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세상 만들겠다고?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유경제스쿨>자유주의 싱크탱크에 출연할 자산가가 나와야
스위스 국민이 최근 국민연금 지급액 10%를 올리는 ‘국가연금(AHV)플러스’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엄청난 부담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포퓰리즘 복지를 거부한 것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18세 이상 성인에겐 2500프랑, 18세 이하에겐 650프랑 이상의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 소득법’안을 부결시켰다. 스위스는 인구가 800만 명, 국토면적이 41,285km²에 불과한 작은 나라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8만 달러가 넘고 국가경쟁력은 세계 2위이다.
그리스는 스위스와는 정반대다. 그리스는 찬란한 문명과 문화를 남긴 위대한 역사를 지닌 국가지만, 국가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던 국가로 전락했다. 복지 포퓰리즘 때문이었다. 유권자 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의료보험 혜택을 전 계층으로 확대했고, 대학을 못간 고교 졸업생에게 국비유학을 지원했다. 정치세력은 자신들의 친인척과 지지세력을 공공 부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연금액이 퇴직 시 근로소득의 100~110%에 이르는 공공부문 근로자들도 있다. 지금 그리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가 조금 넘고 국가경쟁력은 56위다.
국가의 운명은 사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역사를 보면 자유주의 이념이 실현된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한 국가들은 번영과 풍요를 누렸던 반면, 반(反)자유주의, 반시장경제를 채택한 국가들은 멸망하거나 쇠퇴하였다. 국가의 성공과 실패는 자유주의를 수용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스위스와 그리스는 단적으로 그런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자유주의는 사유재산권, 경쟁, 법 앞에 평등, 정부권력이 제한된 작은 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치 이념이다. 대한민국이 더욱 풍요롭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것들이 잘 지켜지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간이 갈수록 한국이 자유주의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한국이 빈곤의 질곡에서 벗어나 오늘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8천 달러에 달하는 중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도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에 도입된 자유시장경제 이념 덕분이었다. 사유재산권을 확립하고 경제를 개방하면서 한국 경제를 경쟁에 노출시킨 결과였다. 한국 경제를 더욱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유재산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경쟁을 확대하며 정부의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이러한 방향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사유재산권이 훼손되고, 정부의 경제에 대한 개입이 심화되며, 정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시절 기업에 대한 간섭과 규제 강화, 과도한 세금 인상, 노동시장 경직성 강화 등 반시장적 정책들이 대거 도입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과거의 반시장적 조치들을 걷어내기보다는 오히려 ‘중도실용’, ‘친서민 정책’, ‘공정사회’란 이름으로 좌파 이념에 기초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서민물가정책, 무상보육과 교육확대 등 보편적 복지제도, 하도급거래규제 강화와 초과이익공유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 등이 쏟아졌다. 현 정부 들어서도 별반 나아진 게 없다. 그러다보니 경제가 쇠퇴하여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대중의 이중성이다. 사람들은 소비자로서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구입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받길 원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해법이라고 내놓는 중기적합업종과 대형마트 강제휴무 등, 경쟁을 가로막는 정책들을 적극 찬성한다.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은 국가의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의 이러한 속성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은 대중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대중들이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인식과 지식으로 반자유주의적인 주장과 정책들을 지지한다면 국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국민들이 가져할 의식은 그리스 국민들이 아닌 스위스 국민들의 의식이다. 복지 포퓰리즘을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스위스 국민들과 같은 의식보다는 그리스 국민들과 같은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러한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자유주의에 대한 시민교육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에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 싱크탱크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100여개의 싱크탱크가 있지만, 거의 대부분 자유주의 이념들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부처이기주의나 정권에의 예속으로 정부의 개입주의 정책을 미화하거나 홍보하는 경향이 있고, 기업형 싱크 탱크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정책보다는 자사의 생존전략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시민단체 싱크탱크들은 대부분이 진보주의 성향을 가졌다. 이들은 한미 FTA 반대, 신자유주의 비판, 사회적 기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보편적 복지 확산 등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국민들의 의식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 국민들 중 자유주의 싱크탱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자유주의 싱크탱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몇몇 사람이 모여 자유주의 싱크탱크로 ‘프리덤팩토리’를 만들었지만 사람들의 관심 부족으로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드는 것은 공짜로 되지 않는다. 한국을 살기 좋게 만드는 데 앞장 설 자유주의 싱크탱크를 설립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외국의 자유주의 싱크탱크는 모두 다 의식 있는 자산가의 출연으로 만들어졌다. 우리의 성장 동력을 향상시키고 국가발전을 위한 자유주의 싱크탱크를 설립할 의식 있는 자산가의 출현을 기대한다.
글/안재욱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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