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컨테이너선 멈추면 왜 난리가 날까


입력 2016.09.16 09:00 수정 2016.09.16 09:27        박영국 기자

노선버스 방식의 컨테이너선…전세버스 방식의 벌크선과 시스템 판이

한진해운 컨테이너선.ⓒ한진해운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해운업의 중요성, 그 중에서도 특히 컨테이너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과거 대한해운이나 STX팬오션과 같은 벌크선사의 법정관리 때와는 달리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파장이 큰 이유는 전세계 항만을 정기적으로 돌며 물류의 대동맥 역할을 하는 컨테이너선의 특성 때문이다.

흔히 컨테이너선을 ‘정기선’으로 부른다.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일정한 노선을 돌며 정해진 항만에 기항해 화물을 내리고 싣는 시스템을 지칭하는 것이다.

벌크선과 유조선은 이와 상반되는 의미로 ‘부정기선’으로 부른다. 화주와의 계약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는 의미다.

버스로 치면 컨테이너선은 ‘노선버스’, 벌크·유조선은 ‘전세버스’다.

컨테이너선은 노선버스가 정기적으로 정류장을 돌며 중간중간 승객을 태우고 내려주는 것과 같은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더 세분화하면 태평양항로와 유럽항로 등 주요 간선항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은 고속버스, 아시아 역내항로 등 지선항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은 시내버스로 보면 된다.

벌크·유조선은 기본적으로 화물창이 하나다(필요에 따라 격실로 나누기도 하지만). 하나의 화물창에 석탄과 양곡을 같이 실을 수는 없기에 화종(화물 종류)도 하나다. 화주(화물 주인) 역시 하나다. 단체 승객이 같은 목적지로 이동하는 전세버스와 같은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화물창이 수천 개에서 수만개다. 선박 자체는 컨테이너박스를 가득 쌓을 수 있도록 단순하게 생겼지만, 컨테이너박스들이 개별 화물창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2만TEU급 컨테이너선이라고 하면 2만개의 화물창이 있는 선박이라고 할 수 있다.

화물창이 많으니 화종도 다양하고 화주도 다양하다. 같은 선박에 실려 있어도 출발지와 목적지는 서로 다르다. 노선버스 승객들이 단체가 아닌 개인이고, 출발지와 목적지가 서로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중국 칭다오-닝보-상하이-광양-부산-롱비치-오클랜드-부산-칭다오 등을 거치며 한국과 중국, 미국을 연결하는 태평양항로의 경우 칭다오항에서 선적해 롱비치항에서 내리는 화물이 있는가 하면, 부산항에서 선적해 오클랜드항에서 내리는 화물도 있다.

시스템이 이렇다 보니 운항 중단에 따른 파장도 차이가 있다. 벌크·유조선은 단일 화주와의 계약이다 보니 운항중단 사태를 사전에 인지하고 화물을 적재하지 않을 여지가 크다. 설령 화물이 적재된 상태에서 억류 등의 조치를 당하더라도 손해 배상이나 피해 구제 방식이 비교적 간단하다.

더구나 철강업체의 석탄·철광석, 정유업체의 원유 등 대량화물의 경우 통상 화주가 직접 전용선을 발주하고 해운업체는 운항만 담당하는 식의 장기운송계약(굳이 버스에 비교하자면 대기업의 출퇴근 통근버스)을 통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해운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화주에게는 큰 타격이 되지 않는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바다 한가운데서 단 한 척만 멈춰서도 파장은 크다. 하나의 화주가 다수의 컨테이너를 실어보내기도 하지만, 하나의 컨테이너를 복수의 화주가 공유하는 LCL화물(혼재화물)도 있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화주는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 수보다 많을 수도 있다.

화주들 중에는 적기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면 바이어에게 계약을 해지당하거나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이들도 있다. 화종이 다양하다 보니 그 중에는 과일 등 상하기 쉬운 식품류도 있다.

각기 다른 사정을 가진 수많은 화주가 다양한 화물을 실어보내는 컨테이너선의 특성상 피해 구제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벌어질 상황을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하다가 막상 물류대란이 발생하자 우왕좌왕한 것은 정기선의 운항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대한해운이나 STX팬오션 법정관리 때와 같은 수준으로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