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석 달 남은 19대 국회, 성적표는 안봐도...
역대 가결률 최하…소신 아닌 당론 따르는 ‘뇌사 국회’ 오명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임기는 약 석 달(5월 29일 종료) 남았다. 하지만 4·13 총선이 정국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인 만큼 실질적으로 남은 임기는 두 달 안팎이다. 내주 열리는 2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입법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5월 30일부터 이날까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1만7665건이다. 이중 가결된 법안은 7330건(의원발의 6596건·정부제출 734건)으로 가결률은 41.4%다. 지난해 12월 9일 종료된 정기국회에서 고작 32.3%던 가결률이 1월 임시국회에서 40%대로 훌쩍 뛰었다.
반면 18대 국회는 가결률 44.4%(발의 1만3913건·가결 6178건), 17대 국회의 가결률은 50.4%(발의 7489건·가결 3775건)다. 16대 국회는 이보다 훨씬 높은 62.9% 가결률을 보였다.
19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가결률은 가장 낮아 ‘식물 국회’ ‘뇌사 국회’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여야의 득실 따지기와 공방, 발목 잡기 등으로 인한 입법 마비 상태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적이다.
이를 증명하듯 여야는 현재 쟁점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혁 4법 등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기싸움을 하고 있다. 특히 선거구 획정안을 놓고 이견이 팽팽하다. 새누리당은 ‘선(先) 법안 후(後) 선거구’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개혁 4법 중 파견법에 대해 반대하며 ‘선 선거구 후 법안’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예비후보자, 특히 선거구 변동 가능성이 있는 예비후보자들은 발이 묶여있다. 일각에서 선거 일정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일 하지 않는 국회’ ‘기득권 부리는 국회’라는 비난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론’ 때문에 입법 활동에서 소신을 펴지 못한다는 정치권의 ‘이상한 현상’도 지적한다. 당의 입맛에 맞는 법안은 조속 처리하고, 당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보이콧을 하는 현상이 자주 벌어지면서 국회의 입법 병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4일 본회의에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 사안 또는 소속 정당의 존폐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면 강제 당론을 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본회의 참석 여부 또는 의안에 대한 찬반은 헌법에 정해진 바와 같이 의원들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깊이 숙고해 헌법기관인 의원 개개인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가결률, 처리율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역대 국회와 비교하면 19대 국회는 ‘퇴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당론 때문에 본인이 발의한 법안을 내팽겨치는 경우가 많다. 당 내부가 입법 기능을 장악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19대 국회의 생산성이 낮은 원인 중 하나로 국회법 개정안, 일명 국회선진화법을 지목하기도 한다. 국회 내 다수당이라 하더라도 의석수가 ‘180석’에 미치지 못하면 예산안을 제외한 법안의 강행 처리는 불가능하도록 막아놨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 총선 목표를 ‘180석 이상’으로 세운 이유다.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지난해 12월 “19대 국회는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역대 국회와 비교할 때 역대 최저”라며 “국회선진화법 시행으로 단 1명의 반대로 법안이 심의조차 안 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책임정치,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정신에 위배되며, 헌법이 정한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19대 국회가 ‘뇌사 국회’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 입법 기능 마비뿐 아니라 임기 중 부정행위, 도덕적 해이 등 고질적 병폐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실장은 “사람이냐 구조냐의 문제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초선 의원이 절반가량 당선되며 대폭 바뀌었는데도 19대 국회가 문제가 많은 것이라면 도덕성 부족, 외유 등 구조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며 “전례에 없던 민주주의 대원칙을 거꾸로 가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