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녹취록 파문' 안철수 보좌관 자르는걸로 '끝'?


입력 2016.01.27 15:45 수정 2016.01.27 15:47        전형민 기자

실무자 사표 제출로 일단락…징계 절차 묻자 "당직자 아니라서..."

지난 1월4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안철수 의원 등 국민의당 지도부가 당시 상황을 이 여사 측의 허락없이 녹음했다고 27일 인정하고 사과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1월4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안철수 의원 등 국민의당 지도부가 당시 상황을 이 여사 측의 허락없이 녹음했다고 27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새정치'를 하겠다던 국민의당에서 당사자의 허락없이 대화 내용을 녹음한 점, 특정지역의 표심을 의식해 이를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는 점, 사건이 커지자 해당 실무자가 사표를 제출하고 전격 수리하는 등 '꼬리 자르기'하는 구태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점에서 도덕적·도의적 책임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큰 결례를 했고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공식적으로 녹취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민의당 최원식 대변인도 이날 오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수행한 실무진이 녹음을 했다고 확인했고 이 여사께 큰 결례를 했고 머리숙여 사죄드린다"며 "당사자에게는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오늘 내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안 의원이 지난달 4일 이 여사를 예방해 가진 비공개 자리에서 이 여사로부터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 등의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을 안 의원 측에서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3일 먼저 이 여사를 방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과의 비교를 통해 호남 민심을 등에 업을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남민심의 방향키가 될 수도 있는 관련 내용은 우후죽순으로 다수의 언론사를 통해 기사화됐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이 같은 주장에 이 여사의 3남 김홍걸 씨가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하면서 상황은 묘하게 흘러갔다. 김 씨가 "어머니(이희호 여사)가 안 의원의 말씀을 듣기만 했을 뿐 다른 말씀을 하신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반박하고 더민주 역시 김 씨의 주장을 들어 안 의원을 공격하자 안 의원은 "이회호 여사께 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씀 드리지 않겠다"며 자세를 낮추고 정리한 것. 이로써 상황은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다.

자의적 해석 여지가 깊은 내용…"여사께서 말씀하셨다" 공개
실무자 사표 제출로 일단락…기성 정치 '꼬리 자르기' 비난


하지만 상황은 국민의당 '실무자'가 녹음했다는 녹취록이 '월간중앙'에 보도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새정치'를 하겠다는 국민의당이 당사자의 허락 없이 녹취를 했다는 점, 녹취 내용이 언론에 공개한 내용과 다르다는 점에서 도덕적·도의적 책임이 제기된 것이다.

'월간중앙'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안 의원이 당초 주장한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이루시라'는 단정적인 내용은 없다. 해석의 여지가 다분한 대화를 안 의원 측이 입맛에 맞게 재편해 사실인양 발표한 것이다. 아울러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여사의 3남인 김 씨가 말한 '어머니는 듣기만 하셨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문제의 녹음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실무자'가 27일 오전 사표를 제출하고 안 의원이 이를 즉각 수리한 점이다. 특히 문제가 생기면 재빨리 '꼬리 자르기' 하고 이후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성정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원식 국민의당 대변인은 27일 오전 9시35분 당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녹취한) 실무진에게는 상응하는 책임을 오늘 내로 조치하겠다"고 밝혔고 상응하는 책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직위배제 정도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3시간 이후인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이태규 국민의당 창당준비 실무지원단장은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의 징계 절차 등을 묻자 "당직자도 아니어서 당 차원에서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외부에서 다른 공격이 들어와도 '죄송하다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며 '실무자'가 당직자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박선숙 국민의당 집행위원장도 "입당한 사람이 아니라서 당 차원에서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전했다.

한편 해당 '실무자'는 안 의원실의 보좌진 중 하나로 26일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까지 안 의원을 수행했고 현재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전형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