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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영웅’ 이세돌, 1승만큼 눈부셨던 위대한 4패


입력 2016.03.15 20:20 수정 2016.03.16 14:0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알파고와의 5국서 5시간 혈투 끝 불계패

이번 대국서 인간의 희로애락 감정 선보여

이세돌의 패배는 값졌고, 승리는 위대했다. ⓒ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아쉽게 알파고에 패했지만 다섯 번의 대국을 지켜본 국민들은 감동을 받기 충분했다.

이세돌 9단은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5국에서 알파고와 5시간 혈투 끝에 통한의 불계패를 선언하고 말았다.

초중반까지 접전 양상을 보이던 대국은 이세돌 9단이 미리 파놓은 전략에 알파고가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었다. 실제로 이세돌 9단의 수는 빈틈이 없었다. 지난 네 차례 맞대결에서 알파고가 집 만들기에 힘을 쓴다는 점을 파악, 초반부터 실리적인 바둑을 두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실수가 이어졌고, 너무도 치명적이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이세돌 9단은 상변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고, 79번째 수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알파고의 공세에 우측으로 집을 길게 뻗었어야 했지만 안정을 추구한 나머지 안형을 만들고 말았다. 한 번 기세를 잡으면 이를 물고 늘어지는 알파고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승부가 갈린 시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무릎을 꿇었다. 1승 4패. 4국서 얻은 1승은 너무도 힘겨웠고, 나머지 네 차례 패배는 인간의 한계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대국이 진행될수록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인간’ 이세돌을 응원하고 있었다.

사실 이세돌 9단은 당돌하고 개성 넘치는 바둑 기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때 버릇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내가 최강인 것 같다” “싸울만 해서 싸운다. 수가 보이는데 어쩌란 말인가” 등은 그가 남긴 유명한 어록들이다.

그토록 자신만만하던 이세돌 9단도 세월의 흐름 앞에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국내 랭킹 1위 자리를 박정환 9단에게 빼앗겼고, 이달 초 농심배에서는 천적 커제의 벽에 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럼에도 구글이 선택한 인류 최강의 바둑 기사는 이세돌이었다. 이세돌 9단은 바둑판에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기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말 그대로 희로애락이 느껴지는, 가장 인간다운 바둑을 구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구글은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이세돌 9단을 통해 인간적인 프로그램을 시험하려 했다.

알파고와의 첫 번째 맞대결 패배는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5전 전승을 자신했던 이세돌 9단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웃고 있었지만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어느새 겸손함을 배우게 된 이세돌 9단이다.

내리 3연패한 뒤에는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류가 진 것이 아니다”라는 또 하나의 명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는 동료 기사들과 밤을 새워 4국 준비에 나섰다. 이미 패배가 확정된 상황에서 4~5국을 포기할 법도 했지만 그에게는 ‘도전’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가 주어졌다.

4국서 승리하자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이세돌 9단 역시 “이렇게 기뻐해주실지 몰랐다”며 특유의 미소를 되찾았다. 이번 5국에서는 먼저 주어진 2시간을 다 쓰고 세 번의 1분 초읽기까지 내몰렸다. 결국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이세돌 9단은 돌을 던지고 말았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서 인간의 대표 감정인 ‘희로애락’을 모두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세돌의 패배는 포기할 줄 모르는 인간의 위대함을 다시금 일깨워줬고, 값진 승리는 노력의 대가가 달콤하다는 것을 온 국민들에게 알렸다. 또 다른 영웅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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