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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도 못 깨는 둥가의 ‘무모한 도전’


입력 2015.11.14 18:43 수정 2015.11.15 09:26        데일리안 스포츠 = 박문수 객원기자

네이마르도 수비에 막혀 골 못 넣고 무승부 지켜봐

둥가 감독 고집스러운 선수 운용 버려야 브라질 살아

[브라질-아르헨티나]네이마르도 둥가 감독 고집 아래서 날개를 펴지 못했다. ⓒ 게티이미지

네이마르가 돌아온 브라질 대표팀이 숙적 아르헨티나와의 맞대결에서 무승부에 그쳤다.

브라질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각) 오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위치한 엘 모누멘탈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 지역예선 3라운드 아르헨티나 원정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내용도 결과도 모두 기대 이하였다. 네이마르가 돌아왔지만 카를루스 둥가 감독의 고집스러운 선수진 운용 아래서는 네이마르도 어쩔 수 없었다. 공격 전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메시가 빠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도 이렇다 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끌려갔다.

이날 둥가 감독은 4-2-3-1 전술을 기본적으로 내세우면서 4-3-3 전술을 혼용하는 포메이션으로 아르헨티나 공략에 나섰다. 네이마르에게 왼쪽 프리롤 역할을 맡기면서 루카스 리마를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2선의 연결고리로 낙점했다. 오른쪽 측면은 첼시의 유일한 믿을맨 윌리앙이 선발 출격했다.

초반부터 아르헨티나가 주도권을 잡았다. 1승이 절실했던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을 상대로 공격의 고삐를 당겼고 전반 34분 에세키엘 라베시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네이마르를 의식한 탓인지 아르헨티나는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점유율 높이기보다는 공수 간격을 벌리는 전술을 택했다.

반면 브라질은 주전 공격수 올리베이라가 전방에서 고립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둥가 감독의 계산과 달리 올리베이라는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며 브라질의 최근 문제점인 원톱 부재를 다시금 실감하게 했다. 돌아온 에이스 네이마르 역시 상대 밀집 수비에 막혔다. 윌리앙의 번뜩이는 움직임은 고무적이었지만 네이마르와 윌리앙 사이에서 풀어 줄 선수가 없었다.

전반을 0-1로 마친 둥가 감독은 급한 대로 도글라스 코스타를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신의 한 수였다. 올리베이라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나선 코스타는 네이마르, 윌리앙과 함께 브라질 공격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코스타가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네이마르가 쉐도우 스트라이커인 동시에 '폴스9' 일명 가짜 공격수 역할을 해내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동점골이 터졌다. 코스타 투입 직후 브라질은 루카스 리마가 문전에서 흘러나온 공을 밀어 넣으며 1-1을 만들었다. 전반 아르헨티나 수비진에 네이마르에게 집중됐다면, 후반 코스타 투입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아르헨티나 수비진이 또 다른 드리블러 코스타를 의식해 수비가 분산되면서 브라질에 공간이 생겼고 득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막판 다비드 루이스가 연이은 경고로 퇴장을 당하면서 브라질은 수비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1승이 필요했던 아르헨티나가 공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브라질은 추가 실점 없이 승점 1점을 획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실망스럽지만 다행히 최악은 피했다. 그럼에도 둥가 감독의 선수 기용 문제는 다시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브라질 대표팀은 전반과 후반의 공격 전개가 완전히 달랐다. 전반전 브라질이 올리베이라의 고립으로 제대로 된 공격 전개조차 못했다면 후반전 코스타 투입 후에는 공격진에 세밀함을 더하며 코스타, 윌리앙 그리고 네이마르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피르미누와 오스카의 컨디션 회복과 리버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쿠티뉴가 가세한다면 2선 공격만큼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 중 하나로 꼽힐 수 있다.

문제는 둥가의 선택이다. 둥가는 고집 세기로 유명한 감독이다. 한 번 틀을 잡으면 그 틀을 끝까지 유지하는 성향이 짙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에도 둥가 감독은 자신의 전술적 틀을 유지한 채 대회에 나섰다가 플랜B 부재로 8강에서 탈락한 아픈 상처가 있다.

제 아무리 이름 있는 선수라도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으면 철저히 외면한다. 대표적인 예가 AC 밀란 시절 호나우지뉴와 알렉산드레 파투다. 그러나 최근 칠레전과 아르헨티나전에서 둥가 감독은 자신의 고집이 원치 않는 결과를 낳았음을 실감하게 됐다. 바로 무모한 최전방 공격수 기용 전술이다.

브라질 대표팀 사령탑 복귀 후 둥가 감독은 제로톱 전술과 최전방 공격수를 기용하는 두 가지 공격 전술을 병행했다.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는 아쉽지만, 비교적 풍부한 2선 자원을 활용한 제로톱 전술로 재미를 봤던 둥가 감독이다.

그러나 둥가는 코파아메리카를 전후로 최전방 공격수를 내세우는 전술로의 변화를 꾀했고, 이는 실패로 이어졌다. 코파아메리카 당시에도 둥가는 대표팀 넘버 9로 디에구 타르델리를 기용했다가 졸전 끝에 8강에서 떨어진 바 있다. 이번 아르헨티나와의 후반전에서 둥가는 자신의 성향을 버린 채 '2선 자원' 코스타를 투입함으로써 경기력을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박문수 기자 (pmsuzuk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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