘난 사람이 국회의원 한 사람이 되고 안되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를 바꿔야 한다.”

- 대구 시민들에게 나중에 어떤 시장으로 남게 되길 바라는가.

“적어도 권영진 시장은 '내편'이었다는 것...”

- ‘편’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선거 때 시민들 속에 있는 시장, 시민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그게 바로 내편인 시장이다. 내편이라는 게 다른 편 내 편 이렇게 구분하는 편이 아니라 그래도 권영진 시장은 우리와 함께했던 내편을 들어주는, 내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함께하려고 했던 시장이다, 이런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인터뷰가 끝나고 시청사를 나오면서 생각했다. 권 시장을 만나려는 사람은 아마도 청사를 찾아오는 것보다 현장을 찾아가는게 더 빠를 것 같다고. 그는 공약대로 '탁상'을 물리고 '현장'에 집중하고 있다. 공과야 나중에 나오겠지만 현재까지 그의 결기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문득 다시 청사 건물을 뒤돌아보았다. 일제시대에 세워진 100년이 넘은 선교사의 집에서부터 김광석 거리까지 전현대가 멋드러지게 공존하고 있는 대구, 이제 옛 영화를 다시 찾으려는 의지를 붙태우며 활기차게 거리를 종횡하는 시민들속에서 바라본 대구시청사는 조금도 낡아보이지 않았다. 궁전처럼 새로 지은 지자체 청사들이 부끄러워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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