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크레인 사망사고…고쳐지지 않는 건설현장 ‘인재’

크레인 슬링벨트 끊겨 사망…재발방지 위한 근본대책 마련 시급

건설현장에서 또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연이어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 현장은 역시 안전관리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1시30분경 A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서초구 오피스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H빔을 옮기는 작업 중에 슬링벨트(타워크레인에 빔을 묶어 이어주는 벨트)가 끊어지면서 인부 B씨(48)를 덮쳤다. B씨는 급히 인근 대형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사고 당시 외상은 없고 혈압과 의식이 다 있는 상태에서 응급조치 후 병원에 급히 이송됐지만 내상으로 인한 장기출혈로 심정지가 발생했다”며 “현재 피해 직원에 대한 산재처리가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담당 경찰 수사본부는 작업 시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자세한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과실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지만, 이번 사고 역시 타워크레인과 관련된 사고인데다 사망한 직원이 하청업체 직원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진단만 이뤄질 뿐 근본적 대책이 미흡하단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앞서 지난 1일 ‘근로자의 날’ 31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낸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는 양 크레인의 신호수들 간 수신호 오류로 발생한 ‘인재(人災)’로 사실상 결론 났다. 이어 지난 4일 경기도 평택시 지제역 인근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기둥에 깔려 작업자가 숨지는 사고 도 크레인을 일찍 탈거해 발생한 안전관리 소홀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지난 1일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장의 휜 크레인.ⓒ삼성중공업

업계는 타워크레인은 무등록 장비인데다 제대로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노동조합이 조사한 ‘타워크레인 관련 재해현황’을 살펴보면 1997년부터 2007년 5월까지 총 137건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건설기계별 사망재해에서도 크레인과 관련된 사고는 98건으로 전체 사망사고의 22.6%를 차지하며 3위를 기록했다.

대부분이 합판일부의 낙하로 인해 사망하거나 슬링벨트가 끊겨 사망, 와이어가 풀려 사망하는 등 장비의 고장으로 인한 사고였다. 장비관리 등을 소홀히 여겨 생기는 사고가 수 십 년째 여전히 이어져 오면서 사고 원인이 인재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거세다.

그간 끊임없이 지적됐던 하청직원들에 대한 원청의 안전관리 강화 문제 등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관해 개별적인 사고원인 조사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산재사망에 대한 구조적 원인을 밝혀내야할 것”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수립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은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징금과 형량 등으로 ‘징벌적’ 처벌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예방적이고 총체적인 안전관리 도입이 중요하다”며 “발주자와 근로자, 제3자 등 참여주체의 매카니즘, 협력 등도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