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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2% 부족한 건설 베테랑과의 작별


입력 2016.12.13 14:27 수정 2016.12.15 08:55        박민 기자
연말연초가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조직개편 및 인사가 이뤄지며 떠나가는 임원들의 소식이 하나둘씩 전해지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연말연초가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조직개편 및 인사가 이뤄지며 떠나가는 임원들의 소식이 하나둘씩 전해지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그 분 벌써 두 달 전 쯤에 퇴임을 했습니다.”

얼마 전 취재를 위해 연락을 취했던 대림산업 모 임원실 관계자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답변을 내놓았다.

20년 넘도록 한 직장에 몸담으며 도시정비사업의 전문가로 국내 주택사업에 족적을 남긴데 이어 디벨로퍼 업체로의 변신을 이끄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주택 전문가'로 존경을 받았던 위치에 있음에도 그의 퇴임 사실을 알지 못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예상 밖으로 많았다.

연말 연초 기업들의 조직개편 및 인사로 수십여년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힘써 온 임원의 떠나는 뒷모습은 마음 한구석 불편하게 느낄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후배들의 인사를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황급히 짐을 싸서 쫒겨나듯 내몰리는 모양새는 유감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허탈한 감정에 입을 닫았고, 행여 상대방이 민망할까 말을 아꼈을 수도 있다.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상 더 나은 조직의 효율과 생산성을 위해 리더를 교체하는 일은 숙명과도 같다.

그러나 이같은 씁쓸한 퇴임 관행은 경영진을 비롯해 조직원 모두 임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오랫동안 고착된 측면도 크다.

한 건설사 임원은 “임원은 책임과 권한이 막중하고 모든 것이 성과로 판단되기에 언제든 옷을 벗을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동의한 자리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작별의 순간까지 이렇게 매정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은 든다”고 토로했다.

데일리안 경제부 박민 기자 데일리안 경제부 박민 기자
빠르게 빠르게 성장만을 외치며 달려온 인사 문화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회자정리거자필반(會者定離去者必返)’을 되뇌이며 다시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며 서로 민망하지 않은 따뜻한 악수의 순간이 아쉽게 느껴진다.

평사원에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가 임원이지만, 장강의 거대한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 이에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며 선배 임원을 자랑스럽게 환송하는 ‘따뜻한 작별’의 문화가 기업내에 정착해야 할 것이다.

퇴임하는 임원의 모습은 언젠가 찾아올 현실의 투영이며 잠시 후 나의 모습일 수 있다. 특히 임원을 ‘직위의 꽃’이라 일컫는다. 그 꽃이 진 자리에는 늘 영롱한 열매가 영근다. 그 새로운 생성을 위해 그동안 쉼없이 달려온 임원들에게 그동안 정말 고생했다는 존경의 말을 건네고 싶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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