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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예상도 빗나간 '응답하라 1988'


입력 2015.11.13 08:58 수정 2015.11.15 18:18        부수정 기자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0% 웃돌아 인기

따뜻한 가족 이야기로 향수·감성·추억 자극

tvN '응답하라 1988'이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0%를 웃돌며 시청률,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tvN '응답하라 1988' 화면 캡처

"2편까지 잘 되다가 3편에서 '폭망'한다"던 신원호 PD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tvN '응답하라 1988'이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0%를 웃돌며 시청률,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 8일 tvN에 따르면 전날 방송한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2화는 평균 시청률 7.4%(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가구·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8.5%를 나타냈다.

6일 방송된 1회는 평균 시청률 6.7%, 최고 시청률 8.6%였다. 방송 초반부터 '응팔 앓이'가 시작된 셈이다.

트렌디한 드라마 속 신선한 '가족 드라마'

tvN 간판 드라마인 '응답' 시리즈가 1988년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성공을 점쳤던 이는 드물었다. 무엇보다 주 시청자인 20~30대에게는 다소 먼 시대적 배경이라는 이유에서다. '응답'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인 '남편 찾기'도 이젠 지겹다는 소리도 나왔다.

신 PD 역시 이런 우려를 인정했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신 PD는 "모두가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다. 확률적으로 세 번째 시리즈가 잘 되는 작품이 없다. 그래서 잘 될 거라고 생각 안 한다. '응답하라 1994'보다 당연히 안 될 것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신 PD는 "이번에 '폭망'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폭발적인 사랑을 받진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겠다는 게 신 PD의 철학이다. 따뜻한 가족 이야기, 사랑과 우정으로 똘똘 뭉친 동네 친구, 이웃 간의 소소한 관계가 '응팔'의 화두다.

남녀 주인공들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주를 이루는 로맨스, 복수·이혼·불륜으로 점철된 자극적인 연속극, 화려한 기법으로 무장한 판타지 드라마 등이 판치는 요즘 안방극장에선 신선한 소재다. 그러나 젊은 시청자에겐 다소 진부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있다.

이와 관련해 신 PD는 "세련되고 멋있는 많은 드라마 중에 촌스러운 드라마가 들어서면 어떨까 싶었다"며 "'마음이 훈훈해졌다'는 반응만 얻는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tvN '응답하라 1988'이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0%를 웃돌며 시청률,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tvN '응답하라 1988' 화면 캡처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시청자는 '응답'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한 첫 회는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라는 배우 이미연의 내레이션으로 문을 열었다.

이 대사 한 줄만으로 시청자는 1988년을 떠올렸다. "그 시절 나는 뭐하면서 지냈을까", "동네 친구들과 놀던 그때가 그립다", "그땐 그랬었지"라는 시청 소감이 줄을 이었다.

가진 건 없지만 정은 넘쳐 흐르는 동일이네, 벼락부자가 된 성균이네, 그리고 동네 친구 5인방의 소소하고 유쾌한 이야기는 시청자의 가슴을 건드렸다. 팍팍하고 삭막한 사회 탓에 나만 생각하는 요즘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인터넷 세상이 열리고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사람들과 만나는 요즘. 조금은 불편해도, 조금은 어설프고 어색해도 소소한 재미가 있었던 건 1980년대였다.

2회는 80년대 인간미 넘쳤던 가족, 이웃, 친구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엄마 없는 택(박보검)의 바둑대회 우승을 축하해주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당시 생소한 외국 음식이었던 스파게티를 마치 비빔국수처럼 양푼에 비벼 나눠 먹는 모습은 폭소를 자아냈다.

택의 우승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이웃들의 모습 역시 요즘에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에피소드도 나왔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연신 눈물을 쏟는 덕선(혜리)의 모습은 시청자의 눈물을 자극했다. 한 시청자는 "'아이고 내 새끼'라며 부모님보다 더 나를 예뻐했던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의연했던 동일이네가 뒤늦게 온 형을 보고 다 같이 오열하는 장면, 동일이가 어머니를 생각하다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 택이 "매일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한 장면 등도 마찬가지다. 너무 친하고 편해서 무심했던 가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tvN '응답하라 1988'이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0%를 웃돌며 시청률,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tvN

이미연·김주혁 깜짝 출연…'남편 찾기' 추리 시작

'응답' 시리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남편 찾기'다. '응칠'에서는 성시원(정은지), 윤윤제(서인국) 윤태웅(송종호), '응사'에서는 성나정(고아라) 쓰레기(정우) 칠봉이(유연석)의 삼각 관계가 주축을 이루면서 '남편 찾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1회부터 시작한 '남편 찾기'는 후반부까지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했다. 제작진은 남편에 대한 힌트를 곳곳에 배치했고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온갖 추측을 내놓으며 토론했다. '응사'에서는 쓰레기 편과 칠봉이 편으로 나눠 온라인에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응팔'에서도 남편 찾기는 계속된다. 신 PD는 "남편 찾기가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이번에도 남편 찾기와 첫사랑 코드가 있다. 20회를 이끌어 가기 위해 필요한 소재"라고 말했다.

신 PD의 말처럼 1회부터 남편 찾기에 대한 힌트가 제공됐는데 여기서 제작진은 이미연이라는 반전 카드를 선보였다. 1971년생인 이미연은 주인공 덕선으로 분한 것. '응답' 시리즈가 과거와 현재 주인공을 다른 배우로 캐스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연은 남편에 대해 "만난 지 수십 년 됐고 나도 얘랑 결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쌍문동에서 연탄가스를 제일 많이 마셨는데 후유증 때문에 정신이 어떻게 된 것 같다. 우리 남편 땡잡은 거다"라고 했다.

2회에선 또 다른 깜짝 카드가 나왔다. 배우 김주혁이 이미연의 남편으로 나온 것. 덕선이 당시 김주혁에게 초콜릿을 줬다는 주장과 달리 김주혁은 받은 적 없다고 발뺌했다.

누리꾼들은 김주혁의 말투, 이미연의 대사 등을 분석하며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응답' 여주인공은 무조건 첫사랑과 이루어진다는 결말을 이유로 선우(고경표)를 남편으로 지목하는 의견도 있었고, '츤데레'(겉으로 무뚝뚝하나 속은 따뜻한 사람을 뜻하는 일본식 신조어) 정환이라는 추측도 있다. 착하고 순한 택이 덕선의 남편이길 바라는 누리꾼도 많았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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