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K7은 그랜저 판매간섭…K9은 체어맨과 경쟁할 판
신형 K7은 그랜저 판매간섭…K9은 체어맨과 경쟁할 판
한때 기아자동차 재도약의 상징과도 같았던 세단 라인업 ‘K시리즈’가 최근 동반 부진을 겪으며 우려를 낳고 있다.
8일 기아차에 따르면, 지난 1월 K3, K5, K7, K9 등 K시리즈 판매는 도합 7651대에 머물렀다. 전년 동월대비 감소율은 1.8%로 낙폭이 크진 않지만 개별 모델을 살펴보면 비교 대상이 구형 모델이었던 K7을 제외하면 모두 폭락 수준이다.
K3가 24.1% 감소한 1740대에 머물렀고, K5는 48.1% 감소한 2004대, K9은 39.3% 감소한 164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2012년 9월 출시된 1세대 모델이 판매되고 있는 K3의 경우 모델 노후화에 경쟁 신차(쉐보레 신형 크루즈) 출시까지 겹쳐 어쩔 수 없다지만, 풀체인지 이후 2년도 채 안된(2015년 7월) K5의 부진은 심각하다.
그동안 중형 차급에서 르노삼성 SM6와 한국지엠 신형 말리부의 등장으로 승용판매 1위를 빼앗긴 현대차 쏘나타의 위기가 많이 부각됐지만 사실 더 큰 위기를 맞은 건 K5다.
2010년 4월 K7에 이어 두 번째 K시리즈 모델로 등장한 K5는 일필휘지로 내려 그은 듯한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큰 호평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디자인 기아’를 알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모델이다.
쏘나타가 처음으로 ‘국민 중형차’ 자리를 위협받은 것도 같은 집안의 K5에 의해서였다. K5는 출시 초기 2개월간 월판매 1만대를 넘어섰고, 이듬해까지도 월평균 8000대에 육박하는 판매실적을 꾸준히 유지했다.
1세대 모델의 디자인 선호도가 워낙 높아 풀체인지 시점에 전작보다 더 뛰어난 모델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정도였다.
결국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기아차는 1세대 모델 출시 5년여 만인 2015년 7월 비교적 빠른 타이밍에 풀체인지를 단행하며 2세대 모델을 내놓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시장에서는 ‘개선’보다는 ‘개악’이라는 평가가 많았고, 실제 첫 3개월간 판매실적도 5000대에 못 미쳤다. 1세대 모델의 초기반응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신차 거품이 빠진 지난해 월평균 판매실적은 3700여대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첫 달 성적표로 전년 동기대비 반토막 난, 2000대에 겨우 턱걸이한 판매실적을 내놓은 것이다.
K7은 지난해 2월 출시된 풀체인지 모델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실제 판매실적도 좋은 편이었지만, 좋은 시절은 지난해까지였다. 지난해 11월 현대차에서 같은 준대형 차급의 대표모델인 그랜저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으며 판매 간섭이 심해진 것이다.
그나마 자동차 판매 성수기였던 연말까지는 어느 정도 물량을 지탱했지만, 해를 넘기면서 물량이 급격히 빠졌다. K7이 1월 기록한 3743대의 판매량은 지난해 1월 구형 판매실적과 비교하면 172.6%나 늘었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줄어든 물량이다.
2012년 5월 출시 이후 부진을 거듭해온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 K9은 내년 1분기로 예정된 풀체인지 이전까지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K9은 출시 초기부터 당시 고급차 시장을 지배하던 현대차 에쿠스와 제네시스 사이에 낀 어중간한 포지셔닝과 그릴 사이즈를 줄인 어색한 디자인으로 혹평을 받았다.
기아차는 당시 K9의 축소된 그릴과 기존 ‘직선의 단순함’에 곡선이 가미된 디자인을 ‘차세대 디자인 방향성’으로 제시했고, 그해 9월 출시된 K3에도 비슷한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좋지 않았다(결국 K9과 K3 모두 페이스리프트 과정에서 다시 그릴을 키웠다).
현대차가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브랜드로 편입시킨 이후로 K9의 입지는 더욱 애매해졌다. ‘대중 브랜드’의 대형 세단에 ‘고급차 브랜드’의 동급 차종인 제네시스 G80보다 비싼 가격표를 달아놓고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힘들다.
지난해 K9의 월평균 판매실적은 단 213대. 올해 1월은 그보다 더 떨어진 164대였다. 이대로는 제네시스나 수입 고급차가 아닌 쌍용차의 사골모델 체어맨과 경쟁해야 할 판이다.
기아차의 세단 판매를 지탱해줘야 할 K시리즈가 하나같이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거나 미래가 암울한 상황이다.
최근 기아차가 K3와 K5에 대해 무이자 거치 할부에 50만원 기본할인, 기아차 재구매시 기존차 납입 이자에 해당하는 가격할인 등을 진행하고 K5의 선호사양을 재구성한 스페셜 에디션 모델을 출시하는 등 마케팅에 힘을 쏟는 모습은 이같은 K시리즈의 위기감을 대변해 준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아차는 SUV 라인업의 선전으로 비교적 잘 버티고 있지만 세단 쪽은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면서 “국내 시장도 글로벌 추세에 맞게 SUV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세단 시장이 상당히 큰 규모로 존재하는 만큼 K시리즈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