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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폭발은 정부의 자작극" 막가는 괴담천국


입력 2015.08.17 08:26 수정 2015.08.17 08:28        문대현 기자

국가 주요사안마다 끊이지 않는 유언비어 또 활개

전문가 "특단의 대책 필요" 일각선 "정부 불신 심각"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군 관계자가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살상용 목함지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군 당국은 성명을 통해 강력한 보복응징 의지를 천명하면서 북한에 대해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연합뉴스

북한이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목함지뢰 폭발 사건을 두고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밝힌 가운데 국내에선 '자작극이 아니냐'는 일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국내 굵직한 이슈마다 근거 없는 괴담이 떠도는 것은 끊임없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14일 정책국 담화를 통해 "군사분계선 남쪽 400m 지점에 있는 괴뢰 헌병 초소 앞에 자기 방어를 위해 3발의 지뢰를 매설하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우리 군대가 그 어떤 군사적 목적을 필요로 했다면 막강한 화력 수단을 이용하였지 3발의 지뢰 따위나 주물러댔겠는가. 증명할 수 있는 동영상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우리 합참은 북한군 총참모부 앞으로 보낸 전통문에서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는 북한에 대해 경고하며 "우리의 응당한 조치에 대해 무모하게 다시 도발한다면 가차없이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의 발표에 SNS 등 인터넷에서는 즉각적으로 음모론이 쏟아졌다. 이들은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음을 강조하며 우리 군이 일으킨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근거 없는 괴담이 유포되기 시작한 것이다.

네티즌 'go***'는 14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DMZ지뢰폭발은 아군의 연출이었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그는 "실제 (폭발) 영상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많다"며 "일반적으로 수색중 폭발이 발생하면 지뢰인지 수류탄인지 포탄인지 순간적으로 판단이 안되므로 모두 본능적으로 은·엄폐물을 찾으면서 산개하며 사격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영상 속의 병사들은 포화 속을 헤치는 터미네이터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환자를 운송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이건 말이 안되는 장면이다. 내가 보기에도 북한 주장처럼 연출같다"며 "애초 다른 지역에서 유실된 아군 발목지뢰가 폭발한 상황을 이용하여 북한 목함지뢰로 언플하기로 4일 후 NSC 회의를 한 듯 보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해킹이 개표조작 해킹으로 의심되는 이 시점에 조작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자살사건과 지뢰폭발사건이 대두됨은 다분히 의도적인 세력의 장난질로 보이는 것은 과연 나만의 생각일까"라고 덧붙였다. '아고라' 게시판은 진보 성향의 네티즌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앞서 10일 한 네이버 블로그에도 'DMZ 지뢰폭발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자작극이다'라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네이버 아이디 'kokk****'가 작성한 이 글에는 "지뢰폭발영상은 있되 지뢰를 심고 갔다고 하는 북한군이 나오는 영상은 없다"며 "공개한 지뢰폭발영상은 증거가 될 수 없으며 무지한 대중들을 분노케하기 위한 선동용 도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군의 소행이 아니니 그러한 영상 자체가 없다"며 "발견된 목함지뢰가 증거라고 하는데 우리 군은 이미 북의 목함지뢰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과 같게 만드는 건 아주 쉬운 일"이라고 우리 군의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것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불법 해킹사건을 덮기 위해 짜고 친 자작극"이라며 "군과 언론 등은 모두 이들의 똥개이다. 악의 세력들이 조작하면 조작하는대로 발끈하며 조종하는대로 움직여주는 것 밖에 못한다"고 맹비난했다.

근거 없는 괴담 수준의 '음모론'은 대형 사건·사고 때마다 제기돼 세상을 뒤흔들다가 어느새 조용히 사라지곤 한다. 몇 달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정국 당시 '공기로 감염된다', '한국이 긴급재난 1호 상황'이라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때는 국정원 요원이 폭발물을 터뜨려 가라앉혔다는 '국정원 침몰 유도설', 사고 해역 근처에서 훈련 중이던 미국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잠수함 충돌설', 북한군 잠수함이 침몰시켰다는 '피격설'까지 나왔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는 모두 낭설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2010년 천안함 폭침 때에도 같은 형태로 음모론이 제기됐다. 인양된 천안함 함미에서 어뢰 공격 흔적을 확인하고도 '잠수함 충돌설', '미국 격침설' 등이 인터넷상에서 떠돌았다.

계속되는 괴담에 네티즌 "또 시작이다", 전문가 "정부 신뢰도 높여야"

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괴담 유포에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질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종북좌파'의 행위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네티즌 'pcj2****'는 "인간의 상상력에는 정말 끝이 없구나.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고, 나사가 보낸 달 사진이 조작이라며 직접 보지 않았으면 함부로 주장하지 말라고 하면 답이 없지. 일일히 상대하지 말아야지"라며 "저 놈들이 선동질 해대면 똑같이 북북갈등 일으키자. 남에서는 그저 한 편의 허무 맹랑하고 안 팔리는 현대판타지로 끝나지만 북괴에서는 총살파티, 팀킬의 연속이다"고 비판했다.

'kimy****'도 "저런 기회만 있으면 북의 선전선동에 부화뇌동하고 우리 국민들 이간질시키고 남남갈등을 유발하여 국론을 분열시키는 놈들은 철저히 북의 지령을 받고 활동하는 인간들"이라며 "정부는 이런 패악질을 일삼는 인간들부터 깨끗하게 청소하지 않으면 정말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라고 분노했다.

또 다른 네티즌 'daki****'는 "다음아고라 여가는 극좌파에다 북괴 사이버전사 본부 아닌가"라고 비꼬았고 일부는 "이렇게 말이 나올 줄 알았다. 예견된 코스 아니냐?", "그럼 그렇지 드디어 시작이네"라는 의견으로 대응했다.

웹상에서도 말이 많은 가운데 전문가 역시 쓸 데 없는 괴담으로 국력을 훼손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정치학)는 1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오히려 지금 북핵 6자회담 등 북한과의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상황에서 자작극을 할 이유가 없다"며 "군사적 긴장관계가 심화되면 향후 남북대화도 어려워지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나 5·24 해제 조치 등 이런 것들에 방해가 되는데 의도적으로 자작극을 펼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을 덮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는 "만약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좀 더 치밀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다른 전략을 강구했을 것"이라며 "국정원 해킹 사건을 덮기 위한 방법 치고는 지뢰도발 사건은 굉장히 파장이 큰 일일 뿐 아니라 치밀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 주요 사안마다 괴담이 유포되는 것에 대해 "후진국일수록 국가의 불신 정도가 크고 유언비어가 난무하게 된다"며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아니지만 정치적으로는 후진국가에 속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가 불신이 커질수록 민심이 흉흉해지고 유언비어가 많아질 수 있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국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국정 운영이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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