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날리고 친문 남긴 김종인...당 주류 솎아내기
'친노 좌장' 이해찬 배제하고 정세균계도 대거 컷오프
일각 '친문체제 구축' 밀약설까지…문재인 반응 주목
더불어민주당의 주류계 재편이 본격 시작됐다. '김종인표 컷오프'로 그간 당을 장악해왔던 '친노(친 노무현)'가 탈락한 자리에 새로이 '친문(친 문재인)'이 남았다.
더민주는 14일 친노계 좌장으로 꼽히는 6선의 이해찬 의원을 20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했다. 친노 원로 그룹인 문희상·유인태 의원에 이어 세번째 컷오프다. 앞서 지난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당적정리를 요청받은 한명숙 총리를 제외하면, 친노 원로 중에선 원혜영 의원 한명만 남은 셈이다.
이날 이 의원의 공천 탈락에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정치적 결단'이 작용했다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선거구도 전체를 놓고 고심한 끝에 내린 정치적 결단으로 이해해달라"며 "이해찬 총리는 우리당을 위해 오랫동안 크게 기여해온 분이지만, 오늘 비대위의 결정이 총선 승리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 총리도 충분히 이해해주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정세균계 물갈이도 대거 단행됐다. 지난달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광주 북구갑)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돼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됐으며, 전병헌(서울 동작갑)·오영식(서울 강북갑) 의원은 각각 보좌관 비리와 지역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발목을 잡았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동시에 한 전 총리와도 가까운 5선 이미경 의원(서울 은평구갑) 역시 선수에 비해 경쟁력이 낮고 의정활동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컷오프 명단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공천관리위원회의 가부투표를 거쳤다.
'친노 좌장'은 날아간 반면, 친문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의원들은 살아남았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지난 대선 당시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이자 '3철'로 불렸던 전해철 의원(안산 상록갑)과 문재인 캠프 종합상활실장을 맡았던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을)은 단수 후보로 확정됐다.
또한 문 전 대표 당시 수석사무부총장을 지냈다가 '비노 세작'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김경협 의원(부천 원미갑), 문재인 대선 캠프 전직 공동선대위원장이자 비서관 월급 상납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이목희 의원(서울 금천구)도 컷오프를 면하고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이와는 달리 '막말' 논란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정청래 의원의 경우, 친문 인사라는 당 밖의 평과는 달리 사실 DY(정동영)계 인사라는 분류가 정설이다. 실제 정 의원은 지난해 문 전 대표가 전당대회 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자 "유대인이 히틀러의 묘소에 가서 참배할 수 있겠느냐"고 정면으로 비난했으며 정 의원 자신도 "친노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 의원이 지난해 지도부 내홍이 거셌던 당시 문 대표 사퇴를 주장하던 주승용 전 최고위원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일시적으로 친문 인사라는 이미지가 덧입혀졌다는 평이다. 여기에 김 대표가 '경제' 문제를 총선 승부수로 걸겠다고 방향을 잡은 마당에 '막말-강경파'의 상징성이 강한 정 의원은 전략적으로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간 '밀약설'까지 나올 정도다. 친노 원로 그룹과 '표면적' 친문 인사에 대해선 대대적 컷오프를 단행하되, 문 전 대표의 수족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남겨두면서 '친문체제구축'에 힘을 싣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친노계를 공천에서 대거 배제함으로써 개혁 '명분'도 살린다는 취지다. 단, 주류계 중진 의원실 핵심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대표 간 교감은 전혀 없다. 문 대표에게 발언권도 없을 뿐더러 김 대표도 그런식으로 문 대표와 전혀 상의하거나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확언했다.
한편 더민주는 이날 정대철 전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의원의 지역(서울 중구성동구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했다. 정 전 상임고문은 앞서 더민주를 탈당해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돕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정 의원이 지역에서 경쟁력이 낮다는 판단 하에 지도부가 컷오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김정현 국민의당 대변인은 "당의 뿌리인 부친 정대철 고문과 관련돼 보복차원에서 정략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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