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2% 부족한 건설 베테랑과의 작별
“그 분 벌써 두 달 전 쯤에 퇴임을 했습니다.”
얼마 전 취재를 위해 연락을 취했던 대림산업 모 임원실 관계자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답변을 내놓았다.
20년 넘도록 한 직장에 몸담으며 도시정비사업의 전문가로 국내 주택사업에 족적을 남긴데 이어 디벨로퍼 업체로의 변신을 이끄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주택 전문가'로 존경을 받았던 위치에 있음에도 그의 퇴임 사실을 알지 못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예상 밖으로 많았다.
연말 연초 기업들의 조직개편 및 인사로 수십여년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힘써 온 임원의 떠나는 뒷모습은 마음 한구석 불편하게 느낄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후배들의 인사를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황급히 짐을 싸서 쫒겨나듯 내몰리는 모양새는 유감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허탈한 감정에 입을 닫았고, 행여 상대방이 민망할까 말을 아꼈을 수도 있다.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상 더 나은 조직의 효율과 생산성을 위해 리더를 교체하는 일은 숙명과도 같다.
그러나 이같은 씁쓸한 퇴임 관행은 경영진을 비롯해 조직원 모두 임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오랫동안 고착된 측면도 크다.
한 건설사 임원은 “임원은 책임과 권한이 막중하고 모든 것이 성과로 판단되기에 언제든 옷을 벗을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동의한 자리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작별의 순간까지 이렇게 매정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은 든다”고 토로했다.
빠르게 빠르게 성장만을 외치며 달려온 인사 문화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회자정리거자필반(會者定離去者必返)’을 되뇌이며 다시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며 서로 민망하지 않은 따뜻한 악수의 순간이 아쉽게 느껴진다.
평사원에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가 임원이지만, 장강의 거대한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 이에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며 선배 임원을 자랑스럽게 환송하는 ‘따뜻한 작별’의 문화가 기업내에 정착해야 할 것이다.
퇴임하는 임원의 모습은 언젠가 찾아올 현실의 투영이며 잠시 후 나의 모습일 수 있다. 특히 임원을 ‘직위의 꽃’이라 일컫는다. 그 꽃이 진 자리에는 늘 영롱한 열매가 영근다. 그 새로운 생성을 위해 그동안 쉼없이 달려온 임원들에게 그동안 정말 고생했다는 존경의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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