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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to YOU-인터뷰]“경제민주화 정책, 배 아픈 사람에게 두통약 주는 격”


입력 2017.01.05 00:55 수정 2017.01.05 11:06        이선민 기자

바른사회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 교수, 경제 현안 인터뷰

"섣부른 경제민주화, 헤지펀드에 기업 빗장 풀어주는 우(愚)"

비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 교수.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바른사회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 교수, 경제 현안 인터뷰
"섣부른 경제민주화, 헤지펀드에 우리 기업 빗장 풀어주는 우(愚)"


보수신당이 창당을 추진 중이고, 대권주자들이 출마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경제민주화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중도층을 잡기 위해 보수신당도 경제민주화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경제민주화법에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은 3일 오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위해 운동하고 있는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갖고 경제 현안들에 대해 물었다.

경제민주화는 정치권이 움켜쥐었던 경제권력을 당사자에게 돌려주는 것이어야

-독자들을 위해 ‘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 설명해주시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는 정치용어로서, ‘과학적 지식’의 대상이었던 적이 없었다. 경제민주화 개념이 독일에서 유래된 것이라면 ‘노동자의 경영참여’ 내지 노사정 합의에 기초한 ‘협조적 행위’(concerted action)로 해석되어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해석은 이와 다르다. 김종인 의원은 '경제력이라는 것이 자연적으로 보이지 않게 사회, 문화 전반적으로 넓어져 경제세력을 정치세력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그래서 경제 세력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민주화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경제력이 강해지는 것을 시정하기 위해 경제의 민주화라는 표현을 넣은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경제권력 내부의 의사결정을 민주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면, '경제의 의사결정 권한을 당사자인 경제조직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해석이 논리에 맞는다. ‘87체제’를 계기로 군사정부에서 민간정부로의 전환을 꾀했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는 ‘관주도에서 민간주도’로의 경제운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규제완화, 노동개혁 등을 통해 관료·노조 등에 집중되어 있는 경제 권력을 시장에 돌려주는 경제운영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 없이는 경제 활력을 되찾을 수 없다. 정치권이 움켜쥔 경제권력을 놓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분배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면 모든 나라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을 것

-‘파이를 더 키울 때’인지 ‘이제 나눠야 할 때’인지의 논란과도 무관치 않은 것 같은데?
“파이를 더 키울 때인지 아니면 나눠야 할 때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 즉 정치가 결정한다. 여론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경제민주화론자들은 ‘이제는 나눠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누는 데 치중하면 성장여력은 급격히 고갈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분배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다면 모든 나라들이 분배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성장을 통해서만 분배 여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촛불민심을 의식해 보수신당에서도 중도층을 겨냥한 정강정책을 마련 중인데 견해는?
“촛불민심의 정체가 무엇인가? 대중민주주의, 광장민주주의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 광장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는 아니다. 민심은 기본적으로 여론이다. 여론에 의해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그대로만 움직인다면 정치인은 왜 존재하는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변했다고 경제정책을 거기에 맞춰 그때그때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양극화를 경제민주화로 푸는 것은 ‘오진’

-경제민주화는‘양극화’해법에 대한 고민과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양극화를 오진해 배 아픈 사람에게 두통약 준 격이 됐다. 지금 양극화는 노사 간, 노동과 자본 간의 양극화가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노 간의 갈등이다. 임금 총액의 83%를 정규직이 가져가는데, 정규직들은 노조로써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면서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재벌이 하라'고 한다. 노노 간의 양극화 해소가 필요하다.

-노노 간의 협상이 성공한 전례가 있는가?
“다른 나라는 이렇게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양극화된 나라가 없다. 특히 미국을 보자. 정규직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모두 각자의 노동 계약에 의해 움직인다. 양극화는 소득계층 간 차인데 사회가 진화한 결과다. 경제민주화가 말은 그럴듯 해 보이지만 이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

-노노 간의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규직이 양보해야 한다'고 했는데, 스스로 양보가 가능하겠는가?
“국민들이 귀족노조를 압박해야 한다. 귀족노조를 뺀 나머지 노동자들이 '귀족노조가 호의호식한다'고 압박을 가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은 1억씩 받아간다.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 대체근로제, 파견근로제의 도입도 필요하다. 노동조합에게 파업이라는 무기가 있다면 사측에도 대등한 무기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조의 파업에 대응하는 사측의 '대체근로제'도 있어야

-파업 시 대체근로제 도입이 필요하다?
“무기대등의 법칙(equal footing)이 있다. 미국도 노조가 파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장 내가 아니라 사업장 밖에서 파업한다. 그러면 사업주는 대체근로자라도 넣을 수 있다. 이런 제도가 있으니 사업주가 아주 악질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업을 남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대체근로제는 고사하고 사업장 폐쇄도 여의치 않다. 동등한 조건이 아닌 것이다.”

-현장에선 파견근로제 확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이건 노동자에게 별로 불리한 제도가 아니다. 지금은 주차관리원이나 청소직, 경비 등은 파견직으로 쓸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제조업에 파견직이 못 들어가고 있다. 노조에서 파견근로제를 반대하는 것은 결국 노조원 수가 줄기 때문 아니겠나.”

-국민들은 경제민주화 정책이 실현됐을 때 어떤 변화를 느낄까?
“경제민주화를 ‘분배에 대한 요구 증가’로 해석하면, 국민들의 자립 노력과 의지는 급속히 마모될 것이다. 국민들은 국가더러 ‘더 적극 나서라’고 요구할 것이다. 국가가 나서는 일은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시장개입을 극대화시키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규제는 촘촘해지고 정부의 재정규모는 점차 커질 것이다. 국가의존이 타성화한 나라의 미래가 결코 밝을 수 없다.”

상법개정안·경제민주화…재벌을 ‘경제 악’으로 인식해

-보수신당과 함께 야당이 '상법 개정안'을 강력히 추진할 움직임이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
“20대 국회 들어서 수많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입법 발의됐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쓰레기 입법’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싶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입법시도는 상법개정을 넘어 경제민주화를 강화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기본적으로 재벌을 ‘경제 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를 미리 소각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기업이 영화배급업과 영화상영업을 겸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적용 중인 영업시간 제한 및 월 2회 의무휴업제도를 백화점과 면세점에도 적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연 27.9%인 대부업 이자율 상한을 20%로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 등을 내놓고 있다.

이들 법안은 인기영합을 넘어,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마저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反)시장적 규제는 그 규제가 보호하려는 계층에게 큰 피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예컨대 대부업 이자율 상한을 규제하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대부업체들이 대출심사 등을 강화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대출받기가 오히려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경제민주화 입법은 헤지 펀드에게 우리 기업 빗장을 풀어주는 우를 범할 수도

-상법개정안 논쟁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김종인 의원은 2016년 7월 4일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요체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근로자와 소액 주주의 재벌 총수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입법취지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이 같은 현실 인식은 재벌의 지배주주를 암묵적으로 ‘악’으로 의제하고 있다. 소액주주는 경제적 약자가 아니며 글로벌 기업의 소액주주는 더 이상 내국인이 아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섣부른 경제민주화 입법은 사전적 의도와 관계없이 헤지 펀드에게 우리 기업의 빗장을 풀어주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갤럭시 실패를 황제경영과 경제민주화에 연결 짓는 것 자체가 견강부회다. 그렇다면 갤럭시7 노트 전까지의 성공은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황제경영의 대척점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은 초우량 기업이어야 하며 애플은 경제민주화에 정통해야 한다.”

상법개정안 내 독소조항으로 시장경제 활력 떨어질 것

-황교안 총리 등 보수세력도 상법개정안에 대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사회 공론화 과정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반응이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상법개정안에 여러 독소 조항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중주주대표소송’은 자회사 임원 등의 부정행위로 손해를 입었을 때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를 대신해 대표소송을 내는 것을 말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이중대표소송제를 더욱 넓힌 것이다. 즉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게 한 제도이다.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재벌 총수의 2세, 3세가 경영하는 자회사, 손자회사를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상장사 지분을 가진 글로벌 경쟁사나 투기자본이 다중대표소송제를 악용할 경우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다중대표소송제는 국내 기업들의 자회사, 손자회사의 빗장을 풀어주는 격이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과 투기자본이 이익을 보고 국내 기업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권은 대중이 반길 만한 것들을 경제민주화란 ‘정책카트’에 담다보니, 정책효과를 깊이 성찰하기보다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식의 인기영합적인 접근을 함으로써 정책의 합리성이 저하됐다. 재벌견제도 그 일환이다. 경제민주화가 사유재산과 사적자치로 압축되는 시장경제의 활력을 제약하는 족쇄가 돼서는 안 된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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