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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 "삼촌에게 보내려고 종이배 만들었어요"

  • [데일리안] 입력 2015.08.29 10:02
  • 수정 2015.08.29 10:04
  •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세월호 1주기 무렵 곡 완성해 8월 20일 정식 음원 등록

실용음악과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새내기 대학생 한소희 양이 세월호 참사로 떠나 보낸 삼촌을 생각하며 만든 곡 실용음악과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새내기 대학생 한소희 양이 세월호 참사로 떠나 보낸 삼촌을 생각하며 만든 곡 '종이배'를 공개했다. 사진은 안경을 쓰고 밝게 웃는 한소희 양과 바로 아래 앉아 미소 짓고 있는 '종이배' 보컬을 맡은 소희 양의 친구. ⓒ한소희 사진첩
# 거기선 아프지 말아요. 우리들 걱정은 말아요.
힘들었던 일 다 잊고 거기선 행복하게 지내요.
행복했어요. 이젠 보내줘야 하지만 좋은 곳에서 먼저 기다려요.

지금부터 500일전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삼촌을 잃은 스무 살 한소희 양의 노래에 수록된 소절이다. 소희 양은 친구처럼 친해 장난밖에 칠 줄 몰랐던 하나뿐인 외삼촌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 위해 ‘종이배’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후에야 삼촌에게 하지 못한 말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것이 계속 마음에 걸려 편지를 쓰던 중, 삼촌은 내 음악 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내가 쓴 편지로 노래를 만들면 삼촌이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라도 삼촌이 내 편지를 읽고 내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이 들었고, 우리삼촌뿐 아니라 많은 희생자가 있는데 그분들도 이 노래를 들으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곡을 쓰게 됐어요”

올해 대학 신입생이 돼 실용음악과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소희 양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앳되지만 당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소희 양이 직접 작사·작곡한 ‘종이배’는 친구가 보컬을 맡고 고등학교 선생님이 녹음실과 유통업체를 알아봐주는 등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지난 8월 20일 정식 음원으로 등록됐다.

소희 양은 곡명 ‘종이배’의 의미에 대해 “세월호 참사를 겪고 만든 노래라 그렇기도 하고, 또 종이배는 연약하잖아요. 바람이 불면 아무것도 못하고 날아가 버리거나 뒤집히고... 여러 의미가 있어요”라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 곡을 만들고 엄마를 방으로 불러 직접 피아노를 치며 이 노래를 들려줬어요. 뒤돌아 엄마를 보니 엄마가 펑펑 울어요. 노래 만들면서 정말 태어나 겪은 감정 중 가장 복합적인 감정들을 많이 겪은 것 같아요.”

소희 양은 곡을 쓰면서 겪었던 슬프고 기쁜 감정, 곡을 발표하고 느꼈던 벅찬 감동을 담담하게 전했다.

“노래가 완성되고 이 노래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삼촌도 위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 거라고 걱정 말라고 위로와 응원을 보내줬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정말 좋은데 마냥 좋아할 수도 없고, 슬프다고 마냥 슬퍼할 수도 없고 복잡한 감정이 많이 들었어요.”

첫 만남에 밝고 앳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진중한 표정으로 무겁게 말을 잇던 소희 양은 엄숙해진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돌연 장난스럽게 웃으며 삼촌과의 추억을 하나 둘 꺼내보였다.

“삼촌이랑 추억이 정말 많은데 돌아보면 정말 일상적인 것 밖에 기억이 안 나요. 그 중에 하나가 외증조할머니 살아계셨을 때 명절이라 찾아뵈려고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에 삼촌이랑 차를 타고 가다 휴게소에 들렀는데, 그때 삼촌이 갑자기 차 위에 선루프를 열어 그 위에 쌓여있던 눈이 차 안으로 다 쏟아졌어요. 그 눈을 같이 밖으로 빼는데 정말 웃겼어요.”

“그리고 이건 마지막 기억인데, 집에 있는데 삼촌한테 전화가 왔어요. 엄마한테 하려던 걸 저한테 잘못 건 전화였는데 ‘왜 니가 받냐’ 하면서도 끊지도 않고 이것저것 일상적인 이야기 하면서 ‘엄마 말 좀 잘 듣고, 엄마 잘 챙겨주라’라고 당부하면서 끊었거든요.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한참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늘어놓는 소희 양에게 이 음원으로 앞으로 세월호 관련해서 활동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예상과는 다르게 조심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소희 양은 “그냥 지금 제 감정, 삼촌한테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고 싶어 곡을 쓴 것이지 이 곡으로 상업적인 활동을 한다거나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혹시나 누가 찾아주시면 감사한 마음에 달려갈 수는 있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희 양은 “사실 이 곡을 내면서도 걱정했던 게 보상금 문제 이런 것 때문에 세월호 참사를 다들 초반보다 많이 안 좋게 보시잖아요. 그런데 가족입장에서는 이런 일을 당했는데 돈이 무슨 소용이고, 부귀영화를 누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냥 계속 문득문득 생각나 답답하고 너무 아픈데...”라며 “한참 잠잠하다가 세월호 관련 내용이 기사에 뜨면 이런 저런 댓글이 달리는데 상처받는 말도 많았어요. 그래서 차라리 세월호 관련 글이 안 올라왔으면 좋겠고, 그런 글이 올라오면 괜히 미안하고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랬어요. 그래서 곡을 쓰면서도 순수하게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건데 안 좋은 말들이 나오면 어쩌나 하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라며 마음 속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세월호 이야기에 ‘잊혀지는 것이 섭섭하지 않나’라고 묻자 소희 양은 “섭섭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죠. 다 각자의 삶이 있는 건데 살 사람은 살아야죠. 섭섭하더라도 그건 남은 사람들의 몫이죠”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소희 양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사람들이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 노래를 듣는 순간 ‘어떻게 내 마음을 알지?’이런 거요. 거기서 나아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을 하게 되면 더 좋고요.”

현재 세월호 인양을 앞두고 첫 수중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진도 앞바다도 소희 양의 ‘종이배’를 들었는지 거센 파도로 통곡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평온한 모습으로 제 몸을 내어주고 있다.

한편,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당시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중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다. 이때 476명의 탑승객 중 172명만이 구조되고 300여명이 넘는 승객들이 사망·실종했다.

이때 탑승객 중 324명의 다수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로 어린 목숨들의 희생에 전 국민이 크게 침통했다.

특히 당시 급격한 변침으로 침몰이 시작된 세월호는 엉뚱한 교신으로 인한 골든타임 지연,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 해경과 정부의 상황 파악 미숙 및 뒷북 대처 등 총체적 부실을 일으키며 최악의 인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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