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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날 북녘 비추던 애기봉 등탑 영원히 암흑 속으로?


입력 2015.12.25 09:56 수정 2015.12.25 09:56        목용재 기자

좌파기독단체 방해로 "북한에 등탑 설치하면 점등"

북이 제안 받아들인다는건 불가능 사실상 영구 중단

경기 김포시 애기봉 철탑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모습. ⓒ연합뉴스

김포시 애기봉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조명을 화려하게 밝혔던 등탑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연말 밤하늘을 화려하게 비췄던 등탑 구조물도 지난해 철거된 상황이고 기독당, 애기봉십자가등탑재건위원회 등 애기봉 등탑 재건 움직임을 벌이고 있는 단체들도 등탑 재건 행보에서 한 발 물러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1일, 애기봉 등탑 점등을 반대하는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 민통선평화교회, 전단살포및애기봉등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와 애기봉 등탑점등을 찬성하는 기독당, 애기봉십자가등탑재건위원회 등 단체들은 합의문 2항을 통해 '각 단체는 애기봉 및 남북평화등탑건립 및 평화통일의 등탑을 남북 동시 점등에 합의한다'고 명시했다. 남북이 동시에 점등하는 상황이 도래할 때까지 애기봉 등탑점등을 중지한다는 의미다.

합의문 2항을 통해 기독당·애기봉십자가등탑재건위원회가 한발 물러나고, 좌파기독교 단체로부터 애기봉에서의 예배를 방해받지 않기로 합의한 선에서 일단락 된 것이다. 그동안 좌파기독교 단체들은 애기봉에서의 예배를 방해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일 기독당 목사는 '데일리안'에 "남한과 북한에 동일한 규격, 동일한 모양의 등탑이 설치될 때까지 애기봉 등탑 점등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남북 동시 등탑 설치와 관련, 통일부를 통해 북한 당국자를 초청하거나 우리 측이 방북해서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좌우 기독교계가 한발씩 물러나면서 이번 합의를 했다. 남북이 동시에 등탑을 점등할 수 있을 때까지 점등을 중단하는 대신 우리의 예배는 진보 기독교계가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그들은 그동안 불을 밝히고 예배를 드린다는 이유로 우리 측 예배를 방해해왔다. 지난해에는 불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방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기봉 맞은편 북한 지역에 남한 측과 동일한 규격의 '선전물'을 세우자는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사실상 애기봉 점등이 영구적으로 중단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북한은 애기봉 등탑 점등행사 때마다 포격 위협까지 하는 등 애기봉 등탑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애기봉의 등탑을 점등하면 개성의 주민들까지 이를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애기봉 등탑 점등으로 '대북 남한 선전효과', '대북심리전 효과'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때문에 북한 당국으로서는 남한 기독교단체들의 등탑설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시절 남북평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애기봉 등탑 점등이 중단된 바 있다. 북한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남한에서 전혀 문제되지 않는 종교적 활동 혹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셈이었다. 하지만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난 후 애기봉 등탑점등이 재개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애기봉 등탑이 관할부대의 자체적 판단으로 43년만에 철거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국방부는 철거 이유로 등탑의 노후화를 꼽았다. 이 때문에 한국기독교총연맹 등이 등탑 자리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려 했지만, 이때 좌파시민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홍재철 한기총 등탑건립추진위원장은 본보에 "1971년도에 등탑을 세울 당시 성도들의 성금이 들어갔고, 설령 성금이 없었다 할지라도 기독교의 상징물을 최소한의 논의도 없이 철거한 것은 도의적으로도 맞지 않다"면서 "북한과의 관계에서 매우 상징적인 애기봉 등탑을 사단장이 직권으로 철거했다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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