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크 완전체는 언제쯤…정치권 '은산분리' 신경전 가열
3일 금융위 및 은행 관계자들 '은산분리 완화 중요성 강조
국회, 법안 둘러싸고 의견 차 여전...업권 "연내 증자 기대"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가 지난 3일 공식 출범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자본확충 방식을 결정지을 은산분리 법안을 둘러싼 정치권 내 신경전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은행 반쪽 출범을 계기로 금융산업 혁신을 위한 법안 처리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는 정치권의 미묘한 온도차를 재확인하며 실망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지난 3일 오전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진행된 K뱅크 출범식 행사장에서는 이정복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4개 당 국회 정무위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의원들은 마치 한 정당의 선거운동이라도 하는 듯 '새로운, 처음'이라는 의미의 1번 숫자를 단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나란히 앉아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본격적인 운영을 축하했다.
법안 통과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진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이를 기대하는 관계자들의 발언 역시 계속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번 케이뱅크 출범은 햇수로 25년이 걸린 새 은행 출범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날 행사에) 4당이 모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바로 (은산분리 법안이) 의결됐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은산분리 법안 통과에 대한 간절함을 나타냈다.
황창규 KT회장 역시 이 자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확충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은산분리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당초 기대됐던 KT의 케이뱅크의 대주주 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 황 회장은 이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의 순조로운 운영을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현재까지 법률적 제약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질의응답에 나선 케이뱅크 관계자 역시 "현재까지 총 21개 주주사가 동일한 증자로 참여한 상황인데 특별법 개정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본확충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만일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21개 주주가 동일한 증자로 참여해준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각 사들의 상황이 달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법안 개정을 통해 늦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증자를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날 인사말에 나선 각 의원들은 자신의 주관 및 당의 입장에 따라 은산분리에 미묘하지만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가장 먼저 인사에 나선 바른정당 소속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인터넷 환경에 비하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은 상당히 뒤쳐져 있는 현 상황"이라면서 "국회에서도 업권 내 도움이 되기 위해 입법 노력을 지속해 왔지만 지금도 각 정당이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한 채 서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출범식에 국회의원인 저희가 참석해 축하하는 의미가 다소 퇴색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는 만큼 케이뱅크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방향으로 국회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이렇게 국회의원들만 부른 것을 보면 (국회 법안 계류에 대한) 원망의 뜻이 담긴 게 아닌가 싶다"면서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들이 지금 (은산분리와 관련해) 어느 당에서 어떤 갖고 있는지 모르실텐데 저는 자유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다"며 은산분리 완화에 제동을 거는 야당 의원들에 대한 간접적 비판과 더불어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기존 야당 소속 의원들은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한 축하인사와 함께 법안에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날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이 앞으로 내 손안의 금융 뿐 아니라 내손안의 병원, 내손안의 셰프도 있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 주저하거나 늦추면 안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안전한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절반에 이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 보유한도 확대에 따른 대기업 주주들의 '사금고화'를 우려했다.
한편 현행 4% 수준인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한도를 50%까지 확대하자는 금융당국 및 여당 의원들에 비해 신중한 입장(보유한도 34% 수준)을 골자로 특별법을 발의한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첫 발을 내딛은 케이뱅크에 운영 초기 안정적 영업을 통한 '은산분리 법안' 통과 우려에 대한 불식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작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적인 안착 위해 특별법 발의는 물론 수 차례의 토론회 거쳤으나 국회 의사결정 기구의 특성 상 통과가 쉽지 않았다"며 "케이뱅크가 도입 초기 안정적인 은행 운영을 통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은산분리를 둘러싼 많은 우려를 불식시켜 준다면 조만간 국회에서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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