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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혜리 "남편, 정환인 줄 알았어요"


입력 2016.01.29 09:42 수정 2016.01.31 08:12        부수정 기자

tvN '응답하라 1988'서 덕선 역 맡아

연기력 논란 딛고 캐릭터 소화 '호평'

걸스데이 혜리는 tvN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 덕선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누렸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걸스데이 혜리는 tvN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 덕선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누렸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덕선이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친구예요.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정성, 주위 사람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을 배웠어요. 덕선이를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6개월간 '쌍문동 덕선이'로 산 혜리(21)는 덕선이에게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듯 행복한 모습이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그는 27일 서울 성수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출연진, 제작진, 촬영장 등 '응팔'의 모든 것이 그립다"고 작품을 끝낸 소회를 밝혔다.

세 번째 '응답하라' 시리즈인 '응팔'은 '폭망한다'는 우려를 깨고 평균 시청률 19.6%, 최고 시청률 21.6%(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가구·전국 기준)를 기록, 케이블 역사를 새로 썼다.

드라마는 쌍문동 골목길 사람들의 따뜻한 정, 우정, 사랑 등을 담아내며 시청률,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많은 스타들를 배출한 '응팔'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걸스데이 혜리의 재발견이다. 혜리는 방송 전 캐스팅 논란에 휩싸였다. 가수 출신이라는 선입견, 검증 안 된 연기력 탓이었다.

그러나 혜리는 주변의 우려를 보란 듯이 깨고 덕선이로 훨훨 날아다녔다. 동일이네 둘째 딸인 덕선이는 비록 공부는 못 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철없어 보이지만 힘든 친구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어른스러운 사람이다.

혜리는 "온 국민의 관심을 받은 작품을 무사히 끝낸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응팔'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걸스데이 혜리는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을 통해 연기력 논란을 벗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걸스데이 혜리는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을 통해 연기력 논란을 벗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방송 전 신원호 PD는 혜리를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 "혜리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덕선이와 잘 어울렸다"고 밝힌 바 있다.

혜리는 "제가 덕선이로 출연하게 될지 생각조차 안 했다"라며 "기대 안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감독님을 만났다"고 했다.

"'이런 대단한 작품에 내가 되겠어?'라는 심정이었어요. 하하. 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거든요.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연기한 게 통했던 거 같아요. 가식적이지 않은 진짜 제 모습을 보여줬답니다."

혜리는 부정적인 여론을 반전시키고자 대본 연습에 몰두했다. 의욕이 과한 탓이었을까. 신 PD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다고 했단다. 이후 편안하게 연기한 혜리는 1회에서 나온 언니 보라(류혜영)의 생일파티 장면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첫째 딸만 챙기는 부모님에게 울분을 토하는 장면은 세상의 모든 둘째 딸이 공감했다.

"그런 연기가 처음이라 어려웠어요. 지금도 대사가 바로 나올 정도로 연습을 많이 했죠. 둘째 딸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촬영을 끝내고 감독님이 칭찬해 주셨어요. 한고비 넘겼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 내렸죠."

사랑스러운 덕선이와 닮은 점을 묻자 그는 "눈물, 웃음이 많고 밝은 부분은 닮았지만 다른 부분도 있다"며 "덕선이를 알아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응답' 시리즈의 또 다른 재미는 '남편찾기'다. '응팔'은 아무리 가족 이야기를 내세웠지만 '남편찾기'는 1회부터 나왔다. 특히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질질 끈 남편찾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걸스데이 혜리는 tvN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 논란이 된 남편찾기에 대해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걸스데이 혜리는 tvN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 논란이 된 남편찾기에 대해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두 남편 후보였던 정환(류준열), 택(박보검)의 사랑을 듬뿍 받은 혜리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저도 남편을 뒤늦게야 알아서 혼란스럽긴 했어요. 덕선이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아쉽긴 하지만 남편을 일찍 알았다고 해서 작품성이 더 나아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오히려 정환이의 사랑이 더 순수하고 예쁘게 그려진 것 같거든요. 개연성 논란이 있어서 속상했는데 배우들은 정작 '남편찾기'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답니다. 따뜻한 가족 이야기가 '남편찾기'에 묻혀서 안타까웠어요."

도대체 덕선이가 누구를 좋아했는지도 의문이었다. 처음엔 선우(고경표)를 좋아했다가 이후 정환이에게 관심을 보였다가 갑자기 택이와 남편이 된 건 억지라는 주장이 있다.

특히 단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은 덕선이를 두고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자 수동적인 여자라는 지적이 일었다.

"덕선이가 화살을 맞는 게 속상했어요. '금사빠'이고 '눈치가 없다'는 말이 가슴 아팠죠. 어린 덕선이의 마음에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를 때 누가 날 좋아한다고 하면 누구나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그게 여고생 덕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혜리는 선우와 정환이를 대할 때와 택이를 대할 때 차이를 뒀다고 강조했다. 택이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신경 쓰이고 챙겨주고 싶은 친구란다. 택이에게 쏟은 관심이 사랑이라는 걸 시간이 흐른 뒤 알았다는 얘기다.

혜리는 "덕선이가 택이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않은 건 쌍문동 5인방의 우정을 깨고 싶지 않아서였다"며 "친구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수동적인 여자로 비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걸스데이 혜리는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을 통해 연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걸스데이 혜리는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을 통해 연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혜리가 예상한 남편은 누구였을까. 잠시 고민한 혜리는 "정환이가 남편이 될 줄 알았다"고 웃은 뒤 "택인 걸 알고 놀랐다. 개연성 논란은 덕선이의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정환은 극 후반부 피앙세 반지를 건네주며 혜리에게 숨겨둔 마음을 고백한다. 장난처럼 들리지만 진심이었다. 속 끓인 정환이의 고백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건드렸다. 혜리도 마찬가지였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펑펑 울었단다.

"풋풋했던 시절을 추억한 장면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슬픈 사랑의 이별을 느꼈죠. 정환이와 함께 쌓아온 예쁜 그림들이 많았잖아요. 그런 추억, 사랑과 진짜 이별하는구나 싶었어요. 정환이가 끙끙 앓다가 감정을 표현했는데 시청자가 느낀 감정을 저도 느꼈답니다. 준열 오빠가 제 눈을 보고 얘기를 하고 전 아무 말 하지 않고 들었는데 정말 슬펐답니다."

결말 논란이 있었지만 어쨌든 '응팔'은 숱한 화제를 낳았다. 혜리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건 없다고 느꼈고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따뜻해져서 감사하다"고 웃었다.

걸스데이를 통해 가수로도 활동 중인 혜리는 '응팔'을 통해 연기자로 한 단계 도약했다. "연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어요. 감동과 공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가슴 한쪽에 남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답니다(웃음)."

가수와 연기 활동 병행에 대해선 "좋은 곡과 작품을 만나는 시기에 따라 갈릴 듯하다"며 "아직은 아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틀에 박히고 정확하게 짜인 스케줄이 벅차요. 뚜렷하게 정하기보단 시기에 따를 거예요. 제가 받은 사랑을 바탕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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