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발의 '사회적경제' 법안에 전문가들 "시대착오"
바른사회 토론회서 경제·법 학자들 법안 위법성 등 맹점·부작용 지적
바른사회 토론회서 경제·법 학자들 법안 위법성 등 맹점·부작용 지적
더불어민주당 사회경제적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발의해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제 및 법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바른사회 회의실에서 ‘다시 등장한 사회적경제법안, 문제점과 파장을 진단하다’라는 제하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와 토론을 맡은 5명의 경제학·법학 교수들은 사회적경제법안이 지닌 맹점과 예상되는 부작용을 지적하며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발제를 맡은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지금 한국은 오랜 저성장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고용구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럴수록 투자와 성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가는 것이 정답”이라며 “공적부조가 필요한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기업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지원으로 기업과 일자리를 구축하는 정도의 사회적 경제 확산은 경제전체의 생산성 저하로 재정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야당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26조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적경제조직의 금융기반 조성과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경제발전기금’을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적 여건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출연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을 운영하게 되면, 재정부담을 증가시켜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공산주의는 동구와 구소련의 몰락으로 한계가 역사적으로 입증됐고, 독일의 사회적시장경제 등 유럽 사회주의도 경제적 개념이 강조된 방향으로 수정되고 있다”며 “추락과 반등의 기로에 서 있는 한국경제에서 사회적경제를 근간으로 하자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인 주장이 아니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유재산권, 법치, 공정경쟁, 창업과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되, 따라오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위해 필요한 정도의 사회적경제를 보완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제에 나선 조동근 명지대 교수도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조 교수는 “사회적경제 입법안은 연대와 협력을 선한 의지와 정신으로 미화하고 자유와 경쟁은 비인간적인 것으로 폄훼한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분업과 경쟁을 통해 협동과 연대를 꾀하는 체제”라며 “‘연대와 협력’을 ‘경쟁과 분업’의 대척점에 위치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경제 관련법은 결국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고 우리사회를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적 경제로 이끌고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는 헌법 제119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그 자체로서 위헌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법안의 위헌성을 언급했다.
조 교수는 특히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의 입법의 취지에서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협동조합주의의 결합이라는 운동권의 시각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경제조직을 마치 곧 무너져 내릴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미화해서는 안 된다”며 “사회적 연대가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완화, 노동시장 개혁, 혁신을 통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일자리 창출이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사회적 경제를 국가체계 내에 포섭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이 법안의 경우에는 민·관 협치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제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것까지도 함께 법제화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의 자발성 또는 자생력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조직의 자율성마저 상실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저성장과 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원인 진단을 잘못했다”며 “경직적 노동시장으로 국제경쟁력이 하락하고 수출동력 상실로 인해 경제적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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