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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약 제언 "일자리, 만드는 게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것"


입력 2017.05.01 06:00 수정 2017.05.01 06:53        박진여 기자

"근본적이고 불편한 진실은 피하고 더 주겠다는 허세공약만 수두룩"

"규제개혁·불공정채용시스템 개선·정책 효율성 추구가 우선"

불황과 취업난의 현실 속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청년 창업'을 두고 대선주자들은 너도 나도 청년창업지원을 위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창업 오아시스 조성에 앞서 가장 큰 걸림돌인 규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진여 기자

"근본적이고 불편한 이야기는 피하고 더 주겠다는 허세공약만 수두룩"
"규제개혁·불공정채용시스템 개선·정책 효율성 추구가 우선"


5.9 '장미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청년일자리·주거문제 등 청년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선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청년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공약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실가능성·지속가능성 등 구체적인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더 많이 주고, 다 해주겠다는 '달콤한' 정책 속 실제 청년의 삶을 변화시키고, 미래세대의 안정을 다지기 위한 정책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당장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고, 세대·지역·계층 간 형평성은 어떻게 맞출 것인지, 양보는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와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 속 정작 당사자인 청년들은 대선주자들의 청년공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들은 이미 차고 넘치는 정책과 공약들 속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불필요한 것은 빼고 △규제와 스펙은 깨고 △꼭 필요한 것만 강조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년창업 활성화 대책만 '두둥실'…규제개혁부터 선행돼야

불황과 취업난의 현실 속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청년 창업'을 두고 대선주자들은 너도 나도 청년창업지원을 위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창업 오아시스 조성에 앞서 가장 큰 걸림돌인 규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원도 좋고 조직 구성도 좋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고, 실제 현장의 기업들이 체감하고 있는 규제를 철폐하는 게 일자리 생태계 조성에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이상협 전국청년창업가연합회 사무총장은 시민단체 청년이여는미래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동 주최한 대선공약 정책토론회에서 "청년창업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지만, 기존의 규제시스템은 차세대 산업의 신기술과 산업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청년창업가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 청년창업가를 대상으로 규제 등 애로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도 조사 결과 예비·초기 청년창업가의 규제인식도는 전반적으로 높지 않으나, 실제 창업해 사업을 영위할수록 규제 인식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규제 유형으로는 △스타트업에 불리한 규제(53.3%) △기술동향 및 사업유형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18.8%)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규제(3.9%) 순으로 조사됐다.

대선후보들이 새로운 공약을 세우거나 관련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동근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대표는 "대선후보들이 청년창업을 지원하고, 조직을 신설하는 것도 좋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는 만큼 현장에서 뛰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규제를 철폐하는 공약이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할 대량실업사태와 관련해서는 "지금껏 재화를 분배하는 주된 방법인 '고용'이라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일 뿐 오히려 생산성과 재화는 훨씬 증대될 것"이라며 "정부의 성공을 측정하는 평가기준을 '일자리 창출' 대신 '소득증대'로 바꾸는 일자리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황과 취업난의 현실 속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청년 창업'을 두고 대선주자들은 너도 나도 청년창업지원을 위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창업 오아시스 조성에 앞서 가장 큰 걸림돌인 규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일자리 정책 '수두룩'…불공정 채용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하루가 멀다 하고 '일자리 늘리기' 정책이 쏟아지지만, 일자리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공정한 취업기회가 취업준비생들에게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청년들 사이 커지고 있다. 실제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20대 회원 5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구직 과정에서 부적절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학력, 나이 등의 차별뿐 아니라 '낙하산'을 통한 채용 등으로 공정하지 못한 채용이 횡행하고 있다고 청년들은 지적한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친인척 특혜 채용과 대형 노조 주도의 불공정 채용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현재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들 특혜 채용 논란이 10년 째 이어지고 있고, 박근혜 정부 최고 실세로 불린 최경환 의원도 지인 특혜 채용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다. 또한 지난 2011년 현대자동차 노조의 단체협약 요구안에 '신규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고용세습'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이 같은 관행을 제한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나서고 있지만, 많은 사업장의 단체협약 안에 여전히 남아있다"며 "학력, 나이 차별뿐 아니라 낙하산 채용이 우리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공정한 채용절차를 통해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층의 목소리에 기성세대가 응답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펙 위주의 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취준생 민지식 씨는 "청년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부족한 학벌을 보완하기 위해 스펙을 쌓을 수 밖에 없고, 스펙을 쌓기 위해 시간이 길어진 만큼 취업공백기도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취업 커트라인에서 멀어져가는 상황에 놓여진다"며 "취준생들의 이런 현실 앞에 유력정치인들은 마치 구원자인 것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다고 이야기하지만, 10년 전에도 그런 사람들은 있었다. 부디 이번만큼은 현실에 대한 혜안을 주는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수당공약의 '空約'화…명분보다 효율성 추구해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년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형태인 청년배당이나 수당 등의 정책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짧은 선거 기간 때문인지 후보들의 공약이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유사한 선심성 공약이 넘쳐나고, 재원 조달 방안 등 구체적인 방안을 밝힌 후보가 현재까지 없다는 점에서 이전 사례들과 같이 이번 공약들이 '空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순옥 청년이만드는세상 공동대표는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각종 수당 공약만 보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비용추계와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 명확히 밝힌 후보는 없다"면서 "구체적 방안이 없는 공약들은 예전에도 그랬듯 '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청년들에게는 수당보다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양육 수당보다는 아이들을 제대로 된 환경에서 키울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복지 정책은 한번 도입되면 폐지하기 어렵고 지속적으로 재원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그 어느 정책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청년배당을 시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조창덕 씨는 "경험상 청년배당 수령 사례를 보면 가계에 보태기 위해 부모님께 드리거나, 본인의 기호식품을 사는 정도"라며 "배당 지급 후에는 사용처가 적절했는지, 개선점이 필요한지 등의 정책피드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만 힘든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의 모든 세대가 다양한 고통을 지고 있다. 이러한 청년배당이 다른 세대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되었는지 의심스럽고, 우리사회의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정의로운 목적에 함몰되어 정작 중요한 사업의 효율성, 실질적인 효과 등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처럼 청년들은 주요 대선주자들의 청년 일자리 공약과 관련 "경직된 노동시장 해결이라는 근본적이고 불편한 이야기는 피하고 더 주겠다는 허세 공약만 내세우고 있다"며 "일자리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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