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는 영원히 '이용관'을 내쳐야 한다
<칼럼>김동호와 강수연을 무시하는듯한 발언이야말로 부적절
김동호 위원장이 다시 부산영화제로 가고, 이번 사태의 본질인 이용관 전 위원장이 물러났으니 부산영화제도 이제 잘 되겠지라는 생각은 안일한 판단이었다. 들려오는 소문이나 이용관 전 위원장의 언론플레이로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자신은 부산영화제를 정치적으로 탄압하는 행위의 희생양이라는 것이며, 지금의 김동호 체제는 그런 정치적 공격을 감당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부산시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올해 부산영화제를 치르지 않더라도 부산시의 사과를 받겠다는 것이 주요 주장이었다.
그런 그의 행동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결국 이용관 씨에 대해 글을 쓰기로 했다. 그는 과연 저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떳떳한 자일까? 필자가 알고 있는 한 그는 영화계에서 누구보다 ‘정치적’ 인물이다.
필자가 직접 겪은 일화가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있을 때였으니 2010년이나 2011년이었을 것이다. 이용관 씨와의 첫 만남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마련한 회식자리에서였다. 당시 필자는 독립영화계에서 우파적 목소리를 내며 혹독한 공격을 당하고 있을 때였고,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목놓아 외치는 이들에 의해 그 권리를 거세당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나를 보더니 대뜸,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네”라고 말했고, 필자는 “언론만 보면 나도 내가 미워집니다”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그렇지? 너도 우리랑 같은 편이지?” 하는 거였다.
황당했지만 어차피 그렇게 일단 '끼리끼리' 뭉쳐 집단으로 진영싸움을 시작하는 그들의 습성을 알기에 넘어갔는데, 충격적인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술이 좀 들어가자 그는 영진위 직원들을 모아놓고 일장 훈시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 정권은 무조건 우리 좌파가 잡아야 돼!”
영화인들도 아니고, 영진위 직원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그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었다. 영진위 직원이 날 보고 눈치를 보내 더 이상의 얘기는 안 나갔지만 공공기관의 직원들에게 대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며 영화판이 아닌 정치판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런 그가 과연 정치적 탄압을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대놓고 좌파정권 창출을 얘기하는 인간이 영화제의 자기 직원들에게는 과연 어떤 말을 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실제로 부산영화제의 실무자들 중 운동권 출신과 좌파성향의 영화인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필자의 생각이 기우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결국, 그로 인해 부산영화제는 이미 정치적으로 변질된 상태였고, ‘다이빙 벨’로 폭발이 된 것이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다이빙 벨’은 정치적 문제를 떠나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라는 부산영화제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조잡한 영상으로 영화제의 수준마저 떨어뜨렸다.
당연히 부산시는 영화제의 주인인 부산시민을 대변하여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영화제의 수준을 떨어뜨린 이용관에 대해 문제제시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더욱이 공금횡령을 통해 기본적인 도덕성마저 잃어버린 자가 아닌가?
정치적 탄압이 아니라 이건 부산영화제의 정상화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그가 외치는 주장은 본인 스스로 영화제를 정치적으로 왜곡시킨 자의 인과응보일 뿐이다.
그런 그의 다음 주장은 더 어처구니가 없다.
김동호 위원장은 그런 정치적 탄압을 해결할 방법이 없고, 부산시의 사과 없이는 올해 부산영화제를 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 주장이면 말만 그렇지 부산영화제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영화제 독재자의 모습 그대로다.
부산영화제의 주인은 부산시민이다. 개최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오롯이 그들이 선택할 문제다. 좌파영화인들의 이런 행동논리는 여러 번 봐왔지만 뻔뻔하기 짝이 없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해서 키워주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을 키워준 대상들(부산시민 등)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뻔뻔하게도 그것이 마치 자기들 것인 줄 착각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것을 뺏겼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부산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영화제 보이콧은 그런 이용관의 잘못된 생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가 이성을 잃고 하는 말 중의 하이라이트는 김동호, 강수연 공동위원장을 비판하는 것이다.
김동호 위원장은 이 사태를 해결할 능력이 없고, 강수연 씨를 공동위원장으로 놓은 것이 자신의 실수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그가 정상적인 정신상태는 아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의 부산영화제를 만든 김동호 위원장과 자신이 직접 선택했으며 부산영화제 논란 시 정상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 강수연 위원장을 무시하는 발언은 자신만이 부산영화제의 적자라는 착각에 빠진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오히려 강수연 위원장은 그로 인해 변질된 부산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고, 김동호 위원장 역시 노구를 이끌고 부산영화제는 열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돌아오신 분이다. 그들에게 부산영화제는 자신들의 것이 아닌 부산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의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두 사람 모두를 무시하고, 아직도 부산영화제가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 부산시의 사과 없이는 부산영화제를 열지 말아야 한다고 언론플레이를 해대면서 부산영화제를 흔들고 있다. 그게 과연 한때 영화제의 수장이었던 사람이 할 행동인가에 대해 필자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지금 현재의 봉합은 좌파인 그도 그렇고 우파 영화인의 시선으로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김동호 위원장이 잘 해주실 것을 믿고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 필자도 있다. 그렇게 하나씩 변해가면서 부산영화제는 발전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오만불손한 이용관 씨에게 김동호 위원장은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고, 그것은 매우 옳은 판단이다. 그게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용관 씨를 다시 채용한다는 세간에 들리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건 정말 아니다.
새롭게 변화해야 할 부산영화제의 마지막 1세대는 김동호 위원장이면 된다.
김위원장님의 역할은 새로운 세대를 양성해 비정치적인 영화제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위해 부산시와 부산시민들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영원히 이용관을 내쳐 버려야 한다. 그래야 온전하게 부산영화제가 부산시민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영화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글/최공재 대한민국문화예술인 사무총장·독립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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