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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철도 아닌데...NLL은 지금 붉은 깃발에 점령당했다


입력 2016.03.25 04:48 수정 2016.03.25 05:02        목용재 기자

<서해 수호의 날 기념-연평도를 가다>중국어선 득시글

전직 연평도 해군 부사관 "꽃게철엔 북 위장선도 상당수"

제1회 '서해수호의 날' 행사가 오는 25일 대전 현충원에서 개최됐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 북방한계선(NLL)이 있는 서해 바다에서 북한의 도발에 맞서 목숨을 바친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올해부터 처음 지정된 기념일이다. '데일리안'은 제1회 서해수호의 날을 기념해 서해 최북단 연평도를 방문, NLL과 연평도 현지의 상황을 점검하고 북한 도발에 맞선 영웅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봤다. < 편집자 주 >

지난 23일 대연평도와 북한 갑도, 석도 사이에 일단의 중국 어선들이 들어와 있다.ⓒ데일리안 하윤아 기자

지난 23일 대연평도 앞까지 들어와 있는 중국어선.ⓒ데일리안 목용재 기자

지난 23일 대연평도 북부 지역, 망향전망대 앞 바다에 중국 국기인 붉은색 오성홍기를 매달은 20여척의 중국 어선이 북방한계선(NLL) 인근을 휘저으며 조업을 하고 있었다.

12척의 중국어선은 연평도와 북한 갑도, 석도 사이에서 거세게 부는 바람에 잠시 석도 옆에 피항 중이었고 큰 규모의 중국어선 1척은 NLL 이남 남한 지역까지 내려와 정박한 채 조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또 다른 6척의 중국어선 일단은 남한의 우도 인근까지 깊숙이 들어와 중국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19척의 중국어선 모두 NLL을 인근에 정박해 있거나 절묘한 'NLL 선타기' 항해를 벌이고 있었다.

'데일리안'과 만난 대연평도 주민들은 중국어선의 무차별 조업에 어획량이 줄어든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복수의 대연평도 주민에 따르면 4~5월 꽃게철만 되면 연평도와 북한 갑도, 석도, 장제도 사이에 위치한 NLL 인근에 수백 척의 중국 어선이 출연, 이 지역의 꽃게들을 쓸어간다. 이날 출몰한 중국 어선들은 아직 꽃게철이 아닌데도 NLL인근, 남한과 북한의 해역으로 들어와 불법 조업을 벌이고 있었다.

대연평도 남쪽 지역의 중부리 연육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본보에 "언젠가는 중국 어선들이 내가 운영하는 식당에서도 보일정도로 깊숙이 들어와 불을 밝히고 있는 모습을 봤다"면서 "대연평도 내륙에서도 중국 어선들이 몰려온 모습을 보니 너무 속상했다. 처음에는 다리에 불을 켜놓은 것 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중국 어선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우리 어민들은 저녁 7시면 다들 들어오는데, 늦은 밤 새벽에 중국 어선들이 늘어선 모습을 보면 분노가 치민다"면서 "중국 어선들은 밤에 많이 움직이는데 정말 가까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23일 연평면사무소에 따르면 3월 17일부터 23일, 일주일동안 대연평도 북쪽 해역에 출몰한 중국어선은 총 241척이었다. 중국어선이 일주일동안 하루 평균 34척 꼴로 출연한 셈이다. 연평도 어민들은 혹시나 벌어질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에 NLL 인근에서는 조업을 자제하고 대연평도 서쪽 해안에서 조업을 벌인다. NLL 인근 어장을 송두리째 중국 어선들에 내어준 꼴이라 연평도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서해5도에서 근무 중인 한 초급 장교는 '데일리안'과 만나 "4~5월에는 300~400척의 중국어선이 연평도와 북한 도서 사이를 점령한다"면서 "어획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4월 꽃게철이 되면 손도 못 대는 정도다. 특히 중국 어선이 움직이는 지역은 NLL이라 퇴거 작업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연평도 해군에서 근무했던 전직 부사관 최모 씨는 "중국어선이 들어올 때는 물이 안보일 정도다. 그만큼 물보다 중국어선이 많이 들어온다는 것"이라면서 "꽃게철에 수백 척의 중국 어선이 NLL 인근에 밀려오는데 그 가운데 중국 국기를 매달고 NLL이남까지 내려오는 북한 위장선도 있는 것으로 안다. 북한 위장선이 중국 국기 달고 있으면 솔직히 우리 군에서 식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우리 군 및 해양경비안전본부 전력이 중국어선 퇴거를 목적으로 NLL에 접근하면 북한 측에 '조준타격' 및 도발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중국어선 퇴거 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점도 있다.

최 씨는 "우리 고속정이 중국 어선들에 대한 퇴거 작전을 벌이려 NLL 이남에 접근하면 조준 사격 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래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북한이 시비걸기도 좋은 위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과 해양경비안전본부는 매년 NLL인근 중국어선 단속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오는 28일부터는 전력을 대폭 강화해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군에서는 중국 어선에 대한 감시·관측 위주로,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는 고속정 등을 배치해 단속에 나선다.

해병대 관계자는 본보에 "어민들과 함께 회의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감시, 관측 등 공조하고 있다"면서 "중국 민간인에 대한 대응이라 군 입장에서는 강경대응은 하지 않고 해경 측과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경비안전본부 관계자도 "NLL 인근 지역의 중국어선 단속은 2함대사령부와 함께 작전중이고 28일에 특공대가 배치될 예정"이라면서 "최근은 꽃게철이 아니지만 중국 어선이 광어, 우럭 등 일반 어류를 잡기위해 넘어온다. 중국 어선으로 인한 피해가 있지만 어업량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연평도 주민들이 연평도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서해5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해병, 해군 관계자들이 연평도를 찾을 때마다 "고생한다"고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는다.

김 씨는 "어민들이 조업하러 가면 '그 해역에서 나오십시오'라면서 경고방송을 많이 하는데, 북한에 해코지 당할까봐 그런 활동을 군과 해경이 벌이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살다보면 위험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해경이나 해병, 해군, 특공대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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