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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역은 사드 안돼"가 영남유림의 선비정신인가


입력 2016.07.31 07:45 수정 2016.07.31 12:53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군민이기에 앞서 국민

평화 사랑하는 백의민족의 생존노하우는 떼쓰기

27일 오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자치센터 앞에서 경북 성주군 유림단체연합회가 '성주군 사드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역사상 가장 비겁했던 왕조 조선은 명(明)과 청(淸)으로부터 끊임없이 군사적 트집에 시달렸었다. 심지어 왜 북쪽을 보고 성을 쌓았느냐, 성의 높이가 왜 이리 높으냐며 핍박해대는 바람에 결국 도로 허물거나 낮춰야 했다. 지금의 북한산성의 높이가 시골집 담벼락만큼의 높이밖에 안 되는 건 돌이 모자라고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한국의 웬만한 산꼭대기마다 있는 산성들이 다 허물어진 건 세월 탓만은 아니다.

레이더 탐지 거리가 2900㎞가 넘어 백두산 넘어 중국까지 훤히 들여다보기 때문에 중국에 위협적? 아무렴 지금 어떤 세상인데, 그런 목적이라면 굳이 사드일 필요가 있을까? 인공위성으로 제 손금 보듯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깟 레이더가 뭐 그리 대수겠는가. 정말 사드의 레이더가 그렇게 우수한 성능을 지녔다면 차라리 레이더만 따로 떼어내어 성주가 아니라 백령도나 휴전선에 갖다놓고 중국 깊숙이 감시하겠다. 울릉도에도 설치해서 독도를 지켜야겠다. 설마 사드보다 더 우수한 레이더가 다시없을까?

무엇보다 사드는 공격용 무기가 아니다. 방어용 무기다. 주변국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도 아닌 자기 방어를 위해 들여오는 것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건 억지다. 여유만 있다면 사드가 아니라 사드 할아버지라도 더 사들이고 개발해야 할 것이다. 남한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병역인구도 마찬가지. 사드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계속 늘려나갈 수밖에 없다. 북한도 더 이상 군비 경쟁할 자신이 없어 핵개발에 매진하는 거다.

중국도 이런 사정 모르지 않을 것이다. 사드가 진정 중국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의 공격 무기라면 이렇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인들 사드에 상응하는 무기가 없을까? 짐짓 이를 기회 삼아 한국과의 관계를 짚어보고 한번쯤 겁을 줘 길들여보자는 것이겠다. 한중간에 밀고 당길 일이 어찌 이번뿐일까? 그때마다 지나치게 호들갑 떨지 말고 담담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대처해나가야겠다. 어차피 한중관계는 멀리 보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중국지도자도 없을 것이다.

괜히 거들다가 오물 튈까 두려운가?

문제는 언제나 그랬듯 우리 내부다. 뭔가 모자란 듯, 이 어처구니없는 민족은 외적이 나타나거나 무슨 문제가 터지기만 하면 단합은커녕 기다렸다는 듯이 먼저 저들끼리 삿대질에 멱살 잡고 엉겨 붙는다. 그 꼴이 너무 재미있어서 북한이나 일본이 툭하면 뺨을 때리고 염장을 질러대는 것이다. 덩달아 이번엔 중국까지 사드 핑계대고 눈을 부라려본 거다.

성주 군민을 설득하러 내려갔던 국무총리가 계란세례 물세례에 웃통까지 벗겨 6시간 넘게 갇혔다 풀려났다. 전후 사정이 어떻든 국가공권력이 그 꼴을 당했으면 준엄하게 나무랄 일이건만 다들 꿀 먹은 벙어리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한 말씀 한 게 고작이다.

그런가 하면 한쪽에선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무렴 그럴 수만 있다면야! 허나 누구 맘대로? 설사 개발한들 이 땅 어디에다 그 기지를 둘 것인가? 잠수함에 실어 먼 바다 깊숙한 곳에 숨겨둔들 가만있을 국민이든가? 어림도 없는 헛소리인 줄 뻔히 알면서 그러는 줄 모르는 순진한 세계인이 있을까? 정말 핵개발하려면 몰래 시침 뚝 떼고 하는 거다.

세계관이 열리지 않으면 공(公)을 바로 세울 수 없어

경기도의 경기(京畿)는 왕기(王畿)를 뜻한다. 왕기의 법도에 왕은 절대 이 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 사람인 이상 어딘가를 다녀오면 그곳에 대한 인상과 감정이 생기기 마련. 천하의 모든 지역을 호불호(好不好)없이 공평하게 다스리기 위해서다. 장기(將棋)판에서 장[궁]이 궁밭을 벗어날 수 없음과 같은 이치다. 나라국(國)자 안의 작은 입구(口)가 곧 궁(宮)이자 경(京)이다. 경기는 왕의 직할 구역, 즉 궁밭이다. 그 안에서 왕은 천하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사드처럼, 가보지 않고도.

다산 선생이 유배 중에 자식들에게 아무리 가난해도 서울을 멀리 떠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 대체적으로 보면 지방 출신으로서 성공한 엘리트들의 세계관은 국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유학을 다녀와도 좀체 달라지지 않는다. 어릴 적 그들의 첫 목표가 서울로 올라가 공부해서 출세하는 것이어서 그럴 것이다. 그에 비해 서울 출신 엘리트들 중에는 처음부터 시야가 국제적으로 열린 이들이 많다.

당연히 조선 시대에도 이런 경향은 뚜렷했었다. 조선 후기 뒤늦게나마 우물 밖으로 눈을 돌린 엘리트들인 박지원, 박제가 등이 대표적으로 그랬다. 서울 경기 출신들이다. 이황, 김종직 같은 지방 출신들과는 달랐다. 거꾸로 나라를 팔아먹은 인간들도 그랬다. 국제정세를 정확히 파악했기에 남보다 먼저 제 살 길을 선택한 것이겠다.

요즘 한국의 현 상황을 통탄하면서 간디가 말한 ‘나라가 망할 7가지 징조’를 상기시키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돌아가는 나라꼴을 보면 그 중 단 한 가지만이라도 아니라고 항변할 자신도 없다. 그러니 ‘한데 왜 그러고도 나라가 안 망하지?’라는 소리로 들린다. 누구 덕분인지 알 만한 사람은, 아니 국민 모두가 다 알면서도 차마 말을 않을 뿐이겠다. 그걸 뻔뻔하게 잘도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 바로 종북세력들이다.

충(忠)도 공(公)도 모르면서 “아니 되옵니다”

급기야 27일 성주군 유림들까지 집단으로 상경하여 청와대 근처에서 '성주군 사드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갓 쓰고 도포 걸치고 땅바닥에 엎드려 청와대를 향해 큰 절까지 해가며 석고대죄(?) 퍼포먼스를 펼쳤다. 아무렴 집단시위하면 성균관 유생이요, 만인소(萬人疏)하면 영남 유림이 아니던가?

영남만인소(嶺南萬人疏)? 그래서 그때 조선이 얼마나 달라졌던가? 말이 좋아 상소(上疏)지 실은 임금님 방 문고리 한번 잡아보려던 집단시위였다. 혼자 나섰다간 목이 잘릴 것 같으니까 무리지어 나섰던 것이다. 그랬다한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무릎은 죄를 지어 용서를 빌거나 항복했을 때 꿇는 것이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 했다. 그렇게 떼 지어 조아리지 말고 혼자 당당하게 나설 일이다. 제발이지 그 꼴로 미국으로 건너가 길바닥에 엎어질까 걱정이 앞선다.

공자가 평생 천하를 주유했으나 어느 제왕도 그를 중용하지 않은 이유, 왜 영남인들이 조선 당파싸움에 그토록 집요했는지, 3대 만인소(萬人疏)가 왜 영남에서 있었는지, 조선이 왜 망하지 않으면 안 됐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국(國)보다 가(家)를 더 중시하고, 충(忠)을 빌미삼아 효(孝)를 앞세우고, 그 효(孝)를 앞세워 가문의 영달을 꾀하고, 공(公)보다 사(私)부터 먼저 챙겼으니 나라가 안 망하고 베기겠는가. 그 전통이 바로 오늘날의 지역주의, 지역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던가?

사드 배치, 성주군만 아니면 괜찮은가

군(郡)의 민(民)이기 전에 국(國)의 민(民)이다. 민(民)이 국(國)의 주인일 때 민주(民主)다. 지금처럼 제 동네 제 땅의 주인 노릇만 하려해서는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나라꼴만 자꾸 우스워진다. 작금의 한국 상황을 두고 구한말과 다를 바 없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다. 국가의식, 시민의식, 주인의식 못 가진 민중들의 민주주의가 어떤 건지 그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아무렴 지금의 대통령이 만만한 지역을 찍어서 사드 배치를 결정했을 리 만무하다. 더구나 국방의 일임에야! 게다가 조선 양반들은 병역 의무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 유림 만인소 퍼포먼스는 완전 난센스다. 타임을 2백 년 전으로 되돌리지 않는 한 영남이 아니라 천하 유림이 다 올라와 아스팔트에 이마를 찧어도 바뀔 수 없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떼쓰기가 민주주의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승복이다.

천성산 고속철 터널, 평택 미군기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그랬듯 어차피 군민이 반대한다고 해서 그만둘 일도 아니다. 하필 왜 우리 동네냐 따지는 것도 정도껏 하고 말 일이다. 길게 끌면 언제나 그랬듯 시위꾼들 살판만 만들어주게 된다. 분풀이에 에너지 낭비 그만하고 타협에 나섰으면 한다. 떼쓰기에 진저리난 국민들도 이제 조금씩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이왕 대승적으로 적극 협조해서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젠틀한 선민(鮮民)의 이미지를 남겼으면 좋겠다. 그게 명분과 실리를 함께 챙기는 현명한 길이겠다.

망국의 암덩어리 집단 생떼쓰기

사드가 그렇게 무서운가? 정히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겠다. 정부는 이왕 예산을 좀 더 확보해서 사드 부대 근처의 땅을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사들였으면 한다. 그리고 그 땅에 군사학교나 훈련소 같은 것을 옮기든가, 그도 여의치 않으면 귀농을 원하는 국가유공자나 그 후손들에게 무상지원해주길 바란다. 분명 애국충군(愛國忠郡)으로 거듭날 것이다.

전쟁의 피비린내를 맡아본 세대가 거의 다 가고 없다. 역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망각이다. 그러니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에 부치자, 청문회 열자는 헛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왜 아닌가? 제 지역구에 가서 사드 유치 주민투표 하자고 해보시지? 그런 철딱서니 없는 정치인들 때문에 시위꾼들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국방에는 빌미가 없다! 대한민국이 망한다면 그건 분명 이 ‘생떼쓰기’ 때문일 것이다. 그 주역은 그걸 조장시켜 온, 눈치와 통치도 구분 못하는 야바위 정치꾼들이겠다. 조선이 그랬던 것처럼!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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