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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안보의식 강해졌다고 보수화? 경제 물어봤나


입력 2015.09.06 10:27 수정 2015.09.06 10:27        하윤아 기자

전문가들 "북한이라는 특정 대상에 대한 분노심…정치학적 보수화와는 달라"

남북 고위급 회담이 타결된 25일 새벽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가 악수를 하고 있다. ⓒ통일부

#1. 27세 회사원 오대한 씨(가명)는 최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온라인과 SNS 상에 떠돌던 괴담을 지인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오 씨는 문득 ‘국가 안보가 위협받은 명백한 사안임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담에 너무나 쉽게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는 지인에게 즉각 “이럴 때일수록 흔들리면 안 된다. 이런 괴담이 북한의 선전선동의 일환이 아닐까 의심해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2. 대학생 한민국 씨는 대북확성기 방송을 계기로 남북간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무렵,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목함지뢰 사건이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곧 글쓴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고, 이를 본 한 씨는 ‘사안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라고 생각했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안보의식이 한층 강화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젊은 층의 보수화’로 단정해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대가 안보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이어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가 자기반성은 물론, 경제적·현실적인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5 국민 안보의식’ 조사 결과, 20대 응답자의 79%가 ‘전쟁이 발발하면 참전(남성)하거나 전쟁지원(여성)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30대에서는 그보다 낮은 72%가 전쟁 시 참전 혹은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앞서 6월 성인(일반국민)과 대학생 1000명씩을 대상으로 각각 전화면접과 개별면접조사 방식(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으로 이뤄졌으며, 전쟁에 직접 뛰어들거나 돕겠다는 20대의 응답 비율은 지난 2010년 조사 당시 69%로 집계된 이후 점차 높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대학생단체가 올해 여름방학기간동안 진행한 안보캠프에서는 안보에 대한 20대의 높아진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여명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에 따르면 총 44명으로 정원이 제한된 안보캠프에 지난해 30명이 지원했던 것과 비교해 올해에는 2배가량이 늘어난 6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20대의 보수화’로 판단, 나이가 들수록 보수 성향이 강해진다는 관념을 깨는 획기적인 사안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20대의 안보의식 강화가 곧 보수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전히 20대는 사회 문화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20대의 인식 변화를 유도해내려면 그들에게 닥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최근의 여론조사와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 20대의 안보의식이 강화된 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천안함 피격부터 최근 목함지뢰 도발까지 일련의 안보 위협 상황을 겪으며 북한이라는 특정 대상에 피로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본보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안보를 위협하는 나라는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0대의 50%가 ‘북한’이라고 답했다. 30대의 경우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4%만이 ‘북한’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북한을 협력대상 내지 선의의 경쟁대상으로 보는 20대(45%)에 비해 북한을 적대적 대상 내지 경계 대상으로 생각하는 20대(50%)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에 미뤄, 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안보라는 측면에서 20대의 의식이 강화되고 있는 부분이지 이것을 정치학적으로 보수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북한이라는 대상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있어 북한과의 협력이나 퍼주기를 주장하는 정치세력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20대의 안보의식이 강화된 요인에 대해 “북한이라는 상대에게서 양면성을 직접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햇볕정책을 내건 정부 아래서 학교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20대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위협과 도발만을 감행하는 북한의 행태에 환멸을 느껴 적대감이 더 크게 느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20대의 보수화라기보다는 단지 북한이 잘못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주는 만큼 받는다’라는 20대의 개인주의적 성향에 비춰볼 때, 10년간의 햇볕정책에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오는 북한에 대해 증오심 생긴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도 “보수와 진보라는 사회적 혹은 경제적 개념은 안보와 상관없는 것”이라며 “20대의 안보의식이 강화된 것을 꼭 보수화라고 하기 보다는 북한의 정체와 잘못된 행태를 경험하게 되면서 스스로 안보 현실을 자각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생활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20대가 ‘북한이 계속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데 나눠줄 것이 어딨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일정 부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20대의 안보의식 변화는 북한이라는 존재에 의해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며 “안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이와 같이 경험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요새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화두라고 이야기하는데 정작 눈에 띄는 정책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때문에 청년들은 정부가 혹은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청년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달라진 점에 대해 청년 스스로가 체감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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