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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뚝심 박경미 의원 "기초 학력 보장하겠다"

  • [데일리안] 입력 2016.06.12 09:24
  • 수정 2016.06.13 10:00
  • 조정한 기자 (impactist90@dailian.co.kr)

<20대 3당 비례 1번에게 듣는다①-박경미 더민주>

"정치권에 비해선 순진했다...멀티플레이어 될 것"

총선이 끝난지 2개월여가 지난 지금 여야간 원구성 협상도 타결되고 이제는 정말 20대 국회의 문이 열렸다. 총선 과정에서 각당의 비례대표 순위 명단이 발표되긴 했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각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누구인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무슨 비전으로 의정활동을 펼칠 것인지 알지 못한다. 이에 데일리안은 각당의 비례대표 1번 의원들 만나 궁금증을 해소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초 학력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정치인으로서 포부를 밝혔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후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초 학력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정치인으로서 포부를 밝혔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후 '알파고 비례공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비례1번 치고는 방향이 명확했고 전문가로서의 강단도 느껴졌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초 학력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정치인으로서 포부를 밝혔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후 '알파고 비례공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비례1번 치고는 방향이 명확했고 전문가로서의 강단도 느껴졌다. 박 의원은 지난 4월 더민주 당선자 대회에서 "비례는 직능을 대표하는 만큼 교육계를 위해서 진정성을 가지고 일하겠다. 우리 사회에 안전망을 구축하고 사라진 교육 사다리 복원에 집중하겠다"고 다짐을 밝힌 바 있다.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로 들어서자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서적들이 눈에 띄었다. 통계, 수학, 교육 등의 단어가 포함된 대학 서적과 각종 연구 자료들이 박 의원이 30여 년 동안 수학 교육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왔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그는 '수학'이라는 분야에선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한 전문가지만 정치권에서는 초선으로서 이제 막 걸음마를 걷기 시작한 단계다. 박 의원은 스스로 "연구원도 교수도 해봤지만 정치권에 비해선 나이브(naive,순진) 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전문분야만 할 수 없으니 멀티플레이어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조용한 목소리에 눈도 잘 마주치지 않던 그의 눈빛이 순간 반짝이고 목소리엔 힘이 들어갔다. 비례대표는 보통 국회에 '무혈입성(無血入城)'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다수지만 그들은 이미 전문가가 되기까지 무수히 시행착오를 거친 정치권의 '보석'이었다.

박 의원은 서울대 수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를 거쳐 홍익대 교수로 16년간 강단에 섰다. 저서로는 '수학비타민' '수학콘서트' 등이 있고, 수학을 문화, 철학, 예술 등과 융합시켜 재미있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그는 교육부 정책자문위원과 대학구조개혁위원 등을 지냈고 2014년 MBC '100분 토론' 진행을 맡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3월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은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에게 공천장을 수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3월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은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에게 공천장을 수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초선이면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와 같은 심정일 것 같다.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주나?

"글쎄요. 학교랑 국회 정치권은 완전히 다른 생태계를 가진 곳이라서 생소한데, (지금의) 교육자 학자 교수(이미지)에서 정치인 국회의원으로 변신을 해야 한다. 아직은 굉장히 어설프다. 그래도 보좌진들이 (저보다 정치권에서) 경험이 많으니까 정무적인 부분을 많이 물어보고 있다. 교육 쪽에서 일을 하게 될 텐데 교육, 사회 전반으로 관심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일단) 과학과 교육은 제가 활동하던 분야니까 지인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총선 당시 박 의원과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의 관계가 화제가 된 바 있다.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자주 연락하나?

"김 대표가 워낙 일정이 바쁘셔서 (자주 연락은 못하지만) 가끔 상황을 보고드리면서 조언도 얻고 있다. 주로 온라인에서 대화를 하고 통화한다. 자주 만남을 갖긴 어렵지만 그래도 (가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뵙기도 한다"

비례 대표 몫으로 1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당의 방향성을 상징하는 자리기도 한데, 당이 의원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두 가지 때문에 비례1번이 된 것 같다. 아무래도 교육이 지속 가능성이 높은 최고의 복지고 또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 것 같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다고 할 때 근간을 이루는 것이 과학기술이고 기저에서 같이 움직이는 것은 수학이다. 그런 점에서 제가 전공이 수학교육이고 교과서도 15년 이상 계속 써왔던 경력들이 겹치면서 저를 (당에서)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박 의원은 현재 3당 각 비례대표 1번과 함께 지난 2일 '국회 4차 산업혁명 포럼'을 결성, 공식 등록 후 활동 중이다. 전통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를 융합해 새로운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며 구성원에는 박 의원,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등 여야 의원 30여명이 포함됐다.

4차 산업혁명 모임이 결성됐는데 자주 만나고 있나?

오는 24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주도창조혁신센터도 같이 갈 예정이다. 제가 과학 기술 인력을 교육해서 제공하면 미래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일할 신 의원은 (자원을) 받아서 응용해 연구하고 산업자원통상위원회에서 일할 송 의원은 개발 연구하게 된다. 3당이 합의해서 중복되지 않고 단계에 따라 (협업) 하게 됐다. 최근 정치권에서 '협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하는 협치도 있지만, 4차 산업혁명 모임은 이념이나 정파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 3당의 비례1번들이 초당적으로 함께 나선다는 것(협치)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의원인 만큼 '정무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과 의견도 있어야 한다. 최근 원 구성 협상을 보며 든 생각은?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됐다. 법정기한은 지키지 못했지만 최근 추세를 볼 때 굉장히 빨리 됐다. 아시다시피 더민주는 원 구성 협상이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 특별위원회(TF)를 많이 가동했다. 원 구성 전에 워밍업하고 뛰자는 취지였다. 이번에 우 원내대표나 지도부가 공개협상과 막후 협상을 했다. 서로 적당히 명분과 실리를 찾으며 타협을 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타협이고 막후 협상이구나'라고 느꼈다"

박경미 더민주 의원은 최근 거시적인 수준에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거대 담론을 다룬 책을 많이 읽고 있다고 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경미 더민주 의원은 최근 거시적인 수준에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거대 담론을 다룬 책을 많이 읽고 있다고 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 관련 서적도 읽고 있나?

"관심사가 사실 교육에 국한된 면이 있었다. 교육은 워낙 이전에도 다른 분야와 유기적으로 얽혔기 때문에 수학교육만 하는 분에 비해서는 시야가 좁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회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안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안목을 (이제) 기르려고 한다. 경험과 관심의 지평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거대 담론들을 다룬 책은 뜬구름 잡는 것 같아서 눈길을 잘 안 줬는데 최근에는 관심이 가서 읽고 있다"

최근,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나?

"국회가 입법기관이다 보니 교육과 관련된 법들이나 기존에 시도됐지만 폐기됐던 것들을 보면서 비슷한 외국 사례도 찾아보고 있다.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1호 발의 법안으로 '기초학력책임보장법'을 꼽았는데 미국에 그것과 유사한 NCLB(No Child Left Behind Act , 낙오자 방지법)가 있다. 그래서 그 법 내용을 좀 살펴보고 있다. 또한 과학교육진흥법 등을 확대하려고 하는 데 일본에는 이과교육진흥법이 있어 그것도 들춰보고 있는 중이다. 법체계를 잘 알지 못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저서에는 수학을 문학, 영화, 사회, 미술 등 분야에 융합시켜 재미있게 풀이하고자 했는데, 실상 교육현장에서는 필요성을 많이 깨닫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입시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아예 수학이라는 학문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에는 수학이 무미건조한 수식이나 추상적인 분야가 아니라 실생활과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강조하는 쪽으로 교육과정이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수능은 유형별로 문제를 풀이하는 것에 치중돼 있기 때문에 입시 수학에는 제가 썼던 서적에 담긴 교양서 내용을 많이 반영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완적으로 생각한다면 요즘에는 학생부 종합전형 등 수시 전형이 다양화되고 수학 관련 활동(토론, 프로젝트 등)이 학생부에 담길 수 있도록 한다면 조금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인터뷰에서 수학을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 이른바 '수포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한 바 있다. 대책은 없을까?

겨우 수학하나 못 했을 뿐인데 수포자가 학업 포기자가 되고 그로 인해 인생 포기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도대체 수학이 뭐길래 그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지 모르겠다. 수학이 입시를 쥐고 흔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회나 윤리 과목 정도로 편안하게 수학을 즐기면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어는 현재 수능에서 절대평가가 됐는데 수학 절대평가도 이러한 맥락에서 고려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모든 아이들에게 수학은 평이하게 배울 수 있도록 하고 또 수학을 잘하는 영재들은 가속페달을 밟고 올라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이 부진한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는 1교실에 2명의 수학교사를 배치하는 제도를 생각하고 있다.

학자로서의 최종목표와 정치인으로서 4년 뒤 최종목표는 다를 것 같다. 국회의원으로서 포부는?

일단 입법활동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소소해 보이지만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몇 가지 항목을 추가하거나 표현을 고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기초학력보장법까지 준비하고 있다. 또 현재 교육과정이 자주 바뀌어 현직 교사들의 피로감이 상당해서 교육과정과 교과서 관련된 법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초생활보장법'처럼 국가가 교육에 있어서도 기초학력을 보장해 주는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재교육진흥법 같이 상위 학생들을 보호해주는 법은 나온 지 15년 이상 됐는데 아직 기초학력을 보장해주는 법이 없다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어두운 면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이뤄진 연구를 보면 수학과학 성적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면 GDP 2.7% 상승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인적자원의 지적 능력을 올리는 것은 결국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도 상당한 관련이 있다.

준비한 질문들에 답을 모두 얻었을 때쯤 다소 경직됐던 박 의원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고 손짓과 표정이 다양해졌다. 스스로도 아직 정치권이 낯설다고 말할 정도니 초선으로서 수많은 질문들에 답하며 느꼈을 부담감이 짐작됐다.

원 구성 협상에 대해 물을 땐 다소 긴장한 듯했던 그가 교육과 수학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비로소 경계를 풀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해달라고 하자 "학습 부진아가 사회적으로 낙오자가 되지 않도록 모두 품을 수 있는 교육 안전망을 구축하겠다. 교육 사다리를 복원 시키겠다"고 뚝심 있는 답변을 해왔다. 뼛속까지 교육자이자 초선의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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