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안전·혁신' 명목 해외연수, 알고 보니...
바른사회, 서울메트로 직원 해외연수 현황 파악 보고서 발간
"빚더미 경영에도 단체협약에 해외연수 명시…일정 대부분이 관광"
바른사회, 서울메트로 직원 해외연수 현황 파악 보고서 발간
"빚더미 경영에도 단체협약에 해외연수 명시…일정 대부분이 관광"
서울메트로가 막대한 부채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단체협약을 근거로 연평균 5억원의 비용을 들여 직원 해외연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그간의 해외연수는 '안전', '혁신' 등의 명목으로 진행됐지만, 정작 일정은 '관광' 중심으로 짜여 해외연수의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는 1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서울메트로의 직원 해외연수 현황을 파악한 결과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이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노사단체협약서에 직원들의 해외연수를 명시하고 있으며, 그 목적에 대해서는 '해외 선진기관 벤치마킹을 통한 견문 확장 및 동기부여로 직원 직무역량 발전은 물론 조직경쟁력 강화에 기여'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 서울메트로는 지난 3년(2013~2015)간 연평균 5억원의 해외연수 예산을 책정했고, 224명의 직원들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는 5억 1500만원의 예산으로 총 211명의 직원이 15개팀(안전 4팀, 혁신 4팀, 서비스 4팀, 소통 3팀)으로 나뉘어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에 간 '안전팀'은 오전 11시경 현지 도착 이후 아무런 일정 없이 다음날을 맞았고, 이후 3일간 △동경도 종합방재센터 △동경메트로 록본기역 △동경의 공공 교통 정책자료 연구 △요고하마행 급행 전철 탑승 체험 △요코하마역 방문 등을 '연수'라는 이름으로 일정표에 담았다.
아울러 같은 기간 홍콩으로 연수를 간 '혁신팀'의 경우에도 역시 첫날에는 오후 1시경 홍콩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고, 이후에는 △홍콩 기초건설계획전람관 △홍콩 MTR 탑승 체험 △마카오 역사지구 세계 문화유산 및 유네스코 지구 탐방 △중국 심천 도시기반 시설 시찰 등을 연수 일정으로 소화했다.
이밖에도 두바이로 연수를 떠난 또 다른 '혁신팀'은 오직 전용차량으로만 이동하며 사막 사파리, 쥬메이라 팜아이랜드 등을 현장 시찰하는데 일정을 할애했으며, 영국과 프랑스를 다녀 온 '소통팀'은 런던지하철공사, 파리교통공사 등 두 곳의 유관기관을 오전 내 방문한 것 외에 연수 기간 내내 빅벤, 에펠탑 등 방문 도시의 유명 관광지를 도는 것으로 일정을 채웠다.
앞서 바른사회는 지난 2014년 이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서울메트로 측은 이 같은 지적사항을 반영해 이후 진행된 해외연수에서는 지적받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했지만, 2014년과 2015년에도 마찬가지로 유관기관 방문 일정이 2개 이하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는 게 바른사회 측 설명이다.
2014년에는 총 210명, 10개팀(교통체계 3팀, 서비스 1팀, 노사화합 1팀, 혁신 3팀, 해외사업 2팀) 13개국을 다녀왔고, 4억 9100만원이 경비로 지출됐다.
이 중 '혁신팀'의 중국 상해 연수 일정표를 살펴보면, 유관기관 방문은 상해 지하철박물관과 상해 도시계획전시관이 전부였다. 뿐만 아니라 당시 혁신팀은 '애국심 고취를 통한 공직생활 동기부여 등'을 이유로 항주 임시정부청사 방문을 연수 프로그램에 포함해 하루를 할애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에는 12개팀(경영 1팀, 고객 3팀, 운영 5팀, 기술 3팀) 총 252명의 직원이 12개국에 연수를 다녀와 역대 최대 인원이 동원됐으며, 소요 경비 역시 5억 2600 만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을 다녀온 '운영팀'은 도착 당일 삿포로시 교통국 공공기관과 미나미 차량기지 등 유관기관을 방문한 것 외에 제노보리베츠·도야·니세코·오타루·죠잔케이 등지에 대한 '이동 일정'으로만 일정표를 채웠다. 서울메트로는 이를 '버스, 지하철 교통네트워크 견학', '여행자들을 위한 교통편의 체계 견학'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다인 바른사회 책임간사는 "물론 대한민국 제1의 지하철공사가 일본이 선진적인 교통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해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지 체험하는 일은 유의미한 것일 수 있다"면서도 "만성 적자에 자본은 잠식되어 있는 서울메트로는 직원 1인당 부채가 3억을 웃도는 상황에서도 500억이 넘는 돈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렇게 건전하지 못한 재정상황에서 해외연수를 통해 어떤 혁신을 꾀하며 어떤 운영 체계를 도입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해외연수 내용에 '스크린도어 등 안전시설 견학'을 내세우기도 하는데, 최근 구의역 사고를 비롯한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사고 중에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못해 일어난 사고가 많아 이들이 연수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지난 3년간 꾸준히 발생해왔다. 지난 2013년에는 2호선 성수역과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2014년에는 4호선 이수역에서, 2015년에는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올해에도 지난 2월 1호선 서울역에서 승객이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했고, 5월에는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점검업체 직원이 정비 도중 사망하는 일이 벌어져 큰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이와 관련해 서울메트로 측 관계자는 "2013년도에 해외연수 일정과 관련한 지적이 있었고, 그런 부분들을 겸허하게 수용해 2014년도와 2015년도에 지적한 부분들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며 "본래 직종 구분 없이 연수를 갔는데, 2014년부터는 직종·직률별로 팀을 구성해 집중적으로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일정도 연수 위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체협약으로 해외연수를 명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에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해외연수를 하는 과정에서 느슨한 부분에 대한 지적을 해주신다면 그런 것들은 당연히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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