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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불모지' 도전자들, 사지에서 생환할까


입력 2016.03.30 05:34 수정 2016.03.30 05:40        이슬기 기자

대구 수성갑 김부겸 수성을 정기철 중구남구 김동열 등

"대구 지역 진박-비박 논란에 유권자들 피로도 높아져"

20대 국회의원 총선을 30일 앞둔 14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울시선관위 직원들이 홍보대사 설현을 모델로 한 투표독려 가로등 현수기를 게시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에선 '호남 = 야권 텃밭', '영남 = 여권 텃밭'이라는 지역구도가 더욱 또렷해진다. 실제 이번 20대 총선에서 여당 강세 지역인 대구와 경남·북 중 14개 지역에는 야당 후보가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반대로 광주 북구갑과 전북 정읍시고창군에는 여당 후보 없이 야권 간 경쟁만 펼쳐진다. 

특히 호남보다도 영남 지역에서 이같은 공식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어 왔지만, 야당 후보로서 불모지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개척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야권의 불모지 중에서도 이른바 '사지'로 꼽히는 대구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의원과 정기철 후보가 각각 수성갑, 수성을에서 뛰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총선 예비후보 등록 첫날이었던 지난해 12월 15일 등록을 마치고, 일찍이 '전투'를 준비해왔다. 

김 전 의원은 경기 군포에서 16,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2012년 고향인 대구로 낙향했다. 이후 19대 총선(대구 수성갑)과 대구시장 선거에도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번이 세번째 러브콜인 셈이다. 현재로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 선수인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앞서거나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모습이지만, 불모지에 도전하는 그로서는 끝까지 엎드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이번에 당선되면 당대표는 물론 대권 후보로서도 자리를 굳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김 전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에 당선되면 대구를 위해서 미친듯이 일해야한다. 그래야 후배들이 여기서 야당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반대만 익숙한 당이 아니라 대안을 마련하고 이 공동체를 위해 고민하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로 바꿔나가는 데 내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지역 야당 원외 후보 중 유일하게 예비후보 등록 기간을 지킨 정기철 후보는 '대구정치 부활과 야당 혁신'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여당 현역인 주호영 의원과 이인선 새누리당 후보 사이에서 힘겨운 싸움 중인 그는 출마 준비를 위해 2년 전까지 몸 담았던 감정평가사 법인에서도 나왔다. 여전히 새누리당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지만, 4년 전처럼 야당 명함을 받기만 하면 면전에서 찢어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며 '대구의 변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는 "진박비박 공천 파동 때문에 대구시민들의 피로감과 실망감이 적지않다. 경로당에 계신 할머님들이 '대구서도 야당 의원이 나와야지. 새누리가 우리에게 해준 게 뭐 있느냐'라는 말씀들을 하신다"며 "야당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대구시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나. 그래놓고서 대구는 새누리만 편애한다는 헛소리를 해선 안된다. 대구시민에게 진짜 야당다운 활동을 보이는 노력을 진정성 있게 했는지, 우리 야당도 자문하고 반성해야한다"고 말했다.

19대에 이어 대구 중구남구에 두번째 출사표를 던진 김동열 더민주 후보 역시 야당을 바라보는 대구시민의 온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4년 전 선거 운동 당시엔 명함을 받자마자 던지거나 '종북'이라며 면박을 당하는 일도 잦았지만, 최근엔 '대구에서 아주 귀한 후보'라며 격려하거나 새누리당의 의석 독점을 지적하는 유권자도 부쩍 늘어났다는 게 김 후보의 설명이다. 그는 "중구남구는 특히 진박비박 대결구도에 대한 역풍이 강한 지역"이라며 "여전히 어려운 지역이지만 재도전인 만큼 얼굴을 알아보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다. 지난 총선 때는 통진당과 야권연대 때문에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에 비해 더민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좋아졌다"고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경남에선 유일한 야당 현역인 민홍철 의원이 김해시갑 재선에 도전하며, 김해시을에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려온 김경수 더민주 후보가 상대후보와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며 당선을 노리고 있다. 또한 창원시의창구에선 세명의 예비후보 간 경쟁을 통과한 김기운 더민주 후보, 새누리당 현역인 윤영석 의원과 '리턴매치'를 벌이는 송인배 더민주 후보(양산갑)가 야권 불모지에서도 꾸준히 기반을 닦아왔다.

아울러 창원성산 허성수 더민주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경우, 19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에 당선됐으나 '삼성  X파일 사건' 관련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뒤, 이번 선거에서 험지에 도전장을 던진 케이스다. 이에 따라 노 의원은 이 지역 현역이자 재선을 노리는 새누리당 후보, 이재환 국민의당 후보와 3자 대결을 벌인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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