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그룹, 하이투자증권 연내 매각 결정
현대중공업 그룹이 몸집을 줄이기 위한 자구계획안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예정이다. 하이투자증권은 내부적으로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된 매각 이슈가 현실화되자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그룹은 하이투자증권의 지분 85.32%의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이를 위해 그룹은 KEB하나은행에 자구책을 제출하는 한편 연내 매각을 목표로 EY한영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는 등 매각진행을 본격화 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설은 올해 초부터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현대중공업은 현대기업금융과 현대기술투자 등 금융계열사를 하이투자증권으로 편입시키며 매각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하이투자증권 노조측도 "채권단이 요구한다고 졸속 매각하려는 현대중공업 그룹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 제조기업, 증권사 매각설 '솔솔'
정부가 조선과 해운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에 칼을 빼든 가운데 몸집을 키워온 국내 주력 수출 제조회사들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비주력 계열사 매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을 빙산의 일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이투자증권을 필두로 시장에서 제기된 증권사들의 도미노 매각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저성장 시대 국면에서 국내 수출 제조기업들의 경쟁력은 크게 저하된 상태다.
주력산업이 통째로 흔들릴 위기에 처하면서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구조개편은 본격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제조업 기반의 그룹들이 자회사로 두고 있는 증권사들도 성장력 저하로 인해 그룹의 캐쉬카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한국 증권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0.7정도인데 이는 코스피 평균 PBR인 1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이라며 "메인 분야인 브로커리지 수입에서 수수료율이 떨어지며 정체기를 맞고 있고 앞으로는 채권운용수익이나 위탁수수료 등에서 수익 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박사는 "증권사들이 매각 매물로 나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증권업도 제조업 기반에서 금융업 중심의 증권사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살리기위해 현대증권을 KB금융지주에 매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증권은 이번 매각을 계기로 제조업 기반에서 금융업 중심의 증권사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 재편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일부 확인되지 않은 증권사 매각설이 시장에 돌기도 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한 삼성그룹이 그룹내 계열사들의 분할·합병 등 본격적인 구조개편에 돌입하면서 시장에서는 삼성증권 매각설이 제기된 바 있다.
SK증권은 내년 8월까지 대주주인 SK(주)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지분 10%를 매각해야하는 만큼 매각 수순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당사자인 삼성증권과 SK증권은 이같은 소문에 대해 전면부인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당장 오는 9~10월께 서초동 사옥으로 이사가 결정된 마당에 매각설이 나온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그룹에서 운용 부문을 육성하겠다고 했고 운용을 키우려면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매각설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