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누더기 법안 무더기 통과시키고 술맛이 날까
<류여해의 명명백백>이렇게 통과될걸 왜 그동안 끌었나
하루 아침에 만들고 하룻밤에 통과시키고 개정안 내고
2일 밤 9시경 여야는 본회의를 열었다. 왜 항상 낮에는 일을 하지 않고 밤에 이렇게 모일까? 기사를 기다리는 기자들도 잠을 자지 못하고 대기를 한다.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기로 한 쟁점법안 5개가 끼워 팔기라는 지탄을 받으면서도 통과되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상임위 통과 후 5일 숙려기간을 둔다’는 국회법 규정을 들어 법사위 심의를 거부했지만 상임위에서 곧바로 본회의로 회부 상정되어 가결했다.
그런데 끼워 팔기라는 5개의 쟁점법이 통과는 되었지만 뭔가 석연찮다. 이렇게 빨리 통과가 될 것을 이때까지 뭘 그리 오래 끌었을까라는 생각과 과연 심도 깊은 회의를 했을까라는 우려이다. 그래서 급하게 통과시킨 5개의 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새누리당의 법안이었던 관광진흥법을 보면 '학교 앞 호텔법'이라 불리며 도마 위에 올랐던 법이다. 이법이 만들어지면 서울·경기 지역에 호텔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다. 이법은 한시법이다. 법이 통과되면 서울과 경기 지역에 한해 5년 동안만 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한국정화위원회 심의 면제 조건으로 유해시설이 없어야 하며 객실 100실 이상의 비즈니스호텔급을 유지해야하고 유해시설 적발시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 시행하고, 호텔등급평가 감점항목 신설하여 풍속저해영업행위 제재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학교앞에 숙박시설이 생긴다는 것이 조금은 개운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5년간 열심히 숙박시설이 만들어질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과 일본 관광객들은 새로 지어지는 숙박업소를 환영하겠지만 과연 이것이 우리 아이들 교육에 문제는 없을지는 고민을 좀 해봐야 한다. 법망을 피해 학교정화구역에서 오피스텔로 불법 숙박영업과 성매매업을 하는 등의 부작용도 간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료 민영화 논란을 불러오던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역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 여당이 경제활성화법으로 분류해 강력하게 추진했던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공식 명칭은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이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의료기관 해외 진출 촉진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해외 환자 의료사고 시 절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아울러 해외에서 설립된 영리의료법인의 국내 우회투자금지조항을 신설하고, 금융세제 혜택 역시 해외 진출 의료기관에 한해서 지원하기로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의료 한류'를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에 맞추어서 일자리 창출효과를 누리기를 바란다. 국민의 우려처럼 의료 민영화로 연결 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새정치연합에서는 3건을 통과시켰는데, 첫 번째는 대리점거래 공정화법이다. 이 법은 ‘남양유업 금지법’으로 불린다. 물량 밀어내기 등 대리점 본사의 횡포를 막기 위해 과징금을 매기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우선 대리점 본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명확히 규정했다.
불공정 거래 행위는 본사가 대리점에 상품이나 서비스 공급을 부당하게 중단하거나, 가격과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제품 구매를 강요하거나, 판매 목표를 강제하는 행위 등이다.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본사에는 관련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매기고 대리점이 입은 손해의 최대 3배를 배상하도록 했다. 갑질의 횡포를 막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만 포플리즘 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배제할 수가 없다.
모자보건법은 결핵 등 질병이 있는 사람과 질병 감염 의심자에 대해서도 산후조리원 업무종사를 막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산후조리업자의 의무이행 확보를 위해 산후조리업자의 행정의무 위반사실을 알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산후조리업자의 과실로 인해 집단 감염 등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영업정지 또는 폐쇄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해 산후조리원에서 결핵 등 감염병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법이 통과 되었는데 이법은 국민들이 느낄 때는 공감이 가지만 돌아 올 후폭풍을 생각한다면 조금 더 고려했어야 하는 법이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고자 병원에서 일정 기간의 임상 수련을 하는 의사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말한다.
이번에 통과된 법은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당 최대 80시간으로 제한했다. 다만, 교육적으로 필요하면 8시간을 추가로 근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꼬박 밤을 새워 일하는 등 연속으로 근무하는 시간은 36시간을 넘을 수 없게 했다. 최대 연속수련시간은 응급상황에서도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응급실에서 일할 때도 최대 12시간 근무하고서 12시간을 쉬도록 했다. 다만, 대한응급의학회가 인정하면 최대 24시간 일한 후 24시간 쉴 수 있게 했다.
당직일수는 최대 주 3일, 휴일은 주당 최소 1일(24시간), 휴가는 연 14일을 보장하도록 했다. 그간 당직횟수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주던 당직수당은 관련법에 따라 당직일수를 고려해 지급하도록 했다. 수련시간과 수련시간 사이의 휴식시간은 최소 10시간을 보장하도록 했다.
너무나 그 취지는 좋아 보인다. 그런데 그들이 이렇게 쉬면 그동안 일은 누가 하게 될까?
전문의?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니 피곤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전공의의 휴식을 보장한다는 법이 통과가 되었는데 그렇다면 그들에게 휴식을 제공할 때 과연 누가 그 일을 대신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예를 들어 보자. 두사람의 인턴이 외과에서 근무중이라고 하자. 한명의 인턴이 휴가를 가면 나머지 한사람이 두사람의 분량일을 다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전공의들은 이 법이 전공의도 인권을 가진 인간으로서 기본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당장 눈앞에서는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제 전공의 수련환경을 질적으로 개선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병원에는 병원 바닥이 있고 그 밑에는 인턴이 있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옳다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병원의 특수성을 생각해야 한다. 생명이 오가는 수술을 하고 외과쪽은 의사숫자가 부족해서 지원자도 없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도 분명하게 중요하지만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이면, 당장 병원비용이 늘어나며 현실적으로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전공의 특별법으로 진료 공백을 낳아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아니라 전공의 혼자서 오히려 막중한 업무를 감당하느라 더 피곤할 수도 있다. 조삼모사식의 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려면 약 3천500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든다"고 한다. 이 비용은 누가 부담 할 것인가?
외과 전문의 지원이 부족하고 산부인과 흉부외과는 기피한다고 하니 국가에서 의사전문양성대학을 만든다고 한다.
고민 없이 만드는 법의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아 들게 된다.
사시도 존치된다. 한시적이지만. 왜 판사검사를 양성하는 것도 아닌데 사법연수원의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내야하나. 이제 사법연수원 연수비는 자비 부담해야 된다. 사시존치는 찬성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변호사 양성을 위해서 세금을 쓰고 싶지는 않다. 변호사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직업은 아니지 않은가.
국회 정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테러방지관련법안을 논의, 야당의 요구 위주로 쟁점 사항을 대부분 수정했다고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여야는 테러방지법에서 '컨트롤 타워'인 테러대책기구를 국가테러대책위원회로 단일화하고, 위원장을 국정원장이 아닌 국무총리로 해 투명성과 중립성을 담보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정원의 권한 비대화에 대한 야당의 우려를 반영, 국정원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지 않고 국정원은 정보수집·분석 업무만 전담하도록 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의 경우 국정원장이 의장이 되는 국가사이버안전전략회의를 만들지 않고, 국정원장의 각종 권한도 관련 정부 부처의 권한과 책임으로 분산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프랑스 테러를 보면서도 아직 위기의식을 못느끼나 보다.
법이 다시 누더기가 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법이란 하루 아침에 만드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다. 깊은 연구와 토론을 거쳐서 입법평가를 통해 그 법이 과연 잘 운영될 것인가를 고민해서 완벽하게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뒤에 통과시켜야 하는 것이다. 만들때도 입법자의 고민이 녹아야 한다. 법은 국민을 통제할 수도 있고 지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는 가결률이 11% 정도라고 한다. 마구잡이로 만드니 통과가 되지 않는다.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받는다. 밤 새워 일했하고 여야 의원들은 끼리끼리 모여 술을 먹었다고 한다. 쟁점 법들 주고 받고 쪽지 예산 끼워넣었으니 건배사가 무엇이었을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글/류여해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형사법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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