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이라지만' 대표도 모르는 새정치 원내전략
당 관계자 "원내대표, 대표는커녕 원내 당직자들과도 논의 제대로 안해"
“이미 수차례 토론을 해서 당 차원에서 내린 결론인데, 원내대표가 혼자 얘기한다고 될 게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 핵심 인사는 10일 이같이 말하며 “원내대표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한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말이 안된다. 어떻게 선거구 획정안과 법안을 연계하나”라고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원내 차원에서 사전 논의나 언급이라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라고 잘라 말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원내대표가 대표한테 말을 잘 안한다”며 “앞뒤 상황을 대표가 알아야 하는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하면, 거기서 무슨 말을 했는지 뭐가 오고갔는지를 대표한테 이야기를 안한다. 대표는커녕 원내대표실 관계자나 실무진한테도 제대로 이야기를 안한다. 그 사람들도 잘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이 당권을 두고 계파 간 이전투구에 휩싸인 가운데, 비주류 대표격인 이종걸 원내대표의 ‘나홀로’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상황에서, 대여 협상의 전후 사정에 대해 당 대표조차 모르는 상황이 벌어져서다. 당장 실무자들조차 “내 상식과 안 맞는다.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다.
새누리당 단독 소집으로 임시국회가 열린 이날,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이종걸 원내대표와 전화로 대화했다”고 운을 뗀 뒤 “오는 15일 선거구 획정을 위해 무조건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며 “본회의가 개최되면 선거구 획정을 위한 법안뿐 아니라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도 반드시 함께 처리해달라고 말했고 이 원내대표도 ‘알았다. 협조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원내 실무를 맡고 있는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이 선거구와 쟁점법안을 연계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염려스럽고 우려가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법안 통과를 압박한다면, 새누리도 야당을 압박할 카드가 마땅히 없기 때문에 선거구와 법안을 연결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즉 여야 모두 선거구 획정이 시급한 만큼 새누리당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제고활력특별법(원샷법) 등 쟁점법안들까지 연계 처리를 에둘러 요구, 새정치연합이 이를 반대할 경우 ‘야당이 선거구 획정 발목을 잡는다’라는 여론전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단이나 대표와는 사전 논의도 없이 여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연계처리 가능성에 힘을 실은 셈이다.
원내 한 핵심 관계자는 “원내지도부가 지금 완전히 엉망이다. 원내대표가 여당에 가서 뭘하는지 우리도 잘 모른다. 이야기를 잘 안한다”며 “미리 이야기가 된 것도 아닌데 가서 불쑥 말하고, 나중에 여당 통해서 듣게 되는 경우도 있고, 선거구와 쟁점법안 처리에 협조한다는 것도 전혀 처음듣는 말”이라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여야 협상을 하러 가서나 공개 석상에서 대표나 원내 사람들과도 상의하지않았던 이야기를 갑자기 한 적도 있다"며 "준비된 말이 아닌데 내뱉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우리도 곤혹스러울 때가 몇 번 있다"고도 했다.
원내 문제에 관해선 이 원내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재천 정책위의장의 갑작스런 사퇴 역시 회자됐다. 해당 의원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정책위의장같은 중책은 하고싶다고 하고, 안하고싶다고 그만둘만한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난 좀 이해가 안간다”며 “솔직히 원내대표가 지금 제대로 하는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정책위의장이 이렇게 그만둬버리면 너무 무책임하지 않나. 정책위의장 사퇴를 오늘 회의 발언 보고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수석 역시 정책조정회의에서 “다 그만두면 일은 누가 하나”라는 짧은 발언으로 에둘러 불편한 입장을 드러냈고, 회의 후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사퇴한다는 걸 전혀 몰랐고 사전회의에서 특별한 얘기도 없었다”면서 “다만 갑자기 회의에 나와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떠나간 사람 다시 잡는다고 잡히겠나. 연애할 때도 떠나간 사람은 안잡히지 않나”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의 사퇴를 공공연히 요구하며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표 측은 “어떻게 원내를 대표한다는 분이 공개 인터뷰에서 대표 사퇴를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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