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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없이 10년 만의 정권교체냐? 기적 같은 우파 재집권 드라마냐?


입력 2017.05.09 00:05 수정 2017.06.22 15:42        데스크 (desk@dailian.co.kr)

정치적 반대세력 적폐로 규정, 당선 후 대대적 청산 예고

'기울어진 운동장', 최악 여건에서 보수층 결집과 재건

8일 오후 어느 대선 후보의 유세를 보기 위해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모인 시민들 모습 ⓒ데일리안

대통령 파면 직격탄 맞은 보수우파 진영, 치명상 입고 치유 불가능으로 보여

치열한 선거전이 끝나고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모든 후보가 최선을 다했고 이제 겸허히 유권자들의 심판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이번 대선은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파면에 따른 조기 선거인 만큼 많은 화제를 낳았고 그 뜨거웠던 열기만큼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실 이번 대선전의 시작은 싱거웠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이란 직격탄을 맞은 집권여당, 즉 보수우파 진영은 치명상을 입고 치유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집행되던 날, 방송 카메라가 법원과 전당대회장을 번갈아가며 비추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홍준표 후보가 선출되었다. 모두 죄인이 된 듯한 분위기에서 홍 후보의 표정은 어두웠고, 컨벤션효과 따위는 사치였다.

설상가상으로 일찌감치 구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간 바른정당과 전격적으로 신당을 창당하고 독자후보를 낸 ‘뉴’ 새누리당 등 보수우파는 셋으로 분열되었다.

지향점 상실한 보수우파 상당수가 반문 위한 차선책으로 안철수 지지

홍준표 후보의 초기 지지율을 5% 내외로 미미했고, 모든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은 문재인, 안철수 두 야당후보 간 양자대결을 점쳤다. 몇년째 줄곧 대세론을 구가해온 문재인 후보와 지향점을 상실한 보수우파의 상당수가 반문을 위한 차선책으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며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것이다.

그러나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격랑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홍준표 후보가 의외로 선전하면서 흩어져있던 보수우파가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홍준표 후보의 선전은 마음 둘 곳 없었던 보수우파 표심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거침없이 지지세를 확장해 갔다. 선거운동 개시 전 반문의 대안으로 안철수 후보에게 의탁했던 보수우파 역시 홍준표 후보에게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는 TV토론을 거치며 더욱 가속화하면서 ‘여론조사 공표 금지’ 시작 즈음엔 다수의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이 2,3위 후보간 지지율의 ‘실버크로스’를 보도하기도 하였다.

홍준표 후보의 선전은 본인의 개인기에서부터 시작했다. 잃을 게 없었던 홍 후보는 시작부터 거침이 없었다. 먼저 그는 전선을 확실히 설정했다.

홍 후보는 대한민국 정치인 그 누구도 언급하지 못했던 성역 ‘세월호’를 건드렸다. 4월 16일 모든 대선후보가 참석한 세월호 3주기 추모집회에 부모상도 3년을 안치른다며 세월호의 정치적 이용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불참했다.

이때부터 보수우파의 표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도 결국 세월호에서부터 촉발되었다는 불편한 속내를 가지고 있던 보수층으로서는 일종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홍준표, "이젠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당당하자"며 보수층 독려

또 그는 이 시대 친북좌파 기득권세력의 핵심인 민노총과 전교조와 싸우겠다고 공언했으며, 종북세력의 척결도 주장했다. 탄핵문제에 대해서도 국회의 정치적 행위인 탄핵소추와 별도로 헌재 판결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부자에게 사치할 자유를 주겠다며 보수우파가치를 우회하지 않고 직접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리곤 "이젠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당당하자"며 보수층을 독려했다.

작년 10월 이후 언론의 융단폭격과 국회의 전광석화와 같은 탄핵소추, 그리고 특검과 헌재의 판결까지의 과정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우파진영으로선 홍 후보의 말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했다. 억눌린 용수철이 튀어 오를 출구를 찾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태극기로 대변되는 탄핵반대세력의 적통을 놓고 '뉴' 새누리와 갈등은 있었지만 이는 대다수 보수층이 홍 후보의 손을 들어 주며 자연스럽게 단일화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정치인 홍준표의 재발견

여섯차례 TV토론도 후발주자인 홍 후보에게는 아주 유용한 전장이었다. 그는 TV토론 내내 선두주자 문재인 후보를 이념적 대척점에서 집중 공략했다. 문 후보를 친북좌파의 프레임에 가두어 놓고 자신이 이에 대항하는 보수우파의 대표주자임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한 그는 일부 탄핵반대 강경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탄핵에 앞장섰던 바른정당 의원 12명의 탈당과 이들의 지지선언을 이끌어 냈다. 우파 내부에서도 이러한 광폭행보에 대한 이견과 반발이 있었지만 보수재건이란 명분과 유승민 후보의 세력약화라는 실리를 동시에 챙기며 리더쉽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략전술과 별도로 홍 후보의 인생과 정치역정 그리고 컨텐츠 등 개인경쟁력도 타 후보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정치인 홍준표의 재발견이었다.

정치적 반대세력 적폐로 규정, 당선 후 대대적 청산작업 예고

이에 비해 줄곳 선두를 질주해온 문재인 후보의 행보는 홍 후보와 많이 달랐다. 철저하게 대세론에 의지에 외연확장보다는 지지층 다지기에 전념했다. 그러다 보니 피아를 너무 명확하게 구분했고 그 결과 지나친 편가르기란 비판을 자초했다. 정치적 반대세력을 적폐로 규정하고 당선 후 대대적 청산작업을 예고함으로써 스스로 지지층 확장 가능성을 차단한 우를 범했다. 정책공약 역시 유연성 없는 좌파노선을 분명히 했다. 이런 문 후보의 자세는 홍준표 후보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보수우파 결집의 명분을 주고 말았다. 주요 전장인 TV토론에서의 소극적이고 방어적 자세도 감점요인이었다.

홍준표 후보의 문재인 후보 집중공격과 양 후보간 뚜렷한 ‘보혁구도’ 형성은 상대적으로 안철수 후보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선거 초반 반문 보수우파의 대안으로 지지율 상승을 구가하던 안 후보는 선거 중반을 넘어서며 한 때 지지율 하락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사전투표 시점을 계기로 많이 회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안 후보에게는 전략상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최악의 여건에서 보수층 결집과 재건

결산하면, 문재인 후보는 선거 막판 몇가지 악재에 봉착했지만 그런대로 대세론을 유지하며 평탄하게 레이스를 펼쳤다. 안철수 후보 역시 일시적인 지지율의 부침을 겪으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전에서 당락에 관계없이 MVP는 홍준표 후보였다.

‘기울어진 운동장’, 최악의 여건에서 짧은 기간의 선거전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보수층의 결집과 재건을 이루어냈다. 게다가 한걸음 더 나아가 집권가능성까지 보여준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누가 당선 되더라도 이상할 것 없는 선거전이었다. 예상대로 이변 없이 10년만에 정권교체를 달성하느냐 아니면 천신만고 끝에 기적과 같은 우파 재집권의 드라마를 쓰여지느냐 그 귀추가 몹시 주목되는 오늘이다.

글 / 윤종근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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