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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훅간다더니 그대로 된 새누리 광고


입력 2016.04.15 07:36 수정 2016.04.15 07:41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현란했던 홍보기법들 국민 공감 못얻으면 무용지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4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뒤에 '정신 차리자'는 글귀가 쓰여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07년 대선 이명박 후보의 먹방 광고는 희대의 대박이었다. 그 이후 이미지 쇼에서 새누리당은 더민주를 압도했다. 지난 대선 때도 소파에 앉아 조는 문재인 후보의 광고보다 박근혜 후보의 ‘준비된 여성 대통령’, ‘경험 많은 선장은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 등의 광고가 더 강렬했다. 작년 4.29 재보궐 선거 때도 ‘새줌마’ 컨셉의 쿡방과 먹방이 인기를 끈 반면, 더민주의 쇼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여세를 몰아 이번 총선 때도 새누리 당 광고에선 기발한 아이디어가 선보였다. 회의장 벽에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 '알바도 니들처럼 하면 바로 짤린다' 등 SNS를 통해 모집한 네티즌 목소리를 새겨 주목 받는 것과 같은 튀는 이미지 쇼로 화제를 주도했다. 온라인 전략에서 야당에 앞선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백미는 SNS를 통해 배포한 패러디 영상 ‘무성이 나르샤’였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공천파동을 희화화한 것이었다. 새누리당 조동원 홍보기획 본부장은 고심했을 것이다. 국민이 진절머리를 내는 공천파동 이슈를 피하고 새누리당 이미지 홍보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전 국민이 다 아는 이슈이기 때문에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피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요즘은 사람들이 이중적인 것, 가식적인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리얼’의 시대다. 과거엔 악재를 요리조리 피해서 듣기 좋은 말로만 포장하는 방송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젠 악재와 약점에 돌직구를 던지는 직설화법이 인기를 끈다. ‘놀러와’가 퇴락하고 ‘라디오스타’가 살아남은 이유다.

이런 시대에 공천파동을 덮고 좋은 게 좋은 식으로 포장하며 갈 순 없었다. 그래서 새누리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가장 큰 치부인 친박비박 간의 옥새파동을 그대로 드러내 광고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패러디 희화화였다.

패러디는 인터넷에서 가장 각광받는 유희 문화다. 새누리는 최근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은 ‘육룡이 나르샤’를 패러디해 ‘무성이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스토리를 생각해냈다. 기발한 착상이었다. 자신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낸 솔직함과, 그것을 유머러스하고 트렌디한 패러디로 풀었다는 점에서 최고의 정치광고였다.

거기다가 내용이 자기희화화였다. 근엄하게 자기자신을 높이면 ‘꼰대’가 되지만 자기희화화를 감내하는 순간 친숙한 ‘아재’가 된다. ‘무성이 나르샤’ 광고는 그러한 표현기법을 통해 최악이었던 공천파동을 그나마 친숙하고 흥미로운 게임처럼 만들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색했다는 점에서 인정 받을 만했다. 물론 마지막에 억지 화합하며 함께 뛰는 모습을 넣어 가식적이며 전형적인 홍보물처럼 추락한 것이 옥에 티이긴 했지만 큰 틀에선 나쁘지 않은 기획이었다.

거기서 끝났다면 좋았을 것이다. 너무 성공적이었던 것이 패착이었을까? 새누리당은 그 전의 성공에 고무되었는지 코믹 광고를 하나 더 만들고 말았다. 이것은 과유불급이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친박비박 지도부가 둘러 서서 국민을 갑으로 모시고, 안 싸우겠다는 다짐을 하는 ‘반다송’이었는데, 문제는 이것이 너무나 현실과 달랐다는 점에 있었다. 새누리당의 계파갈등은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었고, ‘반다송’을 틀어대는 그 순간에도 갈등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전 국민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광고에선 안 싸운다고 하니 가식적이라는 느낌이 생겨났다.

비박 무소속 후보들을 복당시킬 수 없다면서 친박 윤상현 후보는 복당시킬 듯한 느낌을 준 것을 보면 국민을 무시하고 계파싸움과 친박갑질에 몰두하는 것이 분명했는데도, 광고에선 정반대의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하니 국민 입장에선 우롱당한다는 느낌까지 생겨났다. 그러자 짜증이 초래됐다. 역효과가 난 것이다. 2007년 대선 이명박 후보 시절부터 이어졌던 새누리 광고 불패신화에 금이 간 순간이다.

아무리 광고가 이미지라지만 어느 정도는 현실의 인식과 부합해야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명박 먹방 광고 당시는 정말로 국민들이 CEO 이명박이 경제를 살려줄 거라고 인식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국민의 인식과 정반대인 이야기를 억지스럽게 광고로 만들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홍보기획의 실패다. 쇼는 ‘무성이 나르샤’까지가 마지노선이었다.

그 전까지의 성공신화 때문에 감성적이고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아이디어로 광고를 만들기만 하면 계속해서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일까? 그러나 아무리 튀는 광고 아이디어도 진정성과 국민의 공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이번 일이 말해준다. 억지는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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