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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뷰]광화문 흔드는 처절한 외침…뮤지컬 '영웅'


입력 2017.01.29 13:34 수정 2017.01.29 13:52        이한철 기자

영웅이 그리운 시대, 역사 속 영웅의 한 맺힌 절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공연, 시국과 맞물려 큰 의미

뮤지컬 '영웅'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대체 조국이 우리에게 무엇입니까."

이토 히루보미 거사 계획을 세운 안중근은 동지들의 죽음 앞에 절규한다. 31살에 불과했던 그는 소스라치게 두려워하면서도, 거사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다짐하며 '장부가'를 남긴다. '대체 조국이 뭐기에' 그는 죽음의 길로 스스로 걸어가야 했을까.

안중근의 절규가 유독 가슴에 사무치게 다가오는 건 아마도 암울한 시국 탓일 거다. 안중근의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와 용기, 그리고 숭고한 희생 앞에 최근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가 한없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목숨 바쳐 지킨 이 나라는 대체 왜 이지경이 됐을까. 뮤지컬 '영웅'은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준다. 그들이 지키려 한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그들을 통해 다시 찾아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특히 시국 관련 촛불집회가 한창인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점은 절묘하다. 공연을 본 관객들이라면, 광화문 현장에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많은 생각들이 뇌리에 스쳐갈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의 힘이란 게 이런 것일까.

정성화는 초연부터 뮤지컬 '영웅'의 성공 역사를 주도한 주역이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이지훈은 뮤지컬 '영웅'에서 기존 이미지를 탈피,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작품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검증된 작품이다. 2010년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6관왕, 제16회 한국 뮤지컬 시상식 6관왕 등의 수상 경력이 이 작품의 명성을 말해준다. 그야말로 믿고 보는, 가장 대표적인 창작뮤지컬이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업적뿐 아니라 가족과 동지들에 대한 따뜻한 인간애와 인간적 고뇌를 적절히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입체적으로 안중근 의사를 그려냈다. 여러 갈등과 고난을 견뎌내며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더욱 애틋하고 가슴에 남는다.

물론, 안중근이 뮤지컬 무대 위에서 꾸준히 살아 숨 쉴 수 있었던 건 역시 음악의 힘이다. 시작부터 몰아치는 웅장한 사운드는 뮤지컬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하게 해준다.

자작나무 숲에서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지며 부르는 '단지동맹'의 강렬함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외에도 '그날을 기약하며' '장부가' 등은 공연이 거듭될수록 더 사랑받는 명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막 후반부 '누가 죄인인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배우 안재욱은 뮤지컬 '영웅'에서 정성화와 차별화된 안중근을 보여준다. ⓒ 데일리안 이한철 기자

귓가에 맴도는 중독성 강한 음악은 회전문 관객들을 만들어내고, 이는 이 작품이 오랜 시간 쉼 없이 공연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무대는 한국 뮤지컬의 축적된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영상과 흔들리는 철골 구조물을 활용한 절묘한 공간 표현과 추격 장면 덕분에 작품의 리듬은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영상으로 표현되던 기차가 순식간에 실물 세트로 변하는 장면 또한 탄성을 자아낸다.

이번 공연에는 정성화, 양준모, 안재욱, 이지훈 등이 4인 4색 안중근을 표현한다. 특히 시국 탓인지 이전보다 한층 깊어지고, 진정성을 담으려는 배우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정성화와 양준모는 특유의 폭발적인 성량을 바탕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과시한다. 특히 정성화는 '안중근=정성화'라는 공식이 만들어질 만큼 이 작품의 역사를 함께 해온 주역이다.

반면 안재욱과 이지훈은 기존 안중근의 이미지와 다른, 좀 더 섬세하고 풍부한 감성의 안중근을 표현한다. 다만 정성화의 공연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확연히 다른 그들의 음색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이밖에 리사, 박정아, 정재은이 설희 역으로, 초아와 이지민이 링링 역으로 출연한다. '영웅'은 한국 뮤지컬의 거장 윤호진 연출의 대표작으로 다음달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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