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공계 최초 30대에 여성임원 된 비결은
12회째 맞은 '여기(女氣)모여라’, 최대 규모로 개최
장세영 삼성 상무 "위기 닥쳐도 피하지 말고 맞서라"
“시련을 기회로 만들어라. 위기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피하지 말고 맞서길 바란다.”
장세영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 선행요소기술그룹장(상무)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 삼성 ‘여기(女氣)모여라’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그룹장은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지난 200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이공계 최초로 30대에 여성 임원이 된 인물이다. 갤럭시 S4와 갤럭시 노트3의 배터리 수명 향상 설계를 주도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13년 말 만 39세의 나이로 임원으로 승진, 삼성전자 이공계 최초로 30대에 여성 임원이 된 인물이다.
현재 갤럭시 S와 노트, 기어 시리즈의 핵심 부품 소형화 및 저전력 개발을 담당하며 스마트폰 디자인의 ‘경박단소(輕薄短小)’를 구현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이후 무선사업부 개발실에서 근무하면서 개발한 스마트폰 부품에 문제가 발생, 공장 생산라인이 가동 중단되는 등 3차례나 대형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양산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면서 2~3일 내에 영업점에 가야하는 제품들이 공급되지 못하기까지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장 그룹장은 “사고 발생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눈 앞에 닥친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맞서다보니 나중에는 이에 대처하는 노하우까지 생겼다”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향후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를 많이 냈지만 이를 끝까지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로 오히려 업무능력도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직장생활에서 업무보다 더 어려운 부분이 대인관계일 수 있다면서 보다 쿨하고 긍정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세상의 모든사람이 자신을 좋아할 수 없고 자신도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서 인간관계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장 그룹장은 “중학교때까지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아이였다가 고등학교때 잘 안 맞는 동기를 만나 마음고생을 많이 한 적이 있었다”면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대인관계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생겼는데 학생때 그런 것들을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에서 소통을 통한 공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02년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입사한 후 반도체 패키징 연구를 담당했는데 당시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나 기술을 사업부에서 수용하지 않아 답답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무선사업부 개발실에서 근무하면서 사업부의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양쪽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때만 해도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다 사회에 진출한 뒤에는 그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회사 임원회의를 가도 100명 중 여성은 1~2명에 불과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한 상품이 출시되기까지는 회사 내외부에서 많은 이들과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여성 특유의 공감능력을 발휘하면 여러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로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날 행사에서는 ‘격투기 선수 출신’이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제일기획 현혜원 프로가 회사 입사 과정과 함께 면접관을 사로잡는 PPT 작성 노하우를 전했다.
이어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박지윤 아나운서와 26년 경력의 베테랑 여기자인 경향신문 유인경 기자가 여대생과 여성 사회초년생을 위한 고민상담 토크쇼가 함께 진행됐다.
이 밖에도 이 날 행사에는 가수 김연우가 공연을 펼쳐 사회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여성 소셜팬들을 응원했다. ‘여기모여라’는 이날 행사를 마지막으로 올해 활동을 종료하고 내년에 후속편을 전개할 예정이다.
‘여기모여라’는 여성 인력의 꿈과 열정을 응원하자는 취지로 지난 2013년 3월 처음 시작해 올해 3년째 진행되는 행사다. 이 날 행사까지 총 12명의 삼성 여성 임원이 출연해 유리천장을 깨고 임원이 되기까지의 스토리를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첫 해 100명 규모의 작은 간담회로 시작했던 ‘여기(女氣)모여라’는 점차 그 규모를 확대해 이 날 행사에는 총 1100여 명의 여대생, 여성 사회 초년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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