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외치던 이정현 세월호 보도개입 언급에 '발끈'
김무성 얘기 나오자 정병국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8.9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4일 열린 당 대표 경선 TV 토론회에서 이정현 후보가 '발끈'했다. 홍보 수석으로 있던 당시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개입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다. 국회 개혁을 외치며 줄곧 당당한 모습이던 이 의원이 표정이 경직됐다.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계파 갈등 해소, 정권재창출, 당내 화합 등 다소 진부한 단어들이 나열된 가운데 이 후보는 국회와 당을 포함한 전반적인 정치 개혁을 이룰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선거를 치르기 어렵고 힘들고 두려운 호남에서 22년 간 정치를 한 내가 계파 싸움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며 "저렇게 할 일이 없나 싶다"고 비판했다.
지정된 후보자가 특정 후보를 지정해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주도권 토론' 순서가 되자 이 후보는 자신의 주장을 더욱 공고히 했다. 그는 "국민들이 국회의원이 외교 차 해외에 나갔을 때 얼마나 화려한 관광을 하는지 국민이 알면 놀랄 것"이라고 디스했다.
이어 "예산 심의가 대부분 정치 현안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국민 혈세 386조가 어떻게 쓰여지는지 국회에서만 결정을 하는데 국민 눈높이로만 보면 졸속"이라며 "또 국회에서는 그렇게 정치 개혁을 하겠다고 하지만 두세번 회의하다 만다. 제대로 된 개혁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국회 실상을 속속들이 알면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 것이고, 망치로 국회를 깨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일 것"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이 말을 들은 다른 후보들은 불쾌한 기색을 보이며 이 후보에게 화살을 돌렸다. 정병국 후보는 "의원 외교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건데 전체 의원을 매도하면 예의가 아니다"라며 "이 후보는 3선에 예결위원을 7번이나 하는 엄청난 혜택을 보면서 개혁보다는 호남 예산 챙기기만 급급했다"고 반박했다.
주호영 후보도 "예결위원을 7번이나 했다면서 지금까지 문제점을 고치지 않다가 왜 이제서야 그런 말을 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선교 후보도 "문제가 없지 않지만 내가 처음 국회에 들어온 17대 때보다는 많이 개선됐다"고 대꾸했다.
그렇지만 이 후보는 "국민들이 국회의원에게 권한을 위임했음에도 의원들은 국민이 모르는 특권과 기득권을 너무 많이 누리고 있다"며 "경리사원이 회삿돈을 함부로 쓰면 도둑질과 횡령을 했다고 구속될 것이다. 권력의 도둑질과 횡령 부분을 국회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정병국 "세월호 보도개입 입장 밝혀라" 이정현 "인신공격 발언"
그러나 이 후보의 목소리는 오래 가지 못 했다. 정 후보는 자신의 질의 순서에 이 후보를 지목해 세월호 언론보도 개입 사건을 언급하며 비판의 시선을 보냈고 이 후보는 일순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나 이정현은 단 한 번도 (경선 과정에서) 인신공격과 비난을 한 적이 없는데 정 후보가 사실상 내게 인신공격을 했다" "그 문제는 수도 없이 내가 해명했고 홍보수석으로서 단 한사람이라도 더 구해야 한다는 것에 해경이 전념케 하고 나중에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인신공격이라고 했는데 이 후보는 국회 개혁과 당 개혁에 대해 지금까지는 침묵하다 이제 와서 당 대표가 되면 다 하겠다고 한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최고위원으로 무엇을 했나"라고 받아쳤다.
이와 함께 이주영 후보는 자신을 중립적 후보라고 지칭해 타 후보들의 반발을 얻었다. 한 후보는 "언론에서는 이주영 후보를 양 극단의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을 알아달라"고 했고 주호영 후보는 "지난 원내대표 선거 때 친박이 이주영 후보를 집중 지원했다는 사실을 당내 구성원은 다 안다"고 공격했다.
이에 이 후보는 "원내대표 선거에 몇 차례 나서면서 친박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적도 있었고 그러지 않은 적도 있었다. 어느 분은 내게 카멜레온 같다고 했다"며 "그게 바로 특정 계파색이 없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해명했다.
또한 정 후보는 자신과 주 후보의 단일화를 언급한 김무성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정 후보는 이를 묻는 한 후보의 질문에 "김 전 대표도 친박패권주의를 청산하기 위해 혁신을 얘기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는 있지만 내가 거기에 대해 가타부타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사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대통령과 특정 지역 의원들이 만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원외위원장 대토론회서 다시 모인 주자들, 원외 활성화 약속
한편 후보자들은 TV 토론회 이후 서울 서대문구 모처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혁신과 통합을 위한 전국 원외위원장 대토론회에서 다시 모였다. 전국원외위원장협의회는 당초 지난 1일 '혁신과 통합'을 기치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출마 후보자 전원을 초청해 토론회를 진행하려 했으나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중앙당 주최 토론회 이외에는 후보자 참석을 불허하며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이후 이들은 크게 반발했고 이날 다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당 대표 후보자 뿐 아니라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이 모두 참석해 캐스팅보터로 작용할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대화를 나눴다.
원외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성헌 서울 서대문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총선과정에서 당이 공천 추태를 보임으로써 많은 분들이 추풍낙엽처럼 실패하고 말았다"면서 "중앙당이 대오각성하고 뜯어고쳐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5명의 후보는 원외당협위원회 활성화를 약속했다.
이 가운데 오세훈 서울 종로 당협위원장은 "원외위원장 모임을 과거에 비해 내실 있고 자주 열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전당대회 이후 대표가 되는 분은 분기에 한 번 씩이라도 우리가 마련하는 모임에 참석을 해준다면 원외의 목소리가 바로 당에 전달되고 그 때 그 때 소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 말을 들은 후보들은 모두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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