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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를 '학살'이라고 표현한 책들 펼쳐 보니...


입력 2016.04.16 08:35 수정 2016.04.18 08:47        하윤아 기자 / 박진여 기자

시민단체 "출판의 자유 인정하지만 거짓을 진실로 호도"

음모론 확대재생산 의혹 부풀려 정부 국가체제 불신 조장

세월호 참사 713일째인 3월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어버이날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무력화 시키는 쓰레기 시행령 통과 규탄 및 행동하는 학부모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카네이션을 달 수 없다”며, “아이들의 권리와 안전, 행복을 위해 행동하는 부모가 되겠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16 세월호 사고와 관련, '정부 주도의 학살', '조직적 은폐' 등의 표현을 담은 서적들이 세월호와 관련한 의혹들을 증폭시켜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제기된 여러 음모론을 확대·재생산하고 왜곡된 표현으로 의혹을 과도하게 부풀려 정부 혹은 국가와 체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안'이 대형 서점의 온라인 사이트 정치·사회 분야 세월호 사고 관련 서적 23권을 살펴본 결과, 총 4권의 도서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구조를 고의적으로 막았다거나 정부기관이 조직적으로 조사결과를 은폐했다는 등의 주장과 의혹을 담고 있었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운영위원회 등이 펴낸 책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정부의 고의적인 학살"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책에는 "참사는 정부가 구조를 안 하고 구조를 막았기 때문에 일어났다", "무언가의 이유로, 이는 정부가 승객들을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 이유는 아직 명확히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참사의 원인이 정부의 고의적인 학살이라는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침몰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은 불명확하다"면서 "정부는 그것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잠수함과의 충돌', '해경의 침몰작전'을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저자는 "15일 밤 11시경 일본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당시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한미 독수리훈련에서 비공식적으로 연습에 참여한 일본 잠수함이 세월호와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더욱이 저자는 몇 장의 사진자료를 제시하며 "해경 123정이 세월호를 끌어 넘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주장을 토대로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정부가 사고의 실체를 은폐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을 '세월호 학살 진실 은폐 특별법'이라고 지칭, "박근혜 정권 타도, 퇴진"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곽동기 카이스트 박사가 쓴 책 '세월호의 진실'은 잠수함충돌설, 내부폭발설 등 갖가지 가설들을 소개하면서 "박근혜 정권이 6·4지방선거에서 승리할 목적으로 세월호를 침몰시켰다", "시민사회진영 일부가 박근혜 정권의 2012년 대선부정선거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자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는 등의 사전음모 가설도 함께 실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제기한 가설은 모두 가설일 뿐, 확증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없다"면서도 "그러나 분명한 점은 정부당국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드러나는 것을 은폐하고 있다는 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또 '구조로 포장된 학살극'이라는 제목을 붙인 2부 내용에는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가 아무런 사전 대응을 하지 않은 점, 국정원이 사고를 가장 먼저 인지했음에도 최초인지 시점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의 의혹이 주를 이뤘고,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와 국정원이 고의로 사건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재차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도현신 작가의 책 '국가의 배신' 역시 사고 직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여러 의혹들을 정리·소개했다. 저자는 해경과 언딘이 유착해 일부러 구조를 하지 않았다는 음모론 등을 소개하면서 "그들은 어째서 세월호 승객들이 배 안에 갇힌 채 차갑고 어두운 바다 밑에서 죽어갈 때까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라고 마무리해 정부가 고의적으로 구조를 외면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경찰들이 사복을 입은 채 신분을 숨겼다는 의혹을 소개하면서는 "다소 과감한 추측을 해보자면, 세월호 침몰 사태를 둘러싸고 현장에서 정부 여당에 좋지 않은 여론이 돌아 2개월 후에 있을 지방선거에 악영향으로 작용할까 미리 정부 비판 여론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사복 경찰들을 투입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추측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대처를 보았을 때 무작정 웃고 넘길 수도 없는 이야기다"라고 언급해 의혹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이밖에 책 '사회적 영성'에서 공동 저자인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자본의 탐욕이 배를 침몰시켰다"면서 "세월호는 사고가 아닌 학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더욱 놀라운 일은 국가가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가 의도적으로 구조를 방기했다는 일각의 주장과 맥을 같이했다.

이에 대해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는 '데일리안'에 "세월호의 경우 이미 사고의 원인도 밝혀졌고 또 구조를 하지 않은 게 아니라 구조할 수 없는 여건이 있었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인데, 각도를 달리해 계속 의혹이 있는 것처럼 부풀리고 사실을 왜곡시켜 사회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것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교육되고 학습되면 국가체제를 부정하게끔 만들 수도 있는 심각한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 대표는 "학살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잘못된 표현"이라며 "사상·표현의 자유와 함께 출판의 자유도 당연 존중받아야 하지만 과도한 의혹제기와 사실왜곡을 우리 사회가 용인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물론 출판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지만, 일부 세력이 만들어낸 괴담이나 낭설들을 반정부 투쟁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마치 사실인양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이는 유가족과 희생자를 두 번 상처 입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갈등을 지속적으로 양산해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사회통합을 발목 잡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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