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 감독이 한국축구에 남긴 선물
‘유소년 육성 전문가’로 명성 떨쳐
손흥민, 지동원 등 스타플레이어 길러내
한국축구에 28년만의 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안겼던 이광종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별세했다.
고인은 급성 백혈병으로 치료를 받다가 병세가 악화돼 26일 오전 세상을 떠났다. 향년 52세.
고인이 된 이광종 감독은 한국 축구의 주축선수들을 키워낸 ‘유소년 육성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다.
현역 시절만 해도 유공, 수원 등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던 평범한 선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감독의 현역 시절보다 지도자로서 남긴 족적을 기억하는 축구팬들이 더 많을 정도로 대표팀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이 감독은 2000년대 들어 대한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유소년 전임지도자 1세대로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2년 15세 이하(U-15), 2005년 20세 이하(U-20) 대표팀 수석코치, 2008년 17세 이하(U-17) 대표팀 감독,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U-23 대표팀 감독 등을 거치며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왔다.
손흥민(토트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광저우 R&F), 권창훈(수원 삼성), 김진수(호펜하임), 문창진(포항 스틸러스) 등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선수들과 인연을 맺으며 그들이 잠재력을 터뜨리는데 기여했다.
‘팀 이광종호’가 남긴 성과도 화려했다.
2009년 FIFA U-17 월드컵에서 22년 만에 8강에 오른 것을 비롯해 2011년 U-20 월드컵 16강, 2013년 U-20 월드컵 8강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꾸준한 성적을 냈다.
이광종호는 항상 전력상 ‘약체’로 평가받았던 경우가 많았지만 이렇다 할 스타 없이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강팀들을 잡아내는 이변을 연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경력의 최정점은 역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항상 우승후보로 꼽히면서도 고비를 넘지 못했던 한국축구는 안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마침내 우승의 숙원을 풀어냈다. 이는 이광종 감독이 한국축구사에서 영원히 새겨질 이름을 남기는 순간이기도 했다.
스타 플레이어출신이 아니었던 이유로 이광종 감독은 인천 아시안게임 전까지만 해도 업적에 비해 인지도는 다소 떨어졌다. 이 감독이 2016 리우올림픽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을 때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 감독은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가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광종 감독은 그토록 갈망해왔던 올림픽 본선무대를 끝내 밟지 못했다.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던 중 급작스레 쓰러진 이 감독은 고열 증세로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급성 백혈병 판정으로 충격을 안겼다.
이 감독은 결국 신태용 국가 대표팀 코치에게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넘기고 치료에 전념해야했다. 올림픽대표팀은 지난 리우올림픽에서 2회 연속 8강에 올라 자존심을 지켰다.
많은 이들이 그의 쾌유와 축구계 복귀를 간절히 기다렸지만 끝내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고인은 못다 한 꿈을 안은 채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됐지만, 그가 한국축구에 남긴 유산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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