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인제 "재벌개혁 빌미로 노동개혁 회피 잘못된 것"


입력 2015.08.19 10:56 수정 2015.08.19 11:01        동성혜 기자

YS때 최연소 노동부장관 이제는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

"협력의 노사관계로 바뀌어야 노동시장 투쟁에서 상생으로 바뀌어"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노동시장 개혁과 재벌개혁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재벌개혁을 빌미로 노동시장 개혁을 회피하려고 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이른 아침 당 회의부터 시작해 경제계와의 간담회까지 빼곡한 일정으로 다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한마디 한마디 힘줘 말하는 그에게선 결기마저 느껴졌다. 특히 야당의 ‘재벌개혁이 우선’이라는 주장에 “누가 재벌개혁을 하지 말자고 했는가”라고 되묻듯 답하며 노동시장개혁과 재벌개혁은 수레의 양바퀴임을 강조했다. 지난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이 바로 그다.

1993년 문민정부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44세 최연소 노동부장관을 맡았고, 정권이 네 번이나 바뀐 2015년 다시 그의 손엔 ‘노동개혁’이 쥐어졌다.

“재벌 체제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 산업화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져 재벌 체제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진화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개혁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노동시장 개혁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시장이 개혁되면 재벌개혁이 탄력을 받고, 재벌개혁이 잘되면 노동시장 개혁도 탄력을 받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이 위원장은 이처럼 ‘아버지 월급 깎아 자식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것, 청년일자리는 재벌개혁이 우선’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에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과 협력업체인 중소기업 사이에 임금이나 경제력 등의 상당한 격차가 노동시장을 어렵게 만드는 것 중 하나이며,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대기업 취업 공고가 나면 이공계는 200대 1, 인문계는 400대 1 이상의 경쟁이 벌어지지만 거기서 대부분 좌절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좌절한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의 문은 두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발부터 격차가 큰 선택을 하기 요원하다는 우려다.

이 위원장은 “이같은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재벌경영과 그 재벌 대기업 안에서 활동하는 강성 노조의 압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며 “아무리 강성노조의 압력이 있어도 합리적인 요구가 아니라면 경영 논리상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되는데 재벌경영은 자신들의 약점이 많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오히려 이용해 협력 중소기업들 납품 단가를 낮춘다든지, 하도급 대금을 낮춘다든지 해서 전가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재벌경영과 강성노조의 이중구조를 끊어내고,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의 격차 등 악순환의 고리 자체를 끊어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노동시장 개혁과 재벌개혁은 같이 갈 수 밖에 없는 한배를 탄 신세라는 것이다. 야당 주장대로 재벌개혁이 먼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재벌개혁과 관련, 이 위원장은 “재벌개혁은 오랫동안 계속 논의가 되고 추진이 되어 오고 있다”며 “순환출자 금지 등의 지배구조, 세습경영, 서민들의 경제 영역까지 침범하는 문어발 식 기업운영 등의 문제를 하나하나 꾸준히 개혁해 왔고 앞으로도 더 강력한 개혁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임금피크제로 남은 돈을 청년고용할당제로? 규범적 접근은 옳지 않다”

이처럼 ‘노동시장 개혁’과 ‘재벌개혁’이 동시에 쏟아지는 이유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해법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에서 그만큼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못을 박자는 논리로 ‘청년고용할당제’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지금 55세가 정년인 기업은 5년 동안, 58세가 정년인 기업은 2년 동안 퇴직해야 될 근로자들이 계속 근무하면서 그 기간 동안 임금 부담은 더 확대된다”며 “그러면 회사는 임금은 더 늘어나는데 새로운 고용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 위원장은 “임금피크제 도입은 필연적 과제”라며 “임금체제가 개편되면 거기서 유연성이 생기고 기업으로 보면 임금 여력이 생겨 젊은이들을 채용할 힘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우리 노동시장이 더 안정적이고 더 유연한 시장으로 되고, 대립과 투쟁의 문화가 아닌 협력과 상생의 문화로 바뀌면 투자와 기업활동이 활성화 돼 결국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너무 딱딱하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청년 일자리가 몇 개 생기느냐’, ‘임금피크제를 해서 남는 돈을 갖고 청년을 위한 일자리를 만든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이렇게 규범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시장이 먼저 숨통을 트고 기업이 숨통을 트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채용할 여력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노동시장 개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역시 ‘비정규직 문제’다. 위원장이 된 직후 특위 위원들과 첫 현장방문 역시 ‘비정규직 간담회’였다.

이 위원장은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등과 관련해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파견법이 있겠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이 있다”며 “그런 법안들은 지금 당·정간에 조율을 해 당의 개혁 법안으로 당론으로 채택해 9월 초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밝혔다.

또한 이 위원장은 “그리고 야당과 법안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며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공식적인 토론을 하고 당 노동특위와 새정치민주연합 노동특위는 전략적인 협상을 하고, 마지막으로 양당 원내지도부가 정치적인 타협을 통해서 개혁을 마무리한다는 게 타임 스케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 안에는 반드시 처리해야 된다”며 “해를 넘기면 총선 정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 위원장이 빠듯한 일정을 공개하는 것은 총선 이후에는 대선으로 개혁이 표류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일정 때문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환경이 더 어려워져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가 힘들어진다는 우려가 가득했다.

이러한 ‘타임 스케줄’에 맞게 당장 해야 할 일이 노사정위원회의 재개다.

이 위원장은 “현 단계는 노사정위원회가 하루 빨리 재개돼 지난 8개월 동안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 노력했던 성과를 바탕으로 마지막 대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당 노동특위가)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국민적인 공감대를 넓히고 노사정의 입장도 충분히 의견을 듣고 간담회를 통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일부 개혁 이슈는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된다”고 ‘합의’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의 ‘합의 정신’은 노사정위원회 재개뿐만 아니라 그가 즐겨 표현하는 ‘역동적인 노동시장’에서도 드러났다.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역동적인 노동시장이란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립과 투쟁의 노사관계였다면 그것은 역동적일 수 없다. 이를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로 바뀌어야 노동시장의 문화가 바뀐다. 이번에 노사정위원회가 대타협을 통해 개혁과제를 합의해 낸다면 그 자체로 한국 노동시장이 투쟁의 문화로부터 상생의 문화로 바뀌는 것이고,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 주체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이게 바로 역동적 노동시장이다.”

이는 이 위원장이 이번 노동시장 개혁이 영국의 대처나 미국의 레이건 식으로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사회적 합의와 상관없이 새로운 규범과 질서를 노동시장에 도입하는 형태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최대한 도출해 이를 바탕으로 개혁을 마무리하는 독일의 하르츠식 개혁을 롤 모델로 삼는 이유기도 하다.

이 위원장은 “지금은 노동시장의 기본적인 틀 전체를 바꾸는 그런 수준의 고강도 개혁은 아니고 오히려 작은 이슈지만 더 민감하고 고통스러운 개혁이기도 하다”며 “선거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지만 노동개혁 과제를 이번 정기국회 안에 해결하지 않으면 고용 절벽 앞에 절망하는 젊은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절박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노동개혁은 근로자와 기업 그 어느 쪽에게도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휘발성 있는 민감한 이슈다. 이런 개혁을 실무적으로 도맡게 된 것에 대해 이 위원장은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이라며 “노동부 장관 경험도 있고 국회 노동위원회에서 오랫동안 일도 했다. 그동안 계속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추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뒷받침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수락했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동성혜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